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돌아눕는다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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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우면 돌아눕는다

김구식

할머니는 역정이 나면 돌아눕곤 했다
누가 꿇어 앉아 빌어도
비뚤어진 할머니의 한 마디를 듣기엔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곤 했다

그리고 등진 고향집과 큰아들
그 동안 뒷동산도 돌아누워 있었고
장터 오가던 둑길도 돌아누워 있었다
세상 떠나기 직전
팽개칠 수 없는 고향의 페로몬 따라
다시 더듬어 돌아가셨는데

돌아누운 것들은
같이 돌아누워야 감싸줄 수 있음을
나는 고향 언덕에
가만히 돌아와 누워 본다
실개천도 초승달도 산자락 닮아
모두 돌아누웠다

그리우면 돌아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