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둥이의 딸7

진성200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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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작은 어촌마을의 살림살이라는게 고만고만하였고,우리 집
또한 먹고 사는데 큰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그렇다고 크게
넉넉한 살림도 아니었다.병원비에다 아버지께서 쓰러지시는 바람에
형 혼자서 일을 해야하는 어려운 형편이었다.그런 상황에서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한들 공부를 제데로 할 수 있을거 같지도 않았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잠시 모든 걸접고 아버지대신 형과 함께 바다로
나갔다.어머니께서는 아버지 곁에서 떠나지 않으셨다.작년에 시집온
나하고는 동급생이었던 형수가 젖먹이 조카를 키우며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집에는 언제나 고요한 적막만이 흘렀고,모두들
내 눈치만 살피고 있는거 같았다.별 다른 얘기들은 없었지만,나로서
는 견디기 힘든 침묵이었다.

그런 동안에도 그녀와의 만남은 계속되었다.어쩌면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녀를 혼자 내버려 둘 수 없었다.그녀는 눈물만
흘릴 뿐 별 말은 없었다.나 역시 어떡해서든 참고 견디자는 얘기 밖에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바다로 같이 일을 나가도 별 다른 말이 없었던 형이 처음으로 나에게
무겁게 말을 꺼냈다.

"내는 사랑 그렁거는 잘 모른다.너거 형수하고 결혼할 때도 그렁거 생각해
본 적도 엄었고,지금도 그거는 마찬가지다.니도 알다시피 우리 부부사는데
아무 문제엄다.너거 사랑도 좋지만 그 놈의 사랑 때문에 만약에 부모님들
잘 못 되시기라도 하믄 그기 다 무슨 소용이고 그라고도 너거가 행복하게
살 수 있겐나?사랑?그거 잠깐 아이가?핏줄이라능거는 어찌 할 수가 엄능기
라.내는 지금이라도 부모님들하고 너거 형수하고 선택하라하믄 고마 생각할
거도 엄이 부모님들이 우선이라.내하고 평생 형제로 살라카믄 단디 알아서
선택해라"

선택...나한테 모든 결정권이 있는거처럼 보였지만 정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아버지도 아버지였지만,어머니의 상태도 그야말로 언제
깨어져 버릴지 모르는 이미 금 간 유리같은 상황이었다.아버지 때문에 아니
어쩌면 나 때문에 버티고 계실지도 모르는 상태였다.아들을 여자때문에 자기
부모잡아 먹은 천하의 죄인을 만들지 않으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필사적인
사투가 어머니가슴 속에서 끝없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또한,그녀가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건 단순히 예상을 넘어서
거의 확신에 가까울 정도로 명백한 사실에 가까웠다. 어린시절 내 눈앞에서
어린 소녀가 바다로 뛰어들던 장면은 내 머리 속에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 할 수 있었던 길은 없었다.오직 한가지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