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싸울 때 말 좀 잘 하고 싶어요.

ㅇㅇㅇ2023.08.08
조회12,473
21개월 딸 가정보육 하는 프리랜서 아내, 자영업 하는 남편 부부 입니다. 애기는 순하고 잘먹고 혼자서도 잘 놀고, 아침에 일어나면 혼자 조용히 책보고 있는 순둥이에요. 제가 지금 감정이 주체가 안되서 막 쓸께요.

남편은 평소에 뭘 하면 그 자리 그대로 두고 자기 몸만 나오는 사람이에요. 커피나 물을 마셔도 마신 자리 그냥 거기에 그대로 컵 두고 나와요. 책상이든, 식탁이든, 정수기 물받이?든 그냥 둬요. 컵이 좀 안 보이는 것 같으면 저는 여기저기 찾으러 다녀요. 과자를 먹어도 그냥 그 자리에 봉지 그대로... 저도 딱히 정리 잘 하는 타입은 아니라 짜증 나지만 그냥 암 말 않고 냅뒀어요. 애기가 어지른 거 치우면서 그냥 같이 치우거든요.

어젯밤에는 남편이 하이볼 만들면서 레몬 자른 칼,계량컵 그대로 아일랜드 식탁 위에 두었고, 하이볼 먹은 잔은 침대 헤드 위에 그대로 두고 잤나봐요. 같이 먹었는데 저는 후딱 마시고 식세기 돌리고 자서 몰랐어요.

아기 점심 만들고 나오라고 했는데 안 나와서 책 보느라 안 나오나 싶어, 안방에 데릴러 들어갔더니 침대헤드 위에 있던 하이볼 잔 엎어서 침대 헤드, 헤드쪽 벽지, 쿠션, 이불, 침대 보, 아기 온몸에 다 묻혀놨더라고요...술 냄새에...

안 그래도 남편 코고는 소리 때문에 새벽 3시에 깨서 7시까지 못 잔 상태라 완전 그지같은 상태거든요. 거의 매일 새벽에 깨는데, 제가 한 번 깨면 다시 잠드는 데 오래 걸려요... 근데 거기다 그 장면까지 보니 너무 짜증이 났어요...

이러면 안되지만 애기한테 소리소리 지르고 몸 닦고 침대 보 대충 걷어놓고 애기 식탁 앉혀놓고 밥먹이면서 도저히 못 참겠어서 남편한테 전화했어요.

저는 평소에 좋은 게 좋은거다 허허 하는, 싸우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인데다 애기가 있으니 큰 소리 내기 싫어서 화나고 짜증나도 그냥 혼자 삭힙니다. 남편은 애기 있던말던 짜증내고 소리 질러요. 평소에 말도 막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두세번 뭐라 한 적 있는데 그러던가 말던가에요.

남편한테 좋은 말은 당연히 안 나가고, 왜 하이볼 먹고 거기에 그냥 두고 잤냐. 애기가 엎어서 난리났다. 점심 먹으러 오면 침대 정리해라. 이불 빨고, 침대보 빨고 그래라. 남편이 자영업이라 집에서 점심 먹거든요.
그랬더니 남편은 자기가 엎었냐며 더 고래고래 소리지르네요. 원인 제공은 당신이라 했더니 애기 안다쳤음 된 거 아니냐고... 지금 집이 다쳤다고 했더니. 일하는 사람한테 전화해서 이런 말 한다고 욕까지 하네요... 자기가 더 큰 소리 내요. 당장 가서 침대 다 버려버린다고.

저는 애기한테 소리 지른 것도 자괴감 드는데, 남편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니 내가 잘못 한 건가 싶은 생각도 들어 드디어 내가 미쳤구나 싶어요. 평소에 그냥 남편 말 들어주거든요. 남편 성질 때문에... 그냥 이번 생은 죽었다 생각하고 살아요 사실..
근데 하도 참고 참아서 그런 지, 머리 꼭지에 핀이 빠진 것 같아요.

애기는 눈치보다 밥도 못 먹고 혼자 애기 침대 가서 자는데 저는 식탁에 앉아서 으아아아악!!!으아아아악!!!! 하면서 소리 지르다가 울다가 제가 미치겠어서 글 써봐요.

남편이랑 싸우면 제대로 받아치고 싶은데 싸우기 싫어서 말을 삼키다보니 이제 무슨 말을 받아쳐야 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남편에게 할 말 댓글 좀 부탁드려요. 외워서라도 할 말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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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남편은 몸과 머리 둘 다 쓰는 쓰리잡러에요. 소득은 높은 편이고, 집안 경제는 남편이 거의 책임 지고 있어요.
저는 프리랜서 강사로 주말에만 수업하고 평일엔 육아, 살림 합니다. 남편한테 아무 것도 안 시켜요. 평소에 남편이 피곤한 걸 아니까,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하고 애기 보면서 참고만 살아요. 근데 이제 애기고 뭐고 다 놓고 도망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