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완벽해서 피곤한 와이프

살살2023.11.16
조회27,535
해외 거주중인 초등학생 딸 둘 아빠입니다.
제목만 보면 배부른 소리로 보이시겠지만 조언이 간절합니다.
아내에게 글 올려본다고 이야기 하고 씁니다.

와이프는 연애때부터 자기관리, 시간관리를 잘했고 성격이 칼같습니다.
너무나도 큰 장점이지만 그 장점이 저를 숨막히게 합니다.

디테일한 부분은 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생략하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와이프의 일과는
새벽 4시 반 기상, 조깅, 아침식사 준비 및 아이들 도시락 싸기, 아이들 등교준비.
아이들 등교 후, (제가 출근하며 학교에 내려줌)
운동, 장보기, 씻기, 출근, 퇴근하며 아이들 픽업, 아이들 간식먹이기, 학원 또는 운동시키기, 저녁준비, 집안일, 아이들 숙제 봐주기, 씻기고 재우기.
이후 추가 집안일, 독서, 스트레칭, 목욕 후 취침

입니다. 평일 스케줄이요.

주말엔 매주 아이들과 갈곳을 정해 아침일찍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고, 가끔 캠핑이나 여행을 갈 때 빼고 나머지 시간은 대청소를 합니다.

처음엔 저와 할 일을 정해 나눠 하였으나 제가 하는 집안일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1. 어지르지 말 것
2.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
이 두가지만 하라고 하였습니다. 식사 후 뒷정리나 빨래 가져다 놓는 가벼운 정도 외엔 손대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와이프의 스케줄은 아주 가끔 예외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절대적으로 지켜집니다.
가끔 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술을 마신날에도 한두시간만 자고 무조건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저 모든 일정을 소화합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밤에 잠드는 시간까지 절대 시간을 허투루 쓰거나 낭비하는 법이 없습니다.
몸매도 연애시절과 다르지 않고, 손톱, 머리카락, 피부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주말 아침에 아이들과 외출 준비를 할 때, 제가 잠에서 깨지 못하거나 시간 맞춰 준비하지 못하면. 기다리지 않고 아이들과 그냥 나가버립니다.
당연히 아이들과 와이프만 공유하는 추억과 경험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집은 항상 머리카락 한 올 없이 깨끗하고, 와이프 역시 깔끔한 모습, 아이들도 와이프의 영향을 받아 그런지 정리정돈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저는 평범합니다.
그냥 남들처럼 살았으면 싶습니다.
주말에 피곤해서 못일어나면, 그날 하루정도 일정 취소하고 집에서 다같이 쉬기도 하고.
서로 나이들며 자연스레 살이 붙어도 그러려니 하는.
옷이 의자에 좀 걸쳐져 있고, 주말엔 과자봉지도 좀 열려져 있고 하는.

저에게 직접적인 잔소리는 하지 않지만, 제가 쉬고 있을 때 쉴새없이 움직이고 있는 와이프에게 눈치보입니다.
집이 쉬는 곳이 아니라 또 다른 직장상사가 있는 곳 같습니다.
제가 깜빡하거나 급하게 나가느라 물건을 제자리에 놓지 못하면 그 즉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습니다. 무표정으로요.
무안하고 큰 잘못을 저지른 것 처럼 느끼게 합니다.

제가 좀 내려놓고 살자고 했을 때,
"나는 이게 일상이고 기본이야. 힘들고 하기 싫은걸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고 당신한테 내 생활방식을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당신은 왜 당신 방식을 강요해? 그건 편한게 아니야. 게으른거지."
라는 대답을 듣고 더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아이들도 이제는 제가 핸드폰을 보거나 쉬고 있으면 한심하단 얼굴로 "피곤한건 체력이 약해서고, 체력이 약하면 운동을 해서 늘려야 한다" 는 내용의 이야기들을 합니다.
아무래도 와이프의 영향이 크겠죠.

집에서 점점 작아지고,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고. 와이프의 빈틈없는 스케줄과 생활방식에 눈치가 보이고 숨이 막힙니다.

이혼할 마음은 없습니다.
외모도 능력도 제게 과분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어떻게 하면 와이프와 편하게 지낼 수 있을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