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초등학생한테 우산 빌려줬는데 편지까지 써서 돌려줬어요!!ㅎㅎ

쓰니2023.09.08
조회38,122
중학교 3학년인데, 방금 너무 귀여운 에피소드가 생겨서 적어봐요!!

며칠 전 등굣길에 비가 내리길래 우산을 챙겨 나왔는데
1층에 도착해서 우산을 펼려는 찰나에 같이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온 초등학생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초등학교 3,4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였는데 우산이 없더라고요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도 우산이 없는지 가방으로 가리고 뛰라고 하더군요
여자아이가 우산을 다시 가져올지 비를 맞고 갈지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니 저희 아파트가 고층인데다 초등학교까진 초등학생 발걸음으론 꽤 멀어서우산을 가지러 다녀오면 지각할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중학교는 교통편이 있어서 버스를 타면 비를 거의 맞지 않아요
아이들이 비 맞고 갈 생각에 걱정돼서 우산을 빌려주고 싶었는데
제가 내향인이라 선뜻 말 걸지 못하고 머릿속으로 수십 번 고민하다 망설임 끝에 여자아이한테 우산을 건네주었어요
처음엔 당황해하면서 괜찮다고 거절했는데 누나는 버스 타면 된다고 말실수까지 하면서 손에 쥐여줬어요
비가 많이 내리진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라며 학교 다녀왔어요

사실 서로 몇 층에 사는지 몰라서 우산은 가지라는 마음으로 빌려준 건데 엊그제 등교하는 길에 누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언니! 하면서 부르더군요
뒤를 돌아보니까 낯익은 얼굴이길래 한눈에 알아봤어요
기특하게도 제 얼굴을 기억하고 몇 호에 사냐고 묻더군요
우산 돌려주겠다고 꾸벅 인사까지 하길래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서 손 흔들어줬어요

오늘 아침 집 앞에 우산과 함께 편지가 놓여있더군요
편지봉투를 뜯기 아까울 정도로 스티커로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사탕까지 넣어서요
동글동글한 글씨체로 또박또박 편지를 써놨는데
언니는 얼굴도 예쁜데 마음은 더 예쁘다면서... 너무 귀여웠어요
어제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학교도 못 가고 누워있었는데 덕분에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네요
그냥 잊어버릴 법도 한데 그 작은 손으로 꼬물꼬물 썼을 생각하니까 너무너무 귀엽고... 편지를 몇 번째 읽는지 모르겠어요
저보다 아이 마음씨가 더 예쁜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보답하고 싶을 정도로요
다음에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면 인사해야겠어요 사탕이라도 하나 쥐여줄려고요

다른 층고 이웃들과는 삭막했는데 새로운 친구를 사귄 것 같아서 싱글벙글하네요
요즘 철없고 예의 없는 초등학생들도 많은데 이렇게 바르고 순수한 친구는 오랜만인 것 같아요
공부 때문에 고민이 많은 날들이었는데, 오늘처럼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 느끼면서 살아가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이제 가을이라 날씨도 선선해지겠네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추가9월에 글 쓰고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가 2달 만에 들어왔는데 작은 행동에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관심 가져주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보다는 초등학생 애기가 칭찬받아야 하는 턴데ㅠㅠ 다들 겨울 잘 나시길 바랍니다 :)
아 참 저 중학생 맞아요!! 워딩이 올드한 건 부모님 닮아서... 평소에는 철없는 학생답게 은어도 쓰지만 글의 주제가 미담인지라 진지한 어투로 쓰고 싶기도 했고 연령대 상관없이 글이 잘 읽혔으면 하는 바람에 제가 보기에도 연륜이 느껴지는 글이 써진 것 같아요...! 내년에 고등학교 가는 학생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