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두고 온 유일한 미련

dawn202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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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너무 오랜만에 말해보는 단어야.
어찌 이 단어 한 문장으로 이리 마음이 아파질 수가 있을까?
내 인생에 정말 많이 관여를 한 사람이 할머니이자, 할머니에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나 봐.
그리 수 없이 아니라며, 부정해봐도.
할머니란 단어만 생각하면 수 없이 할머니에게 말하고 싶은 말들을 되새기고 있어.
할머니, 난 14살 그 순간이 늘 후회가 돼.
사랑보단 공허함이 가득 찬 시절인 나의 어리고 어린 세상일 때가 떠오를 때면 매번 숨이 막히고 마음이 너무 아려 와..
시간 참 빠르다. 그치? 세상 물정 몰랐던 14살의 내가 벌써 22살의 어엿한 어른이 됐어.
맨날 빵꾸난 내복을 입으며 잤었는데. 이제는 내 스스로가 원하는 옷도 사 입는다?
시골인 지라 편의점은 30분 걸어가야 있고, 읍내를 가려면 버스타고 40분은 가야 했었는데.
지금 내가 사는 이 곳은 나가자마자 전부 읍내야.
배고프면 언제든지 음식점이나 편의점을 갈 수 있고. 아플 땐 조금만 걸어가면 병원이 있어.
다만 여기는 장날이란 게 없는 지라 시장만의 매력을 못 보는 게 조금 아쉽긴 해.
가끔 읍내에 나가 친구들과 논 뒤
집가기 전 할머니한테 줄 크래미 사갔었는데.
크래미 사겠다고 매번 집가기 전 천원은 남겨두었던 게 생각이 나.
할머니에게 용돈 받은 거로 사온 거긴 해도
할머니가 너무 좋고 미안한 나머지
나 역시도 뭐라도 해주고 싶었고.
그 결과가 크래미였나 봐.
할머니.
살아생전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이제는 없대.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는 할머니를 못 본대.
눈 감았다 떠도 달라지는 게 없어.. 할머니한테 말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나 이리 이쁘게 잘 큰 모습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직도 어리고 어린 나의 시절을 떠올릴 때면 그리 할머니가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다시는 볼 수가 없대.
할머니. 내가 밉진 않았어? 어느 날 예고도 없이 사라진 날 미워하지 않았어?
나에게 집이란 숨이 막히는 곳이었어.
큰 할아버지가 매번 내려올 때면, 자주 나를 찾으시곤 했지. 그때마다 난 손 발이 벌벌 떨렸고.
언니나 다른 가족으로 통해 큰 할아버지가 나를 찾는다 하여 갈 때면.
엎드리라는 말에 엎드린 상태로 있다 후에 무릎 꿇은 뒤 쌍x 부터 시작해 온 갖 욕을 다 하셨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 집에서 내쫒을 줄 알아란 말이 너무 무섭고 슬펐어.
집이 너무 싫은데 집을 제외하고 갈 곳이 없었어.
사춘기가 올 무렵에는 큰 할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숨이 막혀오는 조여움으로
일부로 읍내에 나가기도 해봤고.
주말이라 열지도 않는 공부방을 아침에 가, 할아버지가 가신 저녁쯤에서야 돌아오기도 했었어.
이렇게 무서운 큰 할아버지인 만큼 난 큰 할아버지가 매우 싫었어.
매우 싫었지만 이리 무서운 큰 할아버지이니 작은 할머니 만큼은 혼내주길 바랐었어.
초등학교 고학년인 어느 날. 생판 모르는 작은 할머니란 분이 이 집에 들어와 살게 됐었어.
처음에는 너무나 상냥하게 대해주시다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시기 시작하더니.
우울증 10년이라는 포장된 말로 술을 드신 뒤 나와 언니 엄마 할머니 4명이 같이 살고 지내는 방에 와
욕도 하고 소리도 지르며 가차없이 맞은 게 아직도 생각할 때면 손이 떨린다..
옆 방에 일하는 큰 삼촌과 작은 삼촌이 바로 말려주길 바랐는데 그 누구도 바로 말리러 오지 않았어.
작은 할아버지 조차 그만하라며 억지로 끌고나가려고 하는 게 고작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맞고있는데.
힘이 없는 난 지켜보면서 벌벌 떨 수 밖에 없었던 게 너무나 슬펐어.
방 문을 잠그고 언제 또 다시 올지 모르는 작은 할머니로 두려움에 가득 찼는데
아니나 다를까, 문에 달린 거울을 망치로 부신 뒤 굳게 잠긴 문을 열고선 또 다시 가장 두려워한 지옥이 반복이었네..
언제는 너무 무서운 나머지 새벽 밤에 맨 발로 도망나와
가까이 사는 친구 집에 느닫없이 찾아갔고.
6시까지 추운 거실 바닥에 쪽잠을 청한 뒤. 친구네 어머니께서 친구가 옛날에 신은 낡은 신발을 주시며, 차를 타 집에 다시 들어갔지.
작은 할머니가 숙모의 아기를 데려와. 아기 손을 잡고 내 뺨을 때리며
평생 잊지 못 할 상처 가득한 그 말이 떠오를 때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
큰 숙모와 작은 숙모도 있으면서 매번 우리 엄마만 일방적으로 시집살이를 노예처럼 부려먹는 게 싫었어.
중학교를 막 들어간 14살 때,
나도 모르게 죽고싶단 말을 계속 하게 됐고. 내 자신 역시 내가 좀 더 무너질 수 있게 되는 자해를 시작한 거지.
점심시간일 때면 학교 뒷 문으로 가,
흔들리는 나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멍 때리기가 일순이었고. 그러다 갑자기 학교에 사회복지사가 나를 찾아왔었어. 누가 부른 지는 몰라도 사회복지사님이 학교에 올 때면 수업을 빼먹고 난생 처음으로 빙수랑 것도 먹고, 옷도 사주시고, 캘리그라피란 것도 받아 내심 좋았던 거 같아.
그러다 사회복지사님께서 집을 나갈 수 있겠냐 어쭈어보셨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었어.
집을 갑자기 왜 나가고, 나간다고 한들 마땅히 지낼 곳이 없는데 어찌 나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갔어.
복지사님과 나 엄마만 알아야한다는 비밀이었지.
그 이후로 엄마와 가로등 빛만을 의지하며 밤 산책을 했고, 이에 대해 여러 얘기를 해봤지만
그때 당시의 난 너무나 어렸기에 판단이 안 섰지.
매 순간 집에 나오고 싶어도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생길 리가 없다 생각했어.
눈병에 걸려 학교를 못 가게 된 그 날,
오랜만에 엄마와 단 둘이 병원을 가게 돼서 신발을 신고 나갈 때
할머니 얼굴 한 번 안 보고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말 했었는데
그게 할머니를 본 마지막이었어.
병원 진료가 끝난 뒤
병원 옆에 있는 빵집에 빵을 사주신단 말에 따라갔는데, 거기에 웬 모를 경찰 아저씨가 나를 기다렸어.
지금 당장 집을 나가자고 하시더라.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다고. 일이 생겨도 바로 도와주지 못 한다고. 나 역시도 이 지옥에 벗어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할머니가 마음에 걸렸어..
할머니는 함께 나갈 수 없대..
그때 무슨 생각인 지는 몰라도 그 말에 그냥 맞고 죽겠다며 안 나간다 하였지만 결국에는 그리 집에서 도망치게 되었고. 지금은 그때와 다르게 남 눈치도 안 보고, 맛난 것도 먹으며 열심히 으쌰으쌰 살아가.
매번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었어.
사과를 너무나 좋아했던 할머니가, 고등어를 너무 좋아한 할머니가, 매일 밤 라디오로 아리랑을 크게 들은 할머니가, 일요일이면 전국노래자랑을 보던 할머니가 너무 미친듯이 보고싶었어.
15살 무렵, 용기를 가지고 그때 당시 함께 지낸 친구들을 보러갔지.
친구들을 보러 멀리 가는 길, 할머니 생각이 너무 났어.
당장이라도 할머니를 보고싶었는데
용기가 안 났어..
혹시라도 이리 떠난 날 미워할까 봐.
여기가 어디냐고 당장 꺼지지 못 하냐고 다른 가족들이 날 내쫒을까 봐..
가지 못 했어.
또 다시 내 존재를 탓하며 미움받을 자신이 없었어.
친구들을 만나 예전처럼 웃고 떠들며, 놀고있는 와중
차들이 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계속 뒤 돌아보게 되더라.
혹여라도 할아버지 차일까 봐
삼촌 차일까 봐
내가 여기에 다시 있는 걸 들킬까 봐..
너무 겁이 나는 거 있지?
얼마 안 가, 친구들과 놀다가 조금 트러블이 생기긴 했어도,
뭐..
그러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그때나 지금이나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다.
할머니가 너무 보고싶은 게 억제가 안 될 때는 가끔 전화를 걸었던 거 같아.
초반에는 할머니 목소리만 듣고 아예 끊고 그랬어.
말을 하고싶은데
어디서부터 어찌 말해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
목소리를 듣자 마자 내가 너무나 그리워했던 그 목소리가 들리니
미친듯이 마음이 아팠어.
할머니를 후에 보게 된다면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너무 미안했고 너무 사랑한다고
너무 보고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어.
날 기억 못 해도 좋으니
정말 딱 한 번만 할머니를 보고싶었어.
어느 날 또 다시 할머니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라 뜨더라..
불안했어.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용기가 고작 전화거는 거 뿐이었는데.
그거조차 할 수 없게 됐어.
엄마에게 매번 할머니 소식을 여쭈어보면 잘 모른다고 하시든가
치매가 와 요양병원에 계신다 하셨어.
당장이라도 찾아가고 싶었고
어디냐고 여쭈어보아도
엄마도 모른다는 말씀만 하셨지.
무엇보다 그때의 난,
제대로 할머니를 보고 마주할 용기가 없었어.
보자마자 내가 무너질까 봐.
14살의 내가
할머니한테 마지막으로 인사 건낸 그때 그 시간에 멈춰있는 내가.
무슨 수로 할머니한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어.
근데
며칠 전 언니로 통해 할머니 소식을 알 수 있게 되었어.
매번 엄마는 할머니 얘기를 할 때마다 모른다고 화만 내신 지라
할머니에 대해 잘 못 물어봤고.
연세가 있으신 만큼 대충 예상은 했어도
늘 요양병원에 계신다 하셨으니.
나도 모르게 부정하고
그리 믿고싶었나 봐.
어느 때와 같이 세상사는 얘기를 하다가 할머니 생각이 나서
언니한테 할머니 소식을 물어봤어.
약간의 침묵과 함께
잘 모른다고 하네.
근데 느낌이 이상했어.
무언가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거 같았어
정말 모르냐고..
아는 게 있냐고
혹시라도 할머니가 돌아가셨냐고. 돌아가신 거라면 지금이라도 말해달라 했지.
할머니를 생각하며
열심히 살아온 나인 만큼.
정말 후에 할머니를 뵐 수 있단 생각에 할머니를 찾다가
그제서야 할머니의 소식을 알게 된다면 내가 너무 힘들 거 같다고..
그리 말하니 아주 조용한 침묵이 흐르더라.
심장이 너무 빨리 뒤고 숨이 막혀왔어.
제발, 아니길 바라왔는데.
제발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멘탈을 잡을 수 있겠냐는 언니 말에
입술을 꽉 깨물고 응이라 했어.
언제 돌아갔냐는 나의 말에 또 다시 말이 없어지더니
2019년 11월로 알고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어.
나 어쩜 좋아 할머니..
나 이제 다시는 할머니를 못 본대..
나 너무 마음이 찢어지는 거 같아
내가 사랑했던 할머니가 이제는 이 세상에 없대.
다시는 못 본대.
내가 없는 그 공백 시간동안 무슨 생각을 했어?
많이 외롭지는 않았어?
내가 밉지는 않았어?
할머니.
난 14살 그 순간이 늘 후회가 돼.
정말 그게 마지막이라고
정말 다시는 못 보는 거냐고.
현실을 부정하고
눈을 감았다 뜨는 걸 반복했는데
달라지는 게 없어.
정확한 기일 날짜도 알 수가 없대.
납골당도 없대.
낙동강에 다 뿌리셨대.
나 이제 할머니가 보고싶을 때 어디를 바라보아야 돼?
내가 너무 밉고 한심해.
왜 난 항상 이 모양 이 꼴인 건데..
어찌해서라도 단 한 번도 못 보는 거야?
가슴이 너무 답답해.
요양병원을 가기 이전,
정신병원에 입원도 하고
우리랑 따로 살다가 가끔 내려온 작은 할머니가
우리가 떠난 이후,
다시 내려와 살았다 하네.
그러다 할머니를 때렸단 언니 말에
가슴이 쿵 내려 앉았어.
너무 미친듯이 눈물이 나왔어

도대체 왜.
아무도 할머니를 못 지켜주는 건데?
난,
큰 할아버지가 할머니 말을 안 들었단 이유로 때리면서
심한 말을 하시는 큰 할아버지가 너무 무섭고 싫었어.
근데 왜,
제대로된 이유조차 없이
나와 언니 엄마 할머니를 때린 작은 할머니한테는 아무 말 없는
큰 할아버지가 이해가 안 갔어.
그렇게 사람을 때릴 줄 아는 사람이
도대체 왜,
할머니를 못 지켜준 건지에 대해
너무 이해가 안 갔어.
거기에 내가 있었더라면
내가 있었다면..
내가 대신 맞아 조금이라도 할머니가 덜 맞았을 텐데,
너무 미안해.
할머니가 없는 세상이 벌써 4년이나 됐대.
왜 나에게 이 사실을 숨겼냐고
엄마한테 물어보니
내가 아플까 봐,
내가 아플까 봐 말을 못 했대.
나 너무 마음이 아파..
나 너무 마음이 아파 미칠 거 같아 할머니
할아버지 산소도 팔았단 이야기를 접 했어.
할머니가 생전 살아계실 때 꾸준히 제사를 지냈던 게 기억이 나.
최소한
정말 최소한 사람이 도리가 있다면
그 땅을 팔면 안 됐잖아..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할아버지 산소 땅을 팔았다고 들었어.
너무 마음이 아파 와
그리 할머니를 위하는 척 했던 사람들이
정작 할머니가 돌아가니
이리 했다는 게 너무 화가 나.
내가 그 집을 떠나며 유일하게 두고 온 미련이
바로 할머니였어.
내 유일한 미련이었는데
이젠 다시는 정말 못 본대.
엄마한테 들었는데,
어릴 적 내 발을 보더니
할머니가
이 아이 발이 자기 발과 똑같다고
말했다더라.
그래서 내가 이리 뛰는 걸 잘하고
걷는 걸 좋아하는 건가 봐.
뭐이리 말도 많은 지
참..
우리 할머니도 말 되게 많았잖아.
엄마에게 난 누구 닮았어란 말을 할 때면
넌 할머니를 닮았다고 하셨어.
할머니 닮았단 말이 뭐이리 기분이 좋은 지 모르겠어.
아마도 할머니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 같아.
이리 끝없이 무너지는 걸 보니
할머니가 내 세상에 큰 비중이었던 사람이었나 보다.
할머니.
난 시립고 시린 추운 겨울의 계절을 좋아해.
내 생일이 11월달인 것도 있고
왠지 몰라도 그냥 겨울이 너무 좋아.
왜이리 시린 겨울이 좋았나 보니
할머니 때문이었나 봐.
미안해.
많이 기다렸을 텐데,
내 용기가 너무 부족한 바람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안해.
많이 외로웠을 텐데,
단 한 번도 못 찾아가서 미안해. 할머니
내 생에 할머니를 다시 못 본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 와.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는데. 나 아직 하고싶은 말들이 잔뜩 있는데.. 꺼내지도 못 하게 됐어.
너무 아려 와.. 목소리 한 번이라도 듣고싶어서 전화를 걸어도
계속 없는 번호래..
나 미워해도 좋고
기억 안 해도 좋으니,
나 정말 딱 한 번만 할머니가 보고싶어.
제발.. 한 번만 보고싶어..
너무 미안해 할머니.
그냥 전부 다 미안해.. 내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볼 순 없을까? 응..? 마음이 너무 아파.

살아생전 할머니를 잊을 날은 없을 거야.

너무 보고싶다 할머니.
사랑해. 너무 미친듯이 사랑해.
내 세상에 가득하게 남아있을 거야. 사랑을 알려줘서. 키워줘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

사랑해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