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끊은 영국 친구에게

쓴이2023.08.18
조회118

영국에서 잠깐 살 때 어느 종교 단체에서 알게 된 언니인데, 여기에서는 가볍게 친구라고 표기하겠습니다. 더 이상 연락하고 싶지 않아 그 친구에게 선물 주고 연락을 끊었더니 온 동네 다니면서 너는 연락 되는데 나는 왜 안되냐고 저를 사이코패스로 만들고 있나 봅니다. 사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는데, 중간에 있는 저랑 친한 친구들이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게 불편했는지 해명 좀 하라고 하여 그 친구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고 그냥 여기에 넋두리 합니다.

 

후에 생각해보면 제 잘못은, 깊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제안을 너무 쉽게 받아들인 것과, 영국에 좀 살기는 하였으나 북쪽에 많이 가보지 않은 관계로 교통편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 런던이 와이파이가 용이하지 않다는 것을 잊은 점 같네요.

 

-여기서부터 음슴체

사실 몇 년 전이라 명확하지는 않지만 개략적으로 써보겠음.

매해 일이 있어 영국으로 가는데 주로는 런던에서 기차 타고 한 시간 가량 남쪽에 사는 언니 집에 체류함. 그 친구가 런던 시내까지 가는 게 불편하니 시내에 볼 일이 있을 땐 런던 북쪽 자기 집에 체류하라며 권유. 사실, 아침 일찍 나갔다 밤에 들어가서 잠만 자면 된다는 생각으로 3박 4일 머물기로 함. 그런데, 그 언니 집에서 이 친구 집까지의 여정을 설명하자면, 언니 집에서 택시 타고 그 지역 기차역으로 가서(부촌이기도 하고 외곽이라 버스가 애매함), 기차역에서 런던 시내 기차역 도착, 기차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탐, 중간 어디 즘 지하철에서 오버그라운도 갈아탐. 목적지 역에서 친구 집까지 걸어 감. 이런 여정인데, 수원이나 화성 즘에서 노원까지 가는 여정이라고 하면 비슷할까 함. 생각해보면 그 당시 한국에서 적응하느라 힘들기도 하고 일도 많아서 우울증 비슷한 게 있었는지 정확한 사고도 안될 때라 이런 제안을 받아들였는가 싶음. 그리고, 이 전에 이 친구에게 잡지사 편집장님을 소개 시켜줬는데, 자기 이용할 것 이용해 놓고, 영국 돌아가서 일방적으로 기사 취소 시킨 것을 나에게 말하지 않음. 몇 개월 뒤에 편집장님이 이야기하여 알게 돼서 내가 사과 함. 처음에는 숨기다가 그게 미안해서 제안 했으리라 생각하고 받아들인 것도 있음.


여하튼, 그 언니 집에서 출발하려고 할 때 너무 긴 여정이라 그 친구에게 출발 문자를 보냄. 천사 같은 언니가 뉴몰든까지(여기까지만 편하게 가도 시간이 많이 줄어든다 생각했음) 태워주겠다 하여, 언니 차로 뉴몰든 도착, 기차로 갈아타고, 시내까지 입성. 지하철에서 약간 헤매고 오버그라운드에서 완전히 헤맴. 그 당시는 종이로 된 지하철 맵을 보고 갔는데, 트렁크 가방 하나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가 예상된 시간보다 많이 지체됨. 문제는 와이파이도 되지 않아, 연락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인데, 그 집에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니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문 앞에서 10분 정도 기다림. 기다리면서 집 앞을 어슬렁대다 보니 반 지하 창문으로 그 친구와 다른 사람 둘이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보임. 그 집은 반지하가 부엌 겸 거실이라 유리창으로 밖에 누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였음. 내가 유리창을 두드리며 반갑게 인사하니 힐끗 보길래 밖에서 기다림. 그런데 문은 안 열어 줌. 바쁜가 하여 기다리다 다시 유리창 두드림. 그제서야 일하는 아주머니가 문 열어주며 문 앞에 바로 붙어있는 창고방으로 안내. 긴 소파와 짐들이 쌓여있는 방이었는데 거기서 일단 기다림. 인사만 하고 나가려고 하였으나 그 친구가 안 나와서 20~30분 정도 더 기다리다, 밤에 들어올 요량으로 몇 시에 들어오면 좋겠냐고 일하는 아주머니를 통해 전달함. 그제서야 올라오더니 쇼핑하고 왔냐며 이렇게 늦을 수 없다고 시작하는데 그것이 결과적으로 3박 4일째 이어지게 됨. 그리고 자기가 기다렸으니 나를 기다리게 하려는 의도도 분명했음. 트렁크도 있었고 어디 들러 볼 형편도 되지 않아 오버그라운드에서 헤맸다고 설명하는데도, 분명히 너는 다른데 들렀다 왔다며 듣지 않음. 어쨌든 늦은 내가 죄인이라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고 계속 미안하다고 하는데도 그냥 늦은 게 아니라 어디 들러서 뭔가 하고 왔다고 확신함.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저녁에 먹을 거리(콘프레이크, 빵, 치즈, 잼, 야채 뭐 이런 것들)를 사서 들어감. 우리는 이런 거 안 먹으니, 너 먹어라 시전. 그런데 이 부분은 식성이 다를 수 있으니 이해함. 다시 한 번 늦어서 미안하다 사과하고, 부엌에서 세수만 하고 잠. 


아침에 일어나서 부엌에서 얼쩡거리니 너 먹고 싶은 거 알아서 먹으라 함. 접시며, 커틀러리며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열기도 뭣하고 그냥 차나 한 잔 마시고 나가려고 하니, 그 친구 영국 남편이 세이 헬로우와 함께 빅보스인 와이프 성격을 알고 그러는지, 아침에 바빠 이야기 많이 못해도 이해하라며 나를 데리고 부엌 투어. 어디 접시 있고 어디 뭐 있고 어디 뭐 있으니 편하게 있는 동안 생활하라 함. 눈물 날 뻔. 무안하기도 하고 성인 되고 나서 이렇게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겪을 일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음. 또 하루를 보내고 저녁 늦게 또 세수만 하고 잠. 뭐 평소에도 깨끗한 편이 아니라 4일 정도 안 씻고 참을 수 있어서 이 친구 거슬리게 안하고 나가는 게 목표가 됨. 마지막 날엔, 드디어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잘 수 있는 곳으로 간다는 생각에 허그 한 번 하고 나가려니, 허그 한 상태로 내 귀에 때려 박히는 한 마디. 너 그렇게 살면 안된다. 정말 워드 그대로 저렇게 이야기 함. 너 그렇게 시간 약속 안 지키고 살면 안된다 열 번 이야기 함. 다시 사죄하고 여차 저차 나중에 한국 귀국.


한국 온 뒤, 카톡으로 인사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고맙다고 이야기하는데, 갑자기 나한테 영국 은주전자를 비롯 골동품 설명을 함.(사전 설명하자면, 평소에 내가 소개 잘 시켜 줌. 소개팅도 잘 해주고, 물건 같은 것도 필요한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 줌. 큰 일 아니면 도우며 살자 생각함.) 그래서 나중에 듣겠다 하는 데도, 은주전자 사진부터 설명의 글을 보내기 시작. 가격이나 알아 놓고 필요한 사람 있으면 이야기해주겠다 했더니 550만원 이라며, 그때부터 카톡 폭탄을 보냄. 내가 업자도 아니고 당근마켓이나 올려주겠다 정도지 저런 가격대를 내가 어떻게 팜??? 여기 커미션 주고 골동품 가게에 맡기라고 하니 아는 데가 없다 함. 그럼 나는 암? 여튼 일 하러 갔다가 오니 농담 아니라 찻잔 세트 사진부터 50개 넘게 와있음. 다시 한 번 인내하며 나는 팔 수 없다 하니, 내 직업 특성 상 여유 있는 여자를 만날 때가 많은데, 담소라도 나눌 때 그걸 놓고 이야기할 수 없냐며 다시 그녀의 집착이 시작 됨. 그리하여 그 집에서 신세 진 것도 있고 하니, 신세계 본점에서 그 당시 홍삼 20~30만원 정도 되는 거 보내고 카톡 끊음.


줄여서 이야기하면 이런 과정인데, 그 친구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일단 상대방 말을 듣지 않음. 다 자기 연민, 자기 입장에서만 이야기하는 사람이라 벽 보고 이야기하는 느낌. 친한 친구이거나 가족이라면 귀찮음을 무릎 쓰고 하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음. 그리고 그 전에 물건도 많이 팔아주고 소개도 시켜주고 했더니 갈수록 더 함. 모든 게 명령조이기도 하고 자기 의견이 관철 될 때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 좀 피곤함. 이제 나이가 오십 다 되어갈 텐데, 아들도 둘 있고 세상을 넓게 보고 타인과 소통도 하며 살아가길 바람. 누군가에게 팽 당하면 자기 반성이 먼저임.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 얻는 게 뭐임. 나도 이 일은 통해서 깨닫고 반성하고 있음. 그리고 왜 연락 안 하는 지 말해봐야 이렇게 너님 욕밖에 더 하겠음. 그러니 더 이상 묻지 말고 행복하게 살길 바람. 다른 사람 연락 되고 너만 안되면 이유가 있겠지.

 

그런데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들 있으신가요? 

특별한 경험은 아닐 거 같은데 그냥 궁금해서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