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미워요

ㅇㅇ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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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입니다. 이렇게 많은 말씀들을 해주실지 몰랐는데,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들 하나하나 읽으며 많은 생각들이 들었어요. 후기를 쓸 마음은 없었지만 기다리시는 분도 계신 것 같아 힘겹게 씁니다...

오늘 결국 불안함을 견디지 못하고 다음 검진일보다 일찍 병원에 갔고 아기 심정지를 확인했습니다. 가족들에게 말씀드리란 조언처럼 말씀드릴까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형님께만 귀띔하였고, 소파술을 해야해서 모임에는 불참하기로 하였습니다.

여전히 남편이 밉지만 지금은 세상에서 제 자신이 가장 원망스러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는 상태입니다. 남편도 진짜 이렇게 될줄은 몰랐는지 많이 당황스러워 하네요. 몸 잘 추스르고 마음이 안정된 후 남편과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어봐야겠습니다. 부족하고 어리석었던 저를 위해 피와 살이 되는 조언을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모두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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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노산에 자궁근종수술 이력이 있는 고위험군 산모입니다. 그런데 시부모님과 남편은 아기를 좋아해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러다 드디어 아기가 생겼는데 지난주 검진결과 유산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고, 다음 검진을 기다리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아직 7주 밖에 되지 않아 가족들에겐 알리지 않은 상태인데 지난주에 시아버지한테서 다같이 식사하자고 연락이 왔어요. 아기가 생긴 이래로 줄곧 피를 보고 있던 터라 안정기가 되면 알리려고 만남을 피해오고 있었는데 일단 알겠다고 했어요.

아버님께서는 제가 회를 좋아하는걸 알고 회를 사주시겠다 했는데, 유산 가능성은 있지만 임산부는 임산부인지라 회는 먹을 수가 없어 돌려돌려 다른 메뉴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사정을 모르시는 형님이 횟집으로 변경했다고 남편한테 연락을 했대요. 제가 횟집 말고 다른 데로 가자하라 했는데 형님이 회 먹고 싶다고 횟집으로 가겠다 하셨다는 거예요. 분명 제가 암것도 못 먹고 있으면 가족들이 걱정하실 거라고 바꾸라고 했는데 남편은, 아직 약속이 다음주 금요일이니 병원 가보고나서 유산이 아니면 임신했다 이야기하고 다른 음식점으로 바꾸자하고 유산이면 횟집 가면 되지 않겠녜요.

남편 말이 맞죠. 근데 제가 유산 될까봐 계속 글 찾아보고 매일 울고 불안에 떠는걸 보면서... 임신 관련 화제를 가족들 앞에서 피하고 싶어하는거 알면서 어떻게 저렇게 가볍게 이야기하는건지 너무 서운해요. 저는 언제 유산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신됐다고 밝히고 직전에 식당 예약 변경하기도 싫고, 유산되자마자 얼씨구나 이제 회먹을 수 있네 하고 회먹으러 가고 싶지도 않아요. 그래서 그럼 난 안갈테니 다녀오라 하니 자기도 기분 나쁘다네요.

그냥 지금은 사실 모든게 다 싫고 예민해요. 남편이라도 제 기분을 좀 맞춰줬음 좋겠는데, 식당 메뉴 바꾸는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ㅜ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