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 덧붙이자면 전남자친구와는 정확히 5개월 전쯤 헤어진 뒤로, 막연히 '이 남자가 때가 되면' 다시 만나야겠다 생각하고 간간히 연락을 해왔습니다. 제가 옆에 없어야 더 정신을 차리지 않을까.. 싶은 저 혼자만의 생각에 다시 사귀기엔 시기상조라 생각했어요. 미련이 남아 연락을 종종 했었고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이해 안 간다고 욕 먹을 부분이라면 욕 먹을 부분이겠네요 ㅠㅠ
아무쪼록 남겨주신 쓴소리들 꼼꼼히 여러번 읽어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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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부터 만나온 과CC 남자친구가 있습니다.남친 집이 옛날에 파산신청을 한 상태라 빚은 없지만, 결코 넉넉하지 않은 상태라는 건 어릴 때 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모아두신 노후자금은 1,000만원도 없지만 현재 두 분 합쳐서 월 600씩은 벌고 계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지방에 전세 2억 정도로 살고 계시고요.) 그치만 나름 명문대 출신인데 나와서 밥이야 굶을까.. 싶어 결혼에 가난이 걸림돌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실제로 대학생 때 부터 친구랑 술 마시고 가끔 잠들어서 사람 복장 터지게 한 적은 있어도, 참 착하고 이해심도 많은 남자친구라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평생 행복하겠다'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영혼의 단짝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척하면 척, 내 마음을 잘 아는 소울메이트다 보니 이 사람이 아무리 나태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도 결국 '한 번만 더 참자' 하면서 만나다 보니 거의 8년을 만났네요. 그저 가난한 시댁을 커버할만큼 본인이 대기업이라도 들어가길 바랬던 게 제 바램이었고요. 하지만 성격이 좋은만큼 참으로,, 느긋하고 느리게 돌아가는 사람이었어요. 좋은 머리를 쓸 줄 모르는 사람이랄까
현재는 시간을 갖기로 하고 5개월 가까이 지난 상태입니다. 이 사람이 실수령 230만원 정도 되는 작은 스타트업에 취직하면서 제가 더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고 주위 커플들에 대한 부러움이 심해져 이별을 고했거든요. 남자가 밥값은 다 내야한다? 명품백을 사줘야 한다? 이런 생각은 조금도 없습니다. 그치만, 적어도 함께 결혼하며 미래를 그릴 정도의 책임감은 보여야 한다 생각했어요. 막말로 집안도 힘든데 본인이라도 노력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있었고요.그런데 웬걸.. CPA 시험은 본인 길이 아니라며 3년 준비한 시험을 포기하고 IT 개발자로 전향해 스타트업에 들어간 남자친구가 원망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조금 더 노력해주지.. 취직할거면 진작 열심히 IT쪽으로 가서 돈이라도 일찌감치 벌지... 왜 한 번을 이런 쪽으로 믿음을 안 주고 느리게 돌아가는지 많이 미웠어요.
학창시절에도 늘 제가 더 많이 벌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는 이유로 소소하지만 용돈도 보내준 적 있고 옷이며 밥이며 최소 70% 이상은 제가 부담을 했다 보니 보상 심리가 생겼나 봅니다. 이러면 안되는 걸 아는데.. 참 쉽지가 않더라고요. 남친은 본인 앞으로 학자금대출도 있고... 돈을 모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카카오대출도 아무 생각 없이 300만원 정도를 빌려 썼더라고요. 이 때 정말 너무 한심하고 저랑 다른 세상 사람처럼 느껴져 마음이 많이 흔들렸어요.
저희 집은 여윳돈이 많은 건 결코 아니지만 20억 정도의 자가 1채가 있으며, 나름 부모님 노후 준비는 모두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아빠는 돈이 뭐가 중요하냐며 사람을 보라 하시지만, (저희 아빠나 친할머니께서는 전남친에 대해 한결같이 '저렇게 착하고 너한테 맞춰주는 사람 없다'며 둘이 만났으면~ 하시는 뉘앙스로 늘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희 엄마는 스무살 때 부터 지금까지 '가난한 남자는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시네요..ㅎㅎ
주저리주저리 서론이 길었는데,
전남자친구에게 돌아가 결혼할지 말지인생 최대의 고민 중입니다. ㅠㅠ
저는 프리랜서로 대학생 때 부터 일을 해왔다 보니 지금은 20대 후반에 3억 정도를 모아뒀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인천쪽에 작은 전셋집 정도는 구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전)남자친구도 수입이 적다 보니 1.5억 정도는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할 것 같아요. 막말로 둘이 합쳐 5억이면 풍족하진 못해도, 결혼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고.. 여자가 더 해오면 뭐 어떤가, 우리는 딩크니까 아이 키울 돈으로 조금 부족한 살림 메꾸고 살면 되지 않나.. 이렇게 합리화 회로를 돌리게 되네요. 8년간 함께해온 세월 탓인지 이만큼 잘 맞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서로가 다른 이와 함께하는 미래는 상상이 가지 않아요 ㅠㅠ
어릴 때 부터 27살에는 꼭 결혼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곧 서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이 사람과 헤어질 당시엔 도저히 결혼에 대한 미래가 보이지 않았는데,지금은 걍.. 바라는 것도 점점 사라지고 내가 손해봐도 괜찮으니 어떻게든 결혼생활을 시작해서 조금 더 빨리 신혼을 즐기고 싶습니다. (소개팅으로 다른 남자를 만나면 안되냐 물으신다면... 은근 사람 자체에 대한 조건이 까다로워서 다른 남자는 잘 못 만나겠어요 ㅠㅠ 그리고 워낙 수년간 그려왔던 미래 속의 사람이 이 남자였다 보니, 그게 쉽게 포기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 70%에 걱정 30%로, 전남친이 어떻게든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너랑 살기 위해 ㅇㅇ즈음엔 이직을 준비할 거고, 현재 내 소득에 이 정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대출금 중 ㅇㅇ%는 내가 부담할거야' 이런 식으로 저에게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믿음을 주길 바래요.
그런데 전남친은 이러한 저의 요구가 '조건이 붙는 사랑'같다고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인 계획과 변화를 요구하며 당장 만나주지 않는 상황이 자신을 계륵같이 여기는 것 같다며 많이 속상해 하네요. 하지만, 그렇게 치자면 수많은 현실적 조건을 포기하고 사랑과 사람 하나만 보는 저는 뭐가 되나요....ㅠㅠ
어제도 이런 얘기를 하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서 지금은 연락하지 않고 있어요.전남친 마음도 이해합니다. 저한테 헤어진 뒤로도 3번 정도 다시 만나자고 했었는데, 제가 오빠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밀어냈거든요. 그러면서도 결혼을 생각하는 뉘앙스를 비치니 당연히 혼란스럽기도 하겠네요.
비록 지금은 꽃피지 않았지만, 포텐셜이 있다고 믿는 사람. 주위 어딜가든 호감을 쌓아 어른들에게 사랑받는 사람. 'ㅇㅇ는 언젠간 진짜 성공할거야'라는 이야기를 듣는 똑똑한 사람. 나와의 8년을 공유하며, 내게 다 맞춰주는 착한 사람. 취미도 취향도 다 잘 맞는 사람.
그렇지만 정작 아직 한 번도 내게 실질적인 결과물은 보여준 적이 없는 이 남자....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이대로 결혼해도 될까요?
당장 결혼하면 웨딩반지는 물론이고 가전 하나도 구매할 형편이 못 될 상황이니.. 당연히 2년 정도는 기다렸다 해야겠지만, 2년이 지난다고 딱히 이사람이 돈을 모을 것 같진 않네요차라리 결혼해서 제가 통장을 빡세게 관리하면 모를까.... ㅎㅎㅎ
맘같아선 동거라도 먼저 해보고 싶은데, 엄마가 뒷목 잡고 쓰러지시겠죠? 하하..저처럼 오래 만난 남자가 가난했지만, 극복하신 분이 있는지 궁금하네요.아마 반대 케이스가 많을 것 같지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고 싶어 글 올려봅니다.
시간 내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