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통합 어린이집에서의 경험..

ㅇㅇ2023.08.03
조회19,026
저는 지금 유치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그전에는 국공립 장애통합 어린이집에서 일반 담임교사로 8년 근무했습니다.
장애통합 어린이집을 다니며 장애에 대하여 생각보다 더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장애부모들이 느끼는 감정, 생각들도 간접적으로 조금이나마 느끼며 같이 울기도 하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아이들의 성장을 도왔고 그 성장을 보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그곳을 그만두고 일반 어린이집으로 이직 후 유치원으로 오게 된 이유는
바로 일반 아동들이 역차별을 겪는 상황들이 제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을 들은 누군가는 너도 장애를 가진 사람의 가족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냐, 그런 생각들이 장애에 대한 차별과 색안경을 만드는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어쩌면 장애를 갖게 될 수도 있고 내 가족구성원 중에 그런 일이.. 생길 수 있겠죠. 하지만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르니 지금의 저는 일반아동이 겪는 역차별을 두고 보기가 어려워 그곳을 떠난 것입니다.

제 경험담입니다.

만 3세 반 일반 아동 15명, 장애통합 아동 3명이 한 반.
나는 일반 담임교사, 통합 담임교사 한 명. 두 명이서 투담임반.
통합 친구 A는 연령 유예를 하여 만 4세, 여아, 키도 크고 자폐, 본인 요구사항이나 원치 않거나 불편한 상황에 닥치면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 치며 옷을 벗거나 바로 안 벗겨지면 찢어서라도 벗음 (속옷 포함)
통합 친구 B는 자폐, 인지 저하, 하반신 신체 부자유로움
통합 친구 C는 미미한 자폐, 다운증후군, 신체 조절불가 (범보의자에 앉아서 일상생활)
셋다 언어 소통 불가

1.
일반 교사 한 명, 통합 교사 한 명 총 두 명이 18명을 지도하는데 바깥놀이를 나가게 되면 통합교사가 b.c를 쌍둥이용 유모차에 태우고 나가고 일반교사가 a의 손을 잡고 나감. 일반교사가 통합친구 한 명의 케어를 돕는 동안 정작 내가 담임을 맡은 일반 아이들은 본인들이 스스로 혹은 친구들끼리 서로와 서로의 도움을 받으며 바깥놀이를 나감. 만 3세 친구들도 담임선생님과 손잡고 걷고 싶어 하고 손잡고 걷는 것 좋아하지만 일반아동이라는 이유로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더 많음.

2.
수업시간에 통합교사는 c를 범보에 앉혀 본인 앞에, a와 c를 양옆에 앉히고 수업을 들음. 수업은 일반교사가 진행함. 수업 중 자극 민감성이 높은 a가 뒤집어져서 발버둥 치고 소리 지르기 시작함. 키가 크기 때문에 주변에 앉은 친구들을 때릴 수 있어 수업은 당연히 끊기고 모든 아이들이 교실 한쪽으로 피함.
옷 벗거나 찢기 시작하면 교실 밖으로 나가야 함. (a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타인에게 신체노출을 줄여주고 다른 일반 친구들의 정서적 보호를 위하여..)
교실 한쪽이든 교실 밖이든 피하고 나면 통합교사는 a를 진정시키고 일반교사는 아이들에게 상황설명 후 남은 통합친구 b.c를 케어함. 신체가 불편하기 때문에 안아서 일일이 다른 곳으로 옮겨주어야 함. 이날 수업은 이대로 종료.
--->> 일반 친구들의 참여의 권리, 발달 권리 저해당함

3.
b는 자신이 어떻게 하면 선생님과 친구들이 힘들어하고 화가 나는지 알고 있음. 인지 저하여도 기본적인 눈치 조금 있고, 간단한 상황 판단은 가능함..
ㅡ대변을 본 뒤 일부러 바지에 손을 넣어 대변을 바닥에 칠함
ㅡ화분을 들고 선생님을 부름 (언어 거 안되니 자신만의 소리, 신호를 보냄) 교사가 쳐다보면 화분을 바닥에 떨궈서 부심. 어항 같은 것도 동일.
그 이후로 과학영역은 b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이동시킴. 추후에 상담 왔던 b의 학부모가 우리 아이는 이런 곳에 있는 교구나 활동은 불가하게 셋팅해 놓았다며 차별하지 말라함. 상황 설명하였으나 차별받고 있는 것에 핀트가 꽂히심

4.
b가 미술영역에 있던 물레방아 테이프 커팅기로 옆에 앉아있던 일반 아동 머리 위에 내려침. cctv확인 결과 실수가 아니라 고의성이 다분한 상황 (위로 올렸다가 머리 위로 내리침). 다친 아이 담임이 나라서 내가 b학부모에게 하원 시 이런 상황이 있었다고 말함
-b학부모: 그래서요? 제가 어떻게 해드려야 하는데요? 그 엄마한테 잘못했다고 빌면 되나요? (실제로 정말 이렇게 답함)
-나: 원에서도 꾸준히 지도하고 있지만 가정에서도 동일하게 반복적으로 알려주시고 지도가 필요하여 말씀드린 겁니다. 다친 아이 부모님께는 가장 먼저 알렸고 감사하게도 이해한다고 해주셨습니다
-b학부모: 그러니까 그 다친 애 엄마도 이해한다는 걸 왜 저한테 말하시냐구요. 선생님한테 죄송하다고 하라는 뜻인가요?
(생략)
--->> 다친 아이, 학부모에게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어야 했음. 아이에겐 상황과 b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이 너무 곤욕스러웠음. 비장애인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일방적인 이해와 관용을 바라기만 해야 했고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말 밖에, 선생님이 앞으로 조심히 더 너희들을 살피고 다치지 않게 보호할게 라는 말 밖에.. 할 수가 없었음.

5. 산책을 하던 중 a가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하게 하자 길바닥에서 드러눕고 원피스와 스타킹을 찢기 시작함. 통합교사는 a를 말리고 난 어린이집에 전화해서 공익선생님을 불러 b.c가 타고 있는 유모차를 원으로 이동시켜 주길 부탁드리고 남은 아이들 챙겨서 일단 원으로 돌아옴. 아이들이 놀랐을 수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상황설명, 자유놀이 후 a학부모에게 전화했으나 데리러 올 수 없으며 잘 달래 달라하고 끊음. 그날 하원 때 여벌옷을 한가득 챙겨 오시며 혹시라도 밖에서 또 그럴 수 있으니 실외 나갈 때는 옷을 챙겨나가서 바로 입혀달라 함.
--->> 일반 아이들 기분 좋게 실외 산책 나갔다가 갑작스럽게 중단되어 교실 와서 실내놀이함.

5.
결국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통합교사가 학기 중(6월경)에 그만두게 되었음. 아무리 교사를 구인해도 지원자가 없어서 우리 반에 보조교사 한분 투입되고 내가 18명 아이들의 담임을 맡는 중이었음 (지금은 장애영유아를 위한 보육교사 자격증을 인정받아 통합반에 함께 근무하는 일반교사도 수당을 받지만 저 당시에는 일반교사에겐 장애 수당 없었습니다)
a.b.c 모든 엄마들이 통합담임교사에게 요구하던 것들을 나에게 요구하기 시작함. 이 와중에 a의 배변훈련을 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고 b도 놀이터에 가면 선생님이 안아서 미끄럼틀이나 그네 등을 태워달라 요구함.
통합 담임교사들은 매일 한 아동당 사진 5장과 함께 iep(개별화 교육계획안-일반 아동들이 수행하고 있는 교육계획안을 통합 친구들의 개별 장애와 수준에 맞게 수정한 계획안)에 따라 어떤 수업과 어떤 일과를 보냈는지를 알림장에 작성하여 가정에 안내했는데 이걸 내가 하게 됨.
그렇다는 건 여기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만큼 정작 내 수업을 위한 준비, 아이들 관찰, 내가 맡은 아이의 학부모랑 개별상담 소통 등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음.

6. 이 아래부터는 해당반이 아닌 매년 겪는 일.
연령유예가 가능한데, 만 5 세반 때 졸업을 앞두고 초등학교 진학을 할 것인지 유예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학부모가 많음. 이때 서둘러 결정을 해주어야 다음 대기하고 있는 대기자들에게 입소가 가능, 불가능을 안내해 주거나 아래 연령에서 올라오는 친구들이 유예해야 하는지 올라올 수 있는지 등을 결정할 수 있음.
헌데, 끄ㅡㅡㅡㅡㅡㅡ읕 까지 2월까지 고민과 결정을 번복하여 기관 운영과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피해를 끼침. 다음 입소 대기자가 이 기관에 올 수 없다면 빨리 입소 포기하고 다른 기관을 알아봐야 하는데 혹시라도 자리가 생길까 싶어서 다른 곳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함.

7. 운동회나 외부 소풍, 나들이 장소 등에 입대기
우리 아이는 어떤 특성 때문에 거기 못 가는 거, 체험 못하는 거, 이동 못하는 거 등 알면서 거길 가냐. 우리 애는 그럼 뭐 하고 있으란 거냐 가지말란거냐 아님 결석하라는 거냐 등등.. 일반 아동들이 경험하고 느껴야 할 것들을 눈치 봐야 함

8. 자연이나 실외에서 진행하는 특성화 프로그램
산행, 천 따라 걷기, 플로깅 활동을 차별이라 말하며 실내에서 진행시키도록 함.

굉장히 극단적인 한 해였어서 그때 있었던 일만몇 가지 추려서 적어보았습니다. 물론 수월하고 순한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아이들도 많고 비협조적인 통합 학부모들도 많습니다. 우울함과 무기력함, 공격적인 성향들도 있으시다 보니 상담 때마다 눈물 펑펑, 아이상담+학부모 심리상담+가정상담에 감정 쓰레기통 되는 건 기본이구요
다른 일반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자연스러운 일상생활을 원하면서 일반 아동들이 충분히 누리고 경험해야 하는 활동들을 차별이라 말하며 진행하지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통합어린이집이 운영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운영되는 것이지 통합친구들 입맛에 운영방침, 커리큘럼을 맞추기 위해 일반 친구들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수용하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닙니다.

이런 부분에 통합학부모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면 장애인 차별 등의 이유로 민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아동들의 문제상황보다 더 크게 불거집니다.
일반 아동들의 학부모님들이 가만히 계시냐구요 ?
물론 해하시는 분들이 더 많지만 아닌 분들도 계십니다. 문제를 제기하면 여기 장애통합어린이집인 거 알고 입소하신 거 아니냐고 답변이 나갑니다.. (실제 시청에서 답한 내용)

저는 오히려 역차별받는 이런 상황들이 견딜 수 없어서 오롯이 내 아이들과 집중된 수업, 활동, 적절한 발달을 돕고 싶어서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한 커뮤니티에서 그랬다죠. 너희들이 선택한 직업 아니냐고.
네, 우리는 선택한 직업이지만 그 주변에서 몸으로 겪고 있는 친구들, 가족들은 선택한 게 아닙니다.
배려와 양보, 긍휼이 여기는 마음은 직접 겪으며 생기는 감정이지 지식처럼 외워서 학습해서 갖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선택한 직업이지 인격을 포기하기로 선택한 게 아닙니다. 직업윤리를 알기에 더 이해하려 애쓰고 노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을 뿐입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 사회적 약자인 거 압니다.
그런데 가족분들은 약자 아니잖아요.
저희에게 이런 직업 가졌으면 어느 정도 감수하라 하셨듯이, 해당 가족분들이라면 감수해야 하는 부분들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이번 사회면에 떠오르는 여러 이슈들을 보며 특수교사들, 통합교사, 종사자 분들이 참았던 부분들 ..
잘 보여지지 않던 어떤 이면들이 드러나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사와 함께 아이를 더 나은방향으로 성장시키고 자극을 주기위해 노력하는 학부모님들도 계십니다.
교사들보다 더 엄격하게 규범을 알려주고, 기관에서보다 더 강하게 사회규칙을 학습시키고 남들에게 피해주지 않고, 배려를 당연시 하지 않고,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지 않고 홀로 설 수 있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시는 학부모님들도 계십니다.

함께 눈물흘리며 아이의 작은 성장에도 교사들 손잡고 감사하다, 조금 더 같이 도와주셔라 이야기해주시던 학부모님들과 어쩌면 더 인생을 혹독하게 배우고 있던 그 아이들이 떠올랐습니다.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 한켠에 생겼고 여러 생각이 들면서 여러 얼굴들이 떠올라 두서없이 긴 글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