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계실 때 잘 하라는 말이 이런거였나봐요

ㅇㅇ2023.12.10
조회3,724

옛날에는 뭐 그리 싫은 것이 많았는지 뭐 그렇게 순수했던 건지 술 마시거나 담배 피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큰아빠와 외할아버지를 멀리 하였던 내가 너무 밉더라.
아들을 좋아하는 친가에서 우리 아빠보다 나를 더 아끼고 자기 딸보다 날 더 예뻐하고 가족들 몰래 너 좋아하는 맛난거 사 먹으라고 어린 애 손에 꼬깃꼬깃 구겨진 노란 지폐 한 장씩 쥐어주시고는 비밀이라고 쉬쉬하던 큰아빠
담배 냄새 난다고 싫다고 하였던 날 보면서도 예쁘다고 좋아하셨던 우리 큰아빠
당뇨병 때문에 삐쩍 마른 채로 병실에 누워있으셨지만 가기 귀찮다며 미루던 어린 시절의 나.
어쩌다 한 번 가보니 삐쩍 마른 모습으로 주름진 손에 링거를 맞으며 누워서 날 보며 웃으시며 하셨던 말.
“저 서랍장에 ㅇㅇ가 좋아하는 검은콩 두유 있으니까 먹어”
그 말을 듣고 신나는 표정으로 꺼내 마시는 내 손을 잡고 흐뭇하게 누워서 빤히보시던 큰아빠
그게 큰아빠의 마지막일 줄 몰랐어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장례식장. 하얀 꽃들 사이에 가장 빛나던 우리 큰아빠
하늘이 나에게 벌이라도 준걸까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내가 장례식장에 간 뒤 약을 먹어도 안들 정도로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파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어린 시절 사촌언니와 방방 뛰며 놀던 외할아버지의 침대.
하루종일 누워 계시다가도 손녀들 오면 반갑다고 야윈 몸으로 쪼르르 현관까지 달려 나오시던 외할아버지.
하지만 술 냄새 난다고 거부하며 사촌언니와 외할아버지 침대 위에서 방방뛰던 우릴 보며 좋아하시던 외할아버지.
매일 산책 하시고 요리도 잘 하시면서 영원히 건강할 것이라고 믿었던 외할아버지였지만 뭐가 그리 급하셨을까

이유 모르는 것으로 인해 한 쪽 팔이 퉁퉁 부어오른 우리 외할아버지.
옆에 가고 싶어도 전염성이 있다며 갈 수 없었던 우리 외할아버지의 옆자리.
얼마가지 않아 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신 우리 외할아버지

두분에게 갈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며 오는 부끄러운 내 자신.
혹여나 나 때문에 그렇게 되신걸까 하는 죄책감.
이래서 모두가 살아계실 때 잘 하라고 하는가
어느덧 두 분이 떠나가신지 1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큰아빠,외할아버지
보고 싶어요 그땐 제가 죄송했어요 제가 너무 철이 없었어요 어린시절의 절 보며 매번 좋아해주시던 모습을 떠올리고 싶지만 이젠 큰아빠,외할아버지의 목소리도 기억이 안나고 사진 없이는 얼굴도 기억을 잘 못 하겠어요
점점 제 기억이 큰아빠와 외할아버지의 기억을 없애려고 해요 그러니 꿈에서라도 좋으니 그때의 기억 다시 떠올리게 해주세요 꿈에서 그때처럼 절 안으시면 저도 꼭 안아드릴게요 저에게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돈 안주셔도 돼요
이젠 제가 드릴게요 우리 큰아빠,외할아버지 건강하게 사시라고 얘기도 할게요 살아계실 때 못한거 꿈에서라도 하고싶어요 제 꿈에 나타나주세요 보고싶어요 보고싶어서 미칠 것 같아요

큰아빠. 외할아버지
이젠 저 다 컸으니까 제 걱정 마시고 엄청 예쁜 꽃밭에서 기다려주세요 행복하게 큰아빠랑 외할아버지 안잊으면서 자주 이렇게 말 하면서 건강하게 살다가 큰아빠랑 외할아버지께 효도하러 갈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