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주의] 운을 믿고 타야하는 A항공사

쓰니2023.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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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10월 22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입니다. 

그날 비행은 저에게 지옥 같은 경험이었고 지금까지도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립니다. 부디 다른 분들은 이런 경험을 안 하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 이 글을 남깁니다. 

제가 아무 문제 없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건 그날 같이 탑승했던 간호사분들이 계셨음을 잘 알기에 이 글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립니다. 그날 저를 끝까지 지켜주신 세 분 중 연락처를 미처 못받은 나머지 한 분을 찾습니다. 수원에서 근무를 하시고 10월 22일 비행 때 신혼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던 와중이셨음을 기억합니다. 혹여나 이 글을 읽으신다면 연락 주세요! 

최근에 제게는 없었던 비행공포증이 생겼습니다. 비행 중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호흡곤란이 와서 과호흡을 하게 되는 데 이를 위해 그날 비행 때 사용할 수 있는 과호흡 마스크를 준비하고 탑승했습니다. 과호흡만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진정시키면 큰 어려움 없이 비행이 가능한 저의 상태입니다. 증상 없이 탑승을 하고 이륙 후 승무원 한 분께 제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과호흡이 올 경우 과호흡 마스크 착용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도움을 부탁드린다고요. 

기내식을 나눠줄 무렵 멀미 증상이 나타나면서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승무원께 도움을 요청해 마스크를 착용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승무원이 저에게 건넨 말이: "뭐가 무서우세요? 요즘 비행기가 얼마나 안전한데...!" 진정되라고 하는 말 같았는데 전혀 진정이 안 되더군요...

그렇게 1차 호흡곤란이 지나가고 진정이 될 무렵 기내 안에서 불이 꺼진 후 2차 호흡곤란이 몰려왔습니다. 이번에는 과호흡으로 인해 몸이 막 떨려와서 승무원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저더러 캐빈으로 이동하라고 하여, 혼자 비틀거리며 힘들게 불이 켜진 캐빈으로 가서 한쪽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애써 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했습니다. 혼자서 무서움과 고통 속에 떨고 있어야 했고, 옆의 승무원들은 전혀 관심 없이 자기들끼리 대화만 이어나가더군요. 
(나중에 설명드리게 될 전직 독일 간호사 두 분께서는 이때부터 제 모습을 살피며,‘ 왜 아픈 듯한 사람을 저렇게 혼자 내버려 두고 있을까?’ 생각하시며 저를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합니다.)
차츰 더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공포감이 몰려오는데 무서웠습니다. 마스크를 잡고 있던 손이 굳어오기 시작하고 서 있는 것마저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가 쓰러지겠다 싶었습니다. 더 힘들어질 때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오로지 이 한마음으로 견디다 견디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고 느껴졌을 때 옆에 다른 업무를 보는 사무장?분께 몸이 굳어가서 죽을 거 같다고 의사선생님을 불러달라고 요청을 했습니다.  그때부터 제 지옥 같은 비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인상을 쓴 채 몹시 짜증을 내며 사무장은 저에게 못마땅하다는 듯이 : "비행공포증이에요? 공황이에요?!?" 물었고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비행공포증이요..." 라고 하니 저에게 돌아오는 말은: "이게 의사를 불러봤자...!" 하며 몹시 불쾌하다는 듯이 말씀을 하시더군요. 여기서 드는 의문은, 비행공포증이면 어떻고 공황이면 어떤가요? 대처를 하기는커녕 도움을 요청하는 승객에게 도와주기 싫다는 티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 너무 황당하고 가뜩이나 무서웠던 상황에서 덕분에(?) 공포감이 배로 몰려오더군요. 이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또는 사무장께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면 저는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까? 

잠시 후, 기내방송으로 응급상황을 알리며 승객 중 의료진의 유무를 알렸습니다. 그러자 비행기에 타고 있던 승객 중 한 간호사분이 오셨습니다. 
서있는 저를 보고 깜짝 놀라시며  다른 승무원께: "여기 좀 앉힐게요" 하면서 저를  승무원이 이/착륙 시에 앉는 의자에 앉혔습니다. 그러면서 제게 과호흡으로 인해 몸이 굳어오는 거니 걱정 말라고 안심 시켜줬습니다. 그러고는 제가 진정이 되는 듯해 보이니, 본인은  다시 자리에 갈테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달라고 하셨습니다. 그 와중에 저를 의자에 앉힌 것과 저를 진정시켜준 게 승무원이 아닌 같은 탑승객이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A항공사의 도움이 필요한 승객을 대하는 방식은 이런 것이구나 하며  받아들여야 할까요?  비행중 발생한 응급 승객을 케어하는 건 캐빈크루의 업무에 속하지 않습니까? 도움을 주면 페널티라도 받습니까? 

이제는 조금 편히 갈 수 있겠지... 하고 마음을 먹는 순간 또다시 몸이 굳어왔습니다. 그러고는 기억이 잠시 끊깁니다. 

다음으로 기억나는 건 제가 바닥에 쓰려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제 귀에 대고 "손님! 손님! 정신 차리세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면서 제 목의 맥을 짚는 거 같았습니다. "내가 왜 바닥에 누워있지? 일어서야겠다. 춥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몸이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옆으로 돌아보라는 말에도 반응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몸은 말을 안 듣고 반응도 느려집니다. 그리고 기억이 나는 건 앞서 저를 봐주신 간호사분 외에 또 다른 탑승객 두 분(위 설명의 저를 살펴보고 계셨다는 분들)께서 전직 간호사라며 응급처치를 해주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이분들은 제 뒷자리에 앉아계셨던 분들로 처음부터 제 상태를 눈여겨봤다고 하시며 제가 쓰러지자 아무런 대처 없던 승무원과는 다르게 발 빠르게 응급처치를 시작하신 것입니다. 그중 간호사 한 분께서 아무래도 열이 나는 것 같으니 승무원에게 체온계를 부탁하는 얘기를 들었고, 그마저도 "새것을 뜯어야 하는데 뜯을까요?" 하며 주저하는 승무원의 답은 아주 잘 기억합니다. 
A항공은 체온계 하나마저 아픈 승객에게 쓰이는 게 아까운가 봅니다. 진정될 만하면 또다시 몸이 굳어오고 호흡이 가빠지고, 이렇게 제 의지와는 다르게 반복을 하다 보니 괴롭더군요. 

그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는데 한 승무원분이 지금이라도 멀미약을 먹으면 어떻겠냐고 하는 걸 간호사분들께서 말리셨습니다. 빈속에 약이 어떻게 작용할지 모르고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말리시는데, 그 승무원께서: "약을 먹으면 잠이라도 잘까 봐서..." 하시는 겁니다... 정신이 들 무렵 바닥에 웅크려진 저에게, 그 때까지 안 보이던 사무장이 와서 화를 내며 이러시더군요: "손님! 결정을 하셔야 합니다. 아직 비행이 6시간이나 남았는데, 지금 당장 근처 공항에 착륙을 하던지, 인천공항서 바로 앰뷸런스를 콜 하던지. 앞으로 계속 이러면 저희도 너무 곤란합니다. 
6시간이나 더 가야 한다고요!"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준 사람도 아닌 분이, 저에게 당장 결정하라면서 화를 내는데 너무 불쾌하고 무서웠습니다. 옆에서 같이 앉아있던 간호사 한 분께서, 자극주면 안 된다 지금 간신히 진정된 상태이고 본인 의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거 모르시냐... 라고 하니, 화를 내며? 또 시야에서 사라지신 사무장님! 
덕분에 가뜩이나 힘들었던 비행이 더욱 지옥같았습니다. 

"마음을 편히 먹으시면 될 거 같아요." 라고 말 건넨 승무원님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과호흡을 하게 되면 본인 의지와는 달리 몸이 말을 안 듣습니다. 손이나 몸이 떨려와도 자제가 안 됩니다. 그래서 더욱 괴롭습니다. 

저를 돕고 저를 케어하시며 비행 중 지켜준 분들은 같은 승객이었지 캐빈크루는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분들 아니었다면 위급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살아서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게끔 A항공사의 대처는 끔찍했습니다. 응급처치와 케어는 오로지 세 분의 간호사분의 몫이었고 A항공은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옆에서 저를 돌봐주신 분들께 몇 시간 간격으로 와서는: 힘드셔서 어쩌냐... 하는 말이 승무원의 역할 전부였습니다. 격식만 차리면 된다고 생각하시나 봅니다. 

비행 1시간을 남기고 저에게 갑자기 급 친절해진? 사무장님이 오셔서 그러더군요: "아무래도 공황인 거 같으니 다음에는 약을 드시고 탑승하세요. 이제 1시간 밖에 안 남았으니 괜찮을 겁니다." 저는 다른 사람이 와서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화를 냈던 사람은 사라지고, 상냥하고 마치 본인이 옆에서 도움을 준 거 마냥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망설이며 도움을 주지 않는 A항공사. 기억하겠습니다.  

악몽과도 같았던 경험을 다시 하고 싶지 않아 독일로 다시 출국하기 전에 신경안정제를 준비했습니다. 출국 전 A항공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간략하게 말을 하자면, 비행 중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는데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얼마든지 알려달라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필요한 것에 대해 짧게 메일로 답 드리고 10월 31일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 비행에 탑승했습니다. 제가 부탁드렸던 내용은 전혀 브리핑이 안되었고, 약을 복용 후 기절하듯 잠들었다 깨니 전혀 내막을 모르는 승무원께서 하시는 말씀이: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손님?" 이었습니다. 브리핑도 안 할 거면 왜 메일을 보내시는지요? 격식만 차리면 되는 A항공사임을 또다시 증명해 주네요. 

비행 중 겪었던 게 A항공사에서의 일상이라면, 앞으로 이 항공사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겁니다. 마지막에 한 승무원께서 저에게: “손님은 정말 운이 좋으신 거 같아요. 같은 비행에 의료진 3분이나 타는 게 흔한 일이 아닌데...” 라고 하셨습니다.  A항공사 승객은 오로지 본인의 운을 믿고 비행을 해야 합니까? 이 항공사가 스타얼라이언스 멤버라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