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하고 재수없는 아이

한심2023.12.01
조회318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나이 55세인 여자입니다.

그동안 마음이 너무 힘들어 제 마음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데 마땅히 이야기 할 곳이 없어 이곳에 적습니다.

 

저는 저보다 1살 어린 남동생과 부모님과 함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비교적 풍요롭게 살았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5살에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한꺼번에 잃고 6살 때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분께 입양되어 지금까지 그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을 잃고 입양되기 전 6살까지 1년 동안은 제가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동네를 구걸하며 길거리 생활을 했습니다. 남동생을 데리고 동네 쓰레기통도 뒤지고 남들이 먹다 버린 닭뼈도 빨아먹고 운이 좋으면 밥도 얻어먹고 추우면 동네 굴뚝옆에서 굴뚝에서 나오는 온기라도 느끼고 싶어 웅크리고 동생을 꼭 끌어 안은체로 잠들며 길에서 떠돌았습니다. 말이 좋아 길거리 생활이지 거지였습니다. 동네를 다니면 동네 아이들이 저와 동생에게 거지라고 돌도 던지고 놀리기도 하였지만 동생과 같이 있는 것이 저한테 위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던 당시 전해 듣기로는 아버지께서 조그만 사업체를 하셨는데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사업체가 공중 분해되고 저희 가족이 살던 집도 쫓겨나게 되었고 빚이 많아서 빚을 떠안을까봐 그랬는지 친인척이 없었는지 저와 남동생을 돌봐줄 사람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1년 정도 길거리 생활을 하다가 아빠의 가장 친한 친구분 집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아빠 친구분도 생활이 여의치 않고 당시에도 저 말고도 아들 1명과 딸이 1명 있어 저와 제 남동생을 둘 다 받아줄 수 없는 형편이셔서 둘 중 하나는 고아원으로 가야 했는데 아빠 친구분댁에서는 저를 선택하시고 제 남동생이 고아원으로 가게 되어 저의 하나뿐인 가족은 이렇게 헤어져서 지금까지 영영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길거리 생활을 할때도 아빠 친구분댁에 입양이 될 때도 주변 제 사정을 아는 동네 아주머니들은 제가 재수 없는 아이라 집안이 이렇게 됐다. 제가 독해서 남동생을 고아원으로 보내고 자기만 아빠 친구네 남았다 그러시면서 제가 동네를 지날 때마다 독하고 재수 없는 아이라고 제 뒤에서 수군거리셨습니다. 그때 들었던 재수 없는 아이, 독한 아이라는 소리가 55살이 된 지금도 제 마음에 비수처럼 박혀있습니다.

 

저는 아빠친구네 입양된 후부터 그 집 딸이 되고 사랑받고 싶어서 시키지 않은 심부름도 하고 집안일도 하고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그때마다 주위 사람들은 부모 잡아먹은 독한 아이라고 손가락질만 받았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집에서 파양될까봐 아픈 것을 참고 있으면 또 독하다고 그러고 일부러 밝게 웃으며 다니면 동생 고아원 보내고도 웃고 다니는 독한 아이라고 하고 제가 무슨 행동만 해도 다 독하고 재수 없는 아이였습니다. 당시에 아빠친구분댁도 여유가 없어서 밥을 많이 먹으면 싫어하실 것 같아 일부러 밥도 적게 먹어 늘 허기가 졌지만 그래도 길거리 생활이 얼마나 참혹한지 경험해봤기 때문에 저를 받아준 것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집에서 저를 마음으로 가족으로 받아주시지 않았어도 많이 맞지 않고 많이 학대도 하시지 않았고 학교도 제때 보내주셔서 지금은 의료계에서 나름 전문직으로 일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는 평생 저를 길거리로 버리지 않고 키워주신 은혜를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빠친구분께서 25년전 돌아가신 후로는 제가 이집에 실질적인 가장으로 생활비를 대며 새엄마를 모시고 현재까지 결혼도 하지 않고 살고 있습니다.

 

고아원에 간 남동생이 걱정되고 그리웠지만 제 힘으로는 동생을 데리고 살 수 없어서 제가 경제적으로 자립하게 되면 꼭 동생을 찾는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제가 30살이 된 시점에 수소문을 하여 동생을 찾았지만 동생은 고아원에 간 후 아들이 없는 집으로 입양되었고 동생이 입양된 후로 그 집에 아들이 태어났고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입양된 집에서 3년 정도 살고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뒤로 저는 동생을 고아원에 보낸 죄책감을 가지고 지금도 살고 있습니다. 아마도 동생과 헤어질 무렵 1년 동안의 거리생활에 지쳤던 저는 동생이 버거웠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당분간만 동생과 떨어지고 싶었을 겁니다. 결국 저는 세상에 하나뿐인 동생도 버린 나쁜 누나입니다. 아빠친구분댁에서 저를 선택한 것이라는 혼자만의 말도 안되는 말로 제 스스로 제 행동의 명분을 찾았을 겁니다. 동생과 헤어지던 날 저같은 사람도 누나라고 저와 헤어지기 싫어서 매달리던 동생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살면서 누구보다 제 가족을 가지고 싶었지만 저처럼 재수 없고 독한 사람에게서 태어난 제 자식에게 제 불운이 옮겨갈까봐 걱정이 되었고 저도 저희 부모님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남은 내 자식은 어찌될까 하는 걱정에 결혼도 하지 않았고 그 결정은 지금도 잘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은 부쩍 하늘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이 자꾸 생각납니다. 제가 많이 지쳐서 일까요? 저만 이 세상에 혼자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너무 힘듭니다. 제 고의는 아니지만 동생을 고아원으로 보내서 동생이 겨우 8살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도 다 제 탓만 같습니다. 살면서 저는 늘 허기가 졌습니다. 배고파서 허기진 것도 있고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나 관심에도 늘 허기가 졌습니다. 주위에서 부모 잡아먹은 재수 없는 아이, 그러고도 혼자 독하게 살고 있는 독한 아이라는 소리가 너무 억울했습니다. 제가 우리 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한 것도 아닌데 왜 어린 저에게 동네 아주머니들은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세상에 혼자인 제가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제 혼자 힘으로 자립해보고자 열심히 노력하면 살았던게 왜 독한 걸까요? 진짜 저는 재수 없고 독한 사람일까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제가 입양아이고 저에게 이런 사연이 있다는걸 제 지인들은 모릅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어디라도 털어놓으면 마음이 좀 편할까 싶어 긴 글을 적었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