나는 무당입니다 - 2

화인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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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이야기와 진행이 무슨소린지 궁금하신분은 이어지는 목록 참고 부탁드립니다.바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신상 보호를 위해 동생들 이름은 가명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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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두번째 편지다. 오늘은 저번에 이야기해준다고 했던걸 써보려고 해.

엊그제 일 처럼 생생한데 벌써 15년은 지난 일이네. 그때도 여름이었고 많이 습했는데 이 편지를 쓰는 지금도 딱 그날의 그 날씨같다.

 내가 고등학교때 우리집은 6층에 있었어. 어떤 건설회사가 사옥으로 쓰려고 지은 건물이었어. 생각보다 커진 건물에 회사는 4층에 입주를 했지. 나머지 층들은 세를 줬고. 1층은 피자집, 2층은 독서실, 3층은 비어있고 4층이 그 회사, 5층이 절이었어. 6층인 우리집은 맨 꼭대기 층이었는데 회사 대표가 살려고 만들었던 공간이었어. 완공이 되고 나서는 어째서인지 대표가 따로 다른 집을 지어 살러 갔기때문에 비어있던 집이었어. 

우리 가족은 그 집에 들어가기 전엔 25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었어. 보증금이 쌌던 월세. 내게 새아버지,새동생들이 있었던건 알지? 옛날에 봤던 여자애 둘 남자애 하나중에 여자애 하나 빼놓고는 새동생들어었어.

새아버지는 집배원이셨는데 그리 크게 돈을 벌지는 못하셨어. 놀라운건 우리 어머니지. 어머니는 당시에 사채업을 하고 계셨어. 어릴적부터 운동선수였던 어머니는 친구들이 다 체육지도자 아니면 깡패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채쪽으로 발을 들이셨던 것 같아. 25평짜리 아파트에 살다가 어머니의 일이 잘 풀려서 위에 쓴 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된거야.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집은 상당히 싸게 들어간거였어. 복층으로 이루어진 집이었는데 집 안1층에 온실이 있었어. 1층, 2층 합쳐서 60평이 넘는 큰 집이었으니 말이야. 그런집을 우리는 전세 9천만원에 들어갔어. 말되안되는 값이었지. 똑같은 평수의 다른 집은 몇 억은 줘야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우리가족은 하늘이 우리를 돕는다고 생각했지. 

1층에는 온실과 거실, 안방과 작은 방 두개, 화장실 두 개가 있었어. 2층은 방하나 거실하나, 화장실이  있었고. 안방에는 부모님이 주무시고 작은방은 남동생이 하나, 여동생 둘이 하나씩 방을 썼어. 2층은 내가 독차지 했지. 2층 거실에는 싱크대와 가스레인지도 있었기 때문에 흡사 자취를 하는 기분이었어. 난 어릴적부터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생각에 정말 좋았던 것 같아. 처음 1년은 행복했어. 넓은 집이었고 어머니의 수입이 늘어감에 따라 우린 정말 유복하게 살았거든. 뭔가 필요해서 사달라고 했을때 다 사주셨던 때는 내 인생 통틀어서 그 때가 유일했으니까 말이야.

그 집에 살면서 스님들이랑도 친해졌어. 그때 스님들과 이야기 하면서 스님들도 핸드폰도 있고 가끔 여행도 가고, 가족들이랑 어떻게 지내는지도 들었어. 스님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지.1년이 지나가고 5층의 절은 확장을 한다고 이사를 갔어. 가끔 마주치며 인사하고 이야기 하던 스님들이 떠나신다니까 슬펐던 기억이 나. 절이 이사가는날 가장 친했던 젊은 스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어.

"잘지내구! 절은 옮기지만 항상 너희 가족들을 위해 공양할테니."

"스님 가셔서도 건강하셔야해요!"

"그래그래. 아 참! 절대 어디서 물건 주워오거나 하지 말고, 길거리에서 너희 집을 빤히 쳐다본다거나 하면 안된다."

나는 그게 그냥 스님들이 흔히 하는 걱정인줄 알았지. 물건 주워오지 않는건 많이 알려진 미신이니까 말이야. 그런데 뒤에 붙은 말이 이상했어. 집을 빤히 쳐다보지 말라니? 그 말이 이해된건 조금 더 지난 후의 일이었어.

여느날과 같이 저녁을 먹는 나는 1층 거실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어. 규순이(첫 편지에 나왔던 3살어린 동생이야)는 내 옆에 앉아서 같이 티비를 보고 있었지. 삼십분쯤 티비를 보고 있었을까? 여동생이 갑자기 내 어깨를 흔드는거야. 뭔가 해서 돌아보니 애가 잔뜩 인상을 찡그리고 있더라고. 음 찡그렸나? 찡그렸다기 보단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같기도 하고 이상한걸 본 사람 같기도 한 얼굴이었어.

"아 뭔데?"

"오빠, 내가 귀신을 본거같은데..."

무슨 개소린가 했지. 뜬금없이 귀신이라니? 그때 마침 우리가 보던게 개그콘서트 였어서 난 또 무슨 개그를 따라하는줄 알았어. 뒷통수를 한대 치려는데 정말 이상한거야. 규순이 걔는 어머니 성격을 빼다 박았기 때문에 뭐에 쫄거나 놀라는 일이 잘 없어. 근데 애가 진짜 엄청 이상한걸 본 표정을 계속 짓고 있는거야. 그때 여동생의 표정은 그저 이상한 표정이라는 말 밖에는 형용하기가 어렵다.

"뭘 본건데?"

"그러니까.."

규순이 말은 이랬어.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데 오른쪽 옆에 있는 작은방 문앞에 영은이(큰여동생)가 서 있더래. 뭐하나 하고 보려는데 개그콘서트가 재미있어서 그냥 티비를 보고 있었대. 그러다 문득 또 곁눈질로 보니까 영은이가 거기 있더라는 거야. 근데 티비를 보는게 아니고 벽을 향해 서 있더래. 이상해서 완전히 돌아보니까 아무도 없더라는거야. 

"아니 그럼 영은이가 방에 들어간걸수도 있잖어?"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방 문을 열었어. 영은이는 더웠는지 나시를 입고 책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더라고. 

"오빠 왜?"

내가 실실 웃으며 말했어.

"아니 규순이가 귀신을 봤다는데 뭐 니가 귀신이라는데? "

그러면서 규순이 얼굴을 봤어.
정말 새파랗게 질려 있더라.

넌 귀신을 본 적이 있니? 아니면 정말 놀라본 적 있어? 사람이 놀라면 어떤 표정이나 행동을 하는지 나는 겪어봐서 알아. 중학교때 나도 진짜 귀신을 본적이 있는 상태였으니까. (이 이야기도 나중에 해줄게)규순이 얼굴이 딱 그때 내 얼굴 같았어. 눈은 엄청 커져있고 반쯤 벌린 입.

"어? 어? 아닌데? 어?"

규순이가 벌떡 일어나 작은방으로 들어왔어. 들어와서는 영은이 팔을 붙잡더니 물어보는거야.

"언니 검은 긴팔 입고 있었잖아? 검은긴팔 입고 있었는데? 언제 벗은건데? 언제 벗은건데?"

그쯤 되니까 나도 무서워 지더라고. 규순이는 절대 그런 장난을 칠 애가 아니었으니까. 쾌활하고 웃긴 성격이었지만 이런 실없는 장난을 진지하게 치는 애는 아니었어. 

이게 그 집에서 만난 그 귀신을 처음 겪은 이야기야.

이 다음부터 벌어질 일들은 매우 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리 가족들을 한 번 다시 소개할게.

규순이는 세 살 어린 내 동생이야. 어릴적부터 아픈데 없이 자랐지만 유난히 이상한걸 보거나 듣는 경우가 많았어. 이 편지에 적는 사건때문에 다리도 크게 다친적이 있기도 하고. 물론 지금은 건강하게 잘 살아가고 있어. 병원 다니는데 할인해 준다고 너도 한 번 오라고 하더라.

영은이는 얼마전에 시집을 갔어. 어릴적부터 머리가 참 좋은 애였어. 말수도 적고 신중한 성격이라 나보다 두 살 어린데도 누나같아서 내가 어려워 했던 기억이 난다.

막내 기동이는 사고뭉치야. 이 귀신과 관련된 이야기에서 기동이는 잘 안나와. 나중에 다른 이야기 좀 등장할거니까 기억해두면 될거야.

우리 어머니는 운동선수셨어. 육상,양궁을 하셨었는데 위에 썼었듯이 친구중에 무서운 분들이 많으셨어. 지금은 평범한 아줌마지만 가끔 화가 나시면 나도 맥을 못추리는 분이야. 성격은 규순이가 엄마를 닮았다고 했지? 농담도 잘 하시고 웃긴이야기도 자주 해주셔.

가족들이 앞으로 내 편지에 자주 등장할거기 때문에 좀 적어봤어.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지냐고? 다음 편지에 알려줄게ㅎㅎ 요새 시간이 많이 없어서 편지를 길게 못써. 대신 다음엔 좀 길게 쓸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요새 비가 많이 온다. 사고도 많이 일어나던데 너도 조심해야해. 아 참. 그리고 너희집 장롱 왼쪽서랍은 당분간 열지 말았으면 좋겠다. 다음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