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혼외자라는 걸 안 뒤로 부모님을 못 보겠어요

2023.09.30
조회93,034

내년 결혼 앞둔 예신입니다
저는 위로 오빠 하나, 아래 남동생 하나 있는 집에서
가운데 낀 딸로 자랐어요
제 부모님 포함 온 가족들이
항상 저는 귀한 고명딸이라면서
삼 남매 중 저를 가장 예뻐해주셨고
진짜 사랑 듬뿍 받고 컸다고 스스로 자부할 만큼
늘 화목한 환경에서 행복했어요

제 울타리는 영원히 든든할 것이라고 여겼는데
몇 달 전을 기점으로 그 울타리는 제 속에서 박살 나버려서
진짜 너무 힘든데... 어디다 말할 곳이 없네요

몇 달 전 결혼할 남자친구를 가족들한테 정식으로 소개하려고 집에 데려왔었어요
그날 아빠가 남자친구랑 거하게 술 한 잔 하셨고
남자친구는 돌려보낸 후
우리 가족들끼리만 술자리를 더 이어가던 중
부모님이 갑자기 저에게 시집 보내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얘기가 있으니 잠깐 따라 나오라고 슬쩍 귀띔을 하시더라고요
오빠랑 동생 없을 때 해야 하는 얘기라길래
아무래도 결혼 준비에 돈이 많이 들어갈 테니까 혹시 금전적 얘기를 하시려고 따로 부르셨나? 생각했는데
전혀 상상도 못한 내용을 듣게 됐어요

저는 아빠가 밖에서 낳아온 혼외자였대요
아빠 말로는 그 당시 아빠가 잠깐 눈이 돌아서
엄마 말고 다른 여자랑 저를 가지게 됐는데
그 여자가 제가 태어나기 직전까지 임신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가
만삭인 몸으로 지금의 엄마, 아빠가 살고 있는 집에 찾아왔대요
엄마는 처음에 이혼하려고 결심했지만
오빠가 너무 어리기도 했고
현실적으로 엄마 혼자 오빠를 키우기가 힘들었는데
그 여자가 다시는 눈에 안 띄겠다는 조건으로 저를 낳자마자 두고 가서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저를 거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 쌓이고
제가 자기를 엄마로 알고 크는 게 짠하기도 해서
엄마께서도 점점 저를 진짜 자식으로 받아들이게 됐대요
이 얘기를 해주시면서
엄마께서는 저를 뱃속에서부터 품지는 못했지만 오빠나 동생이나 저나 다 똑같은 자식이라고
낳은 정보다 키운 정이 더 크고 중요하다 하시는데
저는 이 사실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들고

가장 혼란스러웠던 건
저는 이 집에서 둘째고
오빠랑 두 살, 동생이랑 세 살 차이 나는데
그 사이에 아빠가 외도를 해서 저를 태어나게 했다는 점이 진짜 미치도록 혐오스러워요
아빠한테 너무 분하고 실망스럽고
저로 인해 제가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고통받았을 세월을 생각하면 죄스럽고 마음이 답답해서 죽어버릴 것 같아요
애초에 제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모두가 좋았을 텐데,
나를 낳았다는 여자는 굳이 왜 나를 태어나게 했을까,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몇 달 째 이런 생각만 계속 반복적으로 하고 있어요

얘기 들은 뒤로 남자친구랑 쭉 지내고 있고
부모님도 갑작스럽게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라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결혼 전에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으니
제가 좀 괜찮아지면 집으로 다시 들어오라 하시는데
도무지 부모님 볼 용기?가 안 나요
정신과 상담이라도 한 번 받아봐야 할까요
진짜 너무 힘들어서 당장은 결혼이고 뭐고 못할 것 같은데...
그리고 이런 얘기 남자친구한테는 아직 말 안 했는데
결혼하려면 말해야 하는 거겠죠?


댓글 110

ㅇㅇ오래 전

Best남친한테 절대 얘기하지말것 엄마한테 사랑하고 고맙다고 이야기할것

ㅇㅇ오래 전

Best어머니께 효도하세요. 전혀 느끼지 않고 자랐다면 쓰니의 좋은 점은 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겁니다. 그냥 어머니께 감사하고 효도하세요. 그러면 됩니다.

ㅇㅇ오래 전

Best잘 키워줬자나 널 버린것도 아니고 거둬서 잘 키워줬는데 왜그래? 정신병원은 널 길러준 엄마가 힘들어서 가야할곳 아니냐 엄마도 버텨냈는데 넌 그냥 그대로 살아가

ㅇㅇ오래 전

Best부모라는 인간들이 결혼 앞둔 자식한테 뭐하는 짓이야. 비밀로 할거면 끝까지 지들만 알던가. 사돈댁이 지금 알게되면 이 결혼 끝날건데. 설마 그걸 노리나?

ㅇㅇ오래 전

Best님 결혼소식 듣고 친모가 뭔가 행하려 한다는 밑댓이 제일 공감가서 댓글 다네요. 혹시 다른데서 듣거나 친모가 무언가 할까봐 미리 말한거 같고...님이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도 어머니는 지금 키워준 어머니 단 한명뿐이다고 평생 그렇게 사시길 바랍니다

ㅇㅇ오래 전

드라마를 너무 보셨네.

ㅇㅇ오래 전

상식적으로 이해할수 없네. 그 이야기를 왜 이시점에 했을까? 정상적인거라면 묻어두고 가야할 이야기야. 중간에 크게 다쳐 수혈(특이할경우)한다거나 골수 뭐 그런거 아닌다음에야 그런이야기를 일부러할 이유가 없잖아. 주작

Oo오래 전

쓴이랑 쓴이 키워준 엄마 너무 짠하다 ㅠㅠ 아빠라는 인간...왜 이제와서 말하는건데???

ㅇㅇ오래 전

정신 살인의 결정체를 키워야했던 분은 속이 곪다 못해 시퍼렇게 서렸을 건데, 그 분 보상은 누가 해주나ㅉㅉ 남자 부모도 꼭 아셨으면.

오래 전

님 잘못은 없습니다.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요. 부모님의 현재 마음이 중요하죠. 님은 성인이니 현재가 더 중요하고 내가 혼외자건 아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라는걸 인지할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러니 충격은 있을수 있겠지만 분명 빠르게 무엇이 현명한 길인지 생각하고 마음을 잡을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외도를 용서하고 이해하란건 아니지만 계속 아버지를 비난하고 어머니께도 걱정을 끼친다면 그 긴세월에 걸친 어머니의 선택이 슬플것 같아요. 좀더 이성적으로 보세요. 아버지가 말한 의도까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님을 위해서, 그리고 어머니를 위해서 어떤선택을 하는게 좋은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부모님께 사랑받으시고 자랐다고 하시니 잘지나가리라 생각됩니다

너부리오래 전

대단한 어머니다 참 그릇도 마음도 크신 분이네. 나라면 정말 눈물을 흘리고 절을 할 것 같아 어떻게 나를 사랑으로 품어 주셨냐고 평생 이 은혜 갚겠다고. 그 엄마의 큰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정말 열심히 살 것 같으다. 쓰니 쓸데 없는 생각 말고 열심히 더 열심히 살며 잘 되고 또 엄마한테 많이 갚으며 살아.

ㅇㅇ오래 전

어머니께 정말 효도해야겠네ㅜ 가슴으로 품어주셨어

ㅇㅇ오래 전

어휴..주작이길 바랬어요.. 이제껏 몰랐다면 굳이 안 알리셔도 좋았을텐데 왜 굳이 잘 자라온 딸에게 더 큰 생채기를 남기시는지.. ㅠㅠ 상처 잘 아물길 바라요. 어머님껜 진짜 잘해드리세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ㅠㅠ

ㅇㅇ오래 전

소설 쓰고 있네

ㅇㅇ오래 전

아빠랑은 손절하면서 투명인간취급하고 엄마한테 곱절로 효도할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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