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받고싶었는데 자랑이었을까요

하늘바람별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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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힘을 빌려서 하소연 해봐요.

 

저는 고2때 교통사고로 엄마아빠를 모두 먼저 보내드렸어요.

외동이었어서 혼자 이겨낸다고 참 힘들었어요.

멀리 할머니할아버지가 살아계셨는데

평소 왕래가 많지 않아서 그냥 혼자 지내게 됐구요.

 

그때부터 제일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저의 유일한 가족이었고, 그래서 더 많이 의지하고

혹시나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때면

제가 먼저 사과하고 전전긍긍했어요.

이 친구마저 사라지면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제가 스물넷 이른나이에 일찍 결혼을 했어요

대학때만난 선배랑 학교 졸업하자마자 결혼했거든요.

제가 다시 가정을 갖고싶어서 엄청 밀어붙여서 진행했어요.

선배도 어머니아버지가 안계셨어서 마음이 잘 맞기도 했고,

엄마아빠가 물려주신 집이 있었어서

살던집에 도배장판만 하고 신혼살림 시작할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4년뒤에 친구가 결혼을 했는데

참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정말 좋은집으로 시집을 갔어요

그걸보면서 부럽다기보다 엄청 응원했어요.

근데 친구는 아니었나봐요

늘 절 안타깝게 바라보고 안쓰러워했는데

어느순간부터 내려보는 느낌이었거든요

 

결혼할 때 시댁에서 마련해준 넓은 아파트와

휴가때, 명절때마다 다니는 외국여행이야기를 하며

시댁이라도 있었으면 이런 가족애를 느꼈을텐데 아쉽다할때면

가슴이 답답하면서도 서운하고 또 부럽기도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다 제작년에 시골에 계시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재산을 제게 넘겨주셔서 생각도 못한 큰돈이 들어왔어요.

그걸 밑천삼아 신랑이랑 치킨집을 시작했는데

워낙 성실하고 착한 신랑덕에 2년만에 2호점까지 오픈했어요

그리고 올해 드디어 신도시새아파트로 그것도 48평 넓은집으로

이사하게 되었어요

 

처음으로 친구에게 자랑이란걸 하게된 순간이었어요.

그래서 어디로 이사간다는 말은 안하고 비밀이라고

나중에 집들이때 초대하면서 보여주겠다고했거든요

왠지 인정받고 싶었고 칭찬받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집들이하겠다고 한날도 주소말하지않고 일부러 데릴러가서

나 여기에 들어왔다고 자랑했는데

저희집에 들어오면서 설마설마 하더니 진짜 집에 와서는

표정이 변하더라구요.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고 차갑게 이야기하고는

몸이 안좋다고 집에 먼저 간다고 나갔어요.

아무래도 기분이 상한 것 같아 따라나와 집근처 카페에 갔는데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는거에요.

 

자길 이렇게 신랑앞에서 비참하게 만들어야하냐며

너도 알고 있었지 않냐고

자기가 기우는 결혼을 해서 시집살이 하고있는거 뻔히알면서

주말에 시댁에 다녀오게되면 그렇게 힘들었는데

제게 털어놓을때마다 제가 좋겠다 난 시댁이 없어서

그런걸 모른다고 하는게 서운했다고.

 

전 아무리 생각해도 친구가 시댁에서 옷이나 신발을

선물받았다는 이야기밖에 못들었거든요

눈이 높은 분들이라 명품밖에 모른다고요

그래서 정말 좋겠다 난 모르겠다 한건데요.

 

주말마다 혹은 명절마다 쉴때면 언제나 시댁어른들이랑 보내면서

넓은집으로 이사가려면 시부모님께 잘보여야한다고

이번 추석에도 일본에 여행간다고 했던기억이 최근인데

제가 이렇게 갑자기 좋은집으로 이사와서 자랑하는게

본인은 도저히 납득이 안되는데 어떻게 할꺼냐고

자기 신랑앞에서 얼마나 민망했는지 아냐고

소리를 치면서 화를 내는데

심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한마디도 못했어요.

 

제가 자격지심이 있었던걸까요

그래서 친구마음을 상하게 한걸까요.

지난주말일이었는데 그뒤로 연락이 없어요

이대로 친구사이 단절될까봐 잠도 안오고 밥도 못먹겠어요

 

자랑하고싶었는데

기분상하지 않게 이야기했어야했는지

답답해서 익명의 힘을 빌려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