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엔 탄식과 침묵 흘렀다… 사우디 119표로 월드엑스포 유치

ㅇㅇ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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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전 나선 부산 시민들 허탈
눈물 보이거나 고개 숙이기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옆에 11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부산에 탄식과 함께 긴 침묵이 흘렀다. 대극장에 모인 시민들은 차마 입을 떼지 못했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개를 푹 떨구거나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들도 많았다.

29일 오전 1시 20분께 부산 동구 범일동 부산시민회관. 프랑스 파리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된 순간 대극장은 아쉬움으로 가득 찼다. 유럽에서 들려온 비보에 ‘2030부산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시민 응원전’에 참석한 시민들은 침묵했다.

현장을 찾은 시민 부순혜(53) 씨는 “이렇게 크게 차이가 날지 몰랐다”며 “지금까지 다른 분들과 함께 부산 유치를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이럴 줄은 몰랐다”나 “미쳤다” 등 혼잣말이 들리기도 했다.

‘리야드 119표, 부산 29표’라는 결과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부산은 결선 투표에서 막판 역전극을 노렸지만, 1차 투표로 마무리가 되자 시민들은 허탈함에 빠진 듯했다.

부산 시민들은 지난 28일 오후 8시 30분부터 열망을 담은 마지막 응원전에 나섰다. 부산시민회관 대극장 1600석 대부분을 채운 시민들은 한마음으로 부산을 응원했다.

이날 오후 10시 40분께 BIE 총회에서 부산시 발표(PT)가 시작되자 극장에 모인 시민들은 환호했다. 연단에 오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당신의 하나뿐인 선택, 부산 코리아’를 말하자 박수가 터졌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을 마치자 다시 함성이 터졌다.

현지 PT에 앞서 파리에서 영상 메시지를 보낸 박형준 부산시장은 “사막을 건너게 하는 건 저 너머 오아시스가 있다는 희망”이라며 “희망을 선사해 준 시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준비된 공연을 관람하며 끝까지 응원에 나섰다. 트로트 가수 김시훈은 ‘이 노래 들으면 로또 1등’이라는 노래 가사를 “이 노래 들으면 부산에 엑스포 유치해!”라고 바꿔 불러 관객 호응을 유도했다. 어린이 치어리더 응원단 ‘드림아이’는 BTS ‘다이너마이트’와 월드엑스포 유치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동구에 사는 이 모(42) 씨는 “지난 4월 BIE 실사단이 부산역에 방문했을 때 월드엑스포 유치를 응원했던 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이번 응원전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응원전을 찾은 김진홍 동구청장은 “월드엑스포 유치를 향한 시민들의 강한 열망은 경쟁국과 차별화되는 부산만의 강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2030 월드엑스포 개최지가 되면서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 더 이상 함성은 울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극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