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이별, 힘들어하는 남자친구

쓰니2023.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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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 사는 열아홉살 여자입니다. 네이트판에 처음 글 써보네요.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남자친구가 괴로워하고, 또 이별까지 고려하게 됐어요.긴글이지만 꼭 한번 읽어봐주시고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한테는 중학생때부터 사귀고 헤어짐을 반복한 친구가 있습니다. 중학생때는 으레 그렇듯 소꿉장난 같이 만나다가 어영부영 헤어졌었어요. 그러다가 고1 초반에 다시 만나, 진심으로 좋아했었습니다. 저는 인문계, 그 친구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저는 일한다고 몇시간씩 연락이 안되는 그 친구의 삶이 이해가 안됐어요. 그 친구의 마음을 의심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 친구한테 저를 전적으로 맞추려다가 이러이러한 점만 바꾸면 안되냐 하고 물으면, 그 친구도 자기 생각만 다다다 말하기 바빴어요. 서로 어렸던 거죠. 결국 정말 좋아했지만 제가 먼저 지쳐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미련이 뚝뚝 남아서 언제든지 돌아와라... 고 마지막말을 전하고 헤어졌어요.
헤어져있던 2년 동안 그 친구 생각을 안한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하루에도 몇번씩 그 친구 생각을 했었으니까요. 그 친구도 제 생일때마다 연락을 해줬지만... 저는 다시 이 관계가 잘못될까봐 두려웠어요. 일부러 틱틱대며 연락도 보지 않았구요. 돌아오라고 했지만 참 못됐었네요, 저. 아무튼 그러다가 올해 8월에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이번엔 저도 용기를 내서 아주 오랜시간 통화를 했습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부터 시작해서, 정말 감정 다 빼고 우리가 왜 헤어졌었는지, 만날 때 어떤게 힘들었는지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했어요. 서로가 그 사이에 많이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정말 좋아했어요. 연락이 오랫동안 안되어도 더 이상 불안하지가 않더라구요. 그 시간에 그 친구가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란 걸 아니까요. 얼마나 힘들까, 저녁에 수고했다고 해줘야지. 그리고 그때까지 나도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시간을 보내야지...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퇴근 시간 즘 그 친구가 우다다 연락을 해왔고요. 참 건강한 관계였던 것 같아요.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편안했어요. 제가 그 친구네 동네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그 친구가 퇴근하자마자 달려와 손잡고 밤산책을 했어요. 저는 좀 무뚝뚝하고 그 친구는 정말 애교덩어리거든요. 근데 그 친구 앞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치대게 되더라고요 ㅋㅋㅋㅋ 이 사람이 나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나도 이 사람을 정말 아끼는구나... 그게 오롯이 느껴져서 행복했어요. 제 입시만 끝나면 여기저기로 여행도 자주 가기로 약속도 했구요.
그러다가 속 얘기도 많이 했는데, 저랑 헤어져있던 2년 사이에 부모님이 이혼을 하셨다고 하더라구요. 형은 군대를 갔고, 아버지랑 단둘이 살고 있다고. 참 힘들었다고... 저는 그것도 모르고 집에 지금 누구 계시냐, 강아지 잘 있냐(강아지는 어머니가 데리고 가셨대요) 이런 걸 물었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더라구요. 한편으로는 자기 힘들단 얘기를 하기 싫어하던 이 친구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해준게 고마웠어요. 사람에게 상처를 많이 받아서 타인을 신뢰하지 못했던 제가 이 친구 덕분에 사랑을 알게 된 것처럼, 제가 더 잘해서 이 친구를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일이 좀... 생겼습니다. 그 친구 고향이 전남 쪽인데,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간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연휴 내내 연락이 뜸했습니다. 말했듯이 저는 이 친구를 있는 그대로 믿었기 때문에 가족들이랑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하며 기분 좋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다가 연휴 끝무렵에 만났는데 이상하게 손도 안잡아주고, 제 사진이던 핸드폰 배경화면도 바뀌어있더라구요. 그러더니 하는 말이 이사를 가게 됐답니다. 한달 내에, 전남으로.
사실 부모님이 이혼하신게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서다. 십수억을 사기 당해, 아버지가 다 정리하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오자고 하시더라. 너랑은 헤어지는게 맞는 것 같아서 정떼려고 일부러 연락도 안봤다... 정말 놀라서 어버버 댔던 것 같아요. 그 친구가 연휴 내내 혼자 이 고민을 다 했을 생각을 하니까 마음깊이 안쓰러우면서도, 자기 혼자 정떼려고 했다는 게 밉기도 하고... 근데 저는 이걸로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그 친구를 보러 내려갈 자신이 있었거든요. 좀 더 이야기를 해보니 정말 마음이 쓰렸습니다. 자기가 스무살이 되자마자 자기 명의로 하고 싶었던 사업 아이템도 있었고, 너랑 가기로 했던 많은 여행지도 있었는데 그걸 다 못하게 된게 너무 슬프고 억울하다고 했어요. 이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게 하나도 없다는게 한마디로 X같다고. 정말 X같다고... 그러면서 너도 대학가면 씨씨도 해봐야 할 거고, 나같은 놈 말고도 만날 사람 많지 않곘냐며 일부로 못된 말만 하더라고요. 자기한테 정떼라는 말이겠죠. 그 의미를 다 알아서 더 슬펐어요. 일단 만남에 대한 방향을 각자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그날은 헤어졌어요. 그 친구는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하겠다고, 네 상처가 가장 적은 방향이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미 저랑 헤어지는 시나리오를 다 펼친 것 같았어요. 
정말 한 삼일동안 울기만 했던 것 같아요. 이 상황이 정말 갑작스럽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다시 만나기 시작했는데, 우리가 한 약속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친구는 연락을 안보더군요. 그 친구가 정말 마음이 없어서 그랬다기 보단, 잠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단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준비되면 연락달라고 하고, 믿으며 잠자코 기다렸고요. 기다리는 동안 생각을 정말 많이 했어요. 결론은, 저는 이 관계를 계속하고 싶고 언제까지든 기다릴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저는 그 친구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그 자체로 사랑하거든요. 저한테는 그 친구가 마음속의 버팀목이었는데, 저도 그 친구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고 싶었어요. 바깥 상황이 최악의 최악을 찍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친구가 스스로를 사지에 몰아넣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전 그 친구가 혼자만의 시간을 필요하다고 하면 그 끝이 언제가 되었든지 기쁘게 기다릴 수 있어요. 제가 이 시간을 버티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면 한달에 한두번씩이라도 내려가서 사랑만 줄 수 있어요. 그 시간, 그 돈 전혀 아깝지 않을 것 같아요. 남들이 잘 겪지 않는 일로 이 친구가 힘든 길을 천천히 돌아가더라도... 같이 옆에서 손을 잡고 보폭 맞춰 걷고 싶어요. 그 친구가 아무리 힘들어도 누군가는 나와 함께 하고 있구나, 돌아갈 곳이 있구나 하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다시 행복해질 그때까지요. 그렇지만 제가 그 친구에게 그저 마음의 짐밖에 더 되지 않는다면 물러서야겠죠. 
며칠 전에 만나서 이 얘기를 전했습니다. 먼저 운을 띄우기가 쉽지 않아 그 친구에게 어떻게 지냈냐고,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어요. 
자기는 이제 이런 일에 익숙해서 더이상 울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눈 앞이 깜깜하다. 너랑 헤어져있던 2년동안 엄마 아빠 이혼하고 정말 힘들었는데, 너랑 다시 만나고 퇴근길이 환했었다. 그런데 다시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절망뿐이다. 가족끼리 소송을 걸고 싸우고 하는 그 사이에서, 아들로서 애정으로 부모님을 다시 잘 되게 해보고 싶었지만 그게 안되더라. 이젠 돈도 벌며 살고 있지만 무력감이 든다. 자기는 이제 애정도 사랑도 없는 짐승같은 존재다. 솔직히 당장 네가 1순위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네가 나한테 짐이 되는 건 전혀 아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지만, 그 표정이 정말... 제가 다 울고 싶더라구요.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당장 그 친구를 위로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눈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 밖엔 할 수 없었어요. 저는 제 마음을 서툴지만 차근차근히 말해줬어요. 마음까지 헤어지고 싶지 않다고. 너를 기다릴 수 있다고... 너한테 1순위가 되는 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저 네편이 되고 싶은 거라고. 그 친구는 네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지만, 자기를 끌고 가는게 제 손해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너를 억지로 끌고가려는게 아니다, 그냥 기쁘게 기다리려는 것뿐이다... 라고 누차 말했어요. 그렇게 또 밍밍하게, 이사 가기 전 마지막으로 한번 더 보기로 하고 제대로 된 결정 없이 헤어졌어요. 그 친구가 너무도 지쳐보여서 말을 더 할 수가 없더라구요. 그 와중에 저를 위로해주며 데려다주는 그 친구가 참 고맙고, 예쁘고 사랑스러웠어요. 집에 와서 많이 울었어요. 
그렇게 며칠을 연락을 안하고 지냈어요. 정말 매일 연락해서 안부를 묻고 목소리를 듣고 또 보고 싶었지만... 가장 힘든게 본인일 것 같아서 연락을 참았어요. 제가 이렇게 매달리는게 오히려 짐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러다 쉬는 날에 그 친구랑 마지막으로 바다라도 가보고 싶어 큰 용기를 내서 바다에 가지 않겠냐고 물었지만, 그 친구는 일로 바쁘다고 했어요. 마음이 예쁘다며, 미안하다는 그 친구의 말이 참 아프더라구요. 서로에게 미안한 존재가 되고 싶진 않았는데. 저는 이번주 언제라도 난 시간이 되니 너도 시간 되면 연락 달라고 했고, 그 친구의 알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연락을 더 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날씨가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고,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늘 그랬듯이 연락을 하고 싶지만 먼저 연락을 해줄 때까지 참는 중이예요. 벌써 다음주 쯤이면 이사를 간다고 했던 날짜인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네요.
제가 지금 고민이 되는건 제가 이렇게 남자친구를 혼자 두는게 맞는가 예요. 남자친구는 애인한테 힘든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거든요. 남들한테 자기 힘들다는 티를 내는 걸 극도로 싫어해요. 그래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지금은 먼저 연락을 하고 있진 않지만 며칠뒤면 정말로 헤어져야 하잖아요. 그 전에 제 마음을 다 드러내야 하는건지, 아니면 자기가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건지... 고민이 됩니다.저는 정말 결심했거든요. 좋아만 하겠다고. 영원한 남자친구의 편으로서, 결말이 어떻게 되든 인간 대 인간으로 응원하겠다고... 그 친구가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좋은 사람이란 걸 아니까요. 지금 제가 마냥 어려서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게 너무 미안해요. 기다려달라고 하면 정말 기쁘게 1년이고 2년이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 남자친구가 모든 걸 놔버리고 싶을만큼 지쳐보여서 불안하기도 해요. 힘이 되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짐'이 아닌 '힘'이 될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지막으로 만나기 전에 제가 먼저 연락을 해도 될까요, 아니면 혼자만의시간을 갖도록 둬야할까요. 어떤 말을 해줘야 할까요... 전 정말 큰 걸 바라지 않는데, 그냥 이 친구가 긴 어둠을 뚫고 나올때까지 마음만이라도 옆에 있어주고만 싶은데... 많은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