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들야들 결혼서약 (32)-그녀들의 담판에 봉변맞은 석훈

윤빛거진200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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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그녀들의 담판에 봉변맞은 석훈

 

 


약속장소에 희윤은 벌써 나와있었다.
아무리 얄미운 친구라도 그녀의 미모엔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겠다고 서은은 잠시 생각했다.
석훈은 희윤에게 정말 아무 감정도 없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희윤에게 미안한 감정이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다.

 

"왠일이야?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하고?"

 

"잘 있었어? 집안에 다른 일은 없고?"

 

"열쇠를 다시 다 바꿨어.....그래도 괜히 불안해서 말이야....."

 

"그랬구나....잘했어."

 

"용건이 있는 것 같은데?"

 

희윤은 뜨거운 커피를 맛있게 마시며 서은에게 묻고 있었다.

 

'용건 있다고 얼굴에 써있는건가?'

 

"그래....실은 할 얘기가 있어."

 

"무슨?"

 

"우선 크게 숨을 한 번 들이셔봐...."

 

"왜그래? 도대체 무슨 일인데?"

 

희윤이 희안하다는듯 서은을 쳐다봤다.
오히려 서은이 크게 한숨을 들이쉬는 걸 보고 더욱 의아한듯 보였다.

 

"실은 말이야....우리 삼촌 말이야....."

 

"삼촌? 안그래도 네 전화 받고 네 삼촌께 안부전화했었어.....그랬더니 이
쪽으로 오신다고 하던데....."

 

"뭐?"

 

"몰랐어? 선생님 오시기로 한 거?"

 

"응. 몰랐어....."

 

그래서 희윤이 유난히 외모에 더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석훈이 올때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미리 선수치는 게 나을까?

서은은 잠시 망설였다.

 

"있잖아....석훈씬....실은 내 삼촌이 아니야......"

 

"뭐? 너 지금 무슨 소리하는 거야?"

 

희윤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저런 반응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말 그래로야...그 사람 내 삼촌 아니야....."

 

"그럼 뭔데?"

 

"내.......남편이야....."

 

소리가 기어들어갔다.
희윤은 처음엔 어이없다는듯 웃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런 거야? 너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아니야.....하지만 일부러 속인 건 아니야.....그 사람 내 삼촌 아니
야....실은 한집에 사는 남편이야......"

 

"말도 안돼.....너 그게 지금 말이 된다고 생각해?"

 

희윤의 목소리가 갑자기 희스테릭해졌다.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서은은 희윤의 얼굴을 보며 가슴을 졸이고 있었다.

 

"난 인정할 수 없어.....선생님 오면 물어볼 거야....너 지금 제 정
신 아니야....."

 

"세상에 누가 이런 걸로 농담을 하겠니?"

 

"이미 네가 그렇게 했잖아....."

 

희윤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서은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 미안해.....내가 너한테 어떻게 하면 화가 풀리겠니?"

 

"좋아....그럼 이혼해....."

 

희윤은 눈하나 까닥 안하고 말하고 있었다.
그 소리에 서은은 할말을 잃었다.
화가 난 희윤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미안하게도 그것만은 안되겠다....."

 

하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석훈이었다.
서은은 지원군이 도착한 것 같아 갑자기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석훈이 서은은 옆자리에 앉았다.
희윤인 드디어 눈물이 맺히는 것 같았다.
희윤인 지금 억울해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전 믿을 수 없어요.....전 선생님한테 진심이었어요...."

 

"이미 말했었잖아....나 좋아하는 사람있다고.....희윤인 더 좋은 사람
만나라고.....물론 본의는 아니었지만 속인 게 되버려서 정말 미안하다
고 생각해.....하지만 분명 넌 그저 서은이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던 거
로 아는데.....아닌가?"

 

어떻게보면 냉정하게 들릴 정도로 석훈은 침착했다.

 

"물론 선생님은 저한테 그렇게 말했어요....하지만 그건 그렇게 진지하
게 들리지가 않았다구요....."

 

"미안하다.....나이 들어서 못할 짓을 했다고 생각해.....적어도 난 조금
은 철들게 행동했어야했는데......"

 

"전 용서할 수 없어요....지금까지 진심인 건 살면서 처음이었어요......"

 

서은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희윤이 우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찡해졌다.
더욱이 천하의 불여시 희윤이 자존심도 버리고 고백하는 모습을 보자니 더욱 마음이 씁쓸해졌다.

 

"정말 미안하다.......내 마음도 편치가 않아....집까지 데려다줄까?"

 

"아니요.....됐어요......"

 

희윤이의 목소린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그럼 우린 먼저 일어나야겠다......"

 

서은이 어쩔줄 모르고 있자 석훈이 서은을 잡고 일어났다.
가끔은 놀랍게 냉정하게 보일 때가 있다.
서은은 새삼스럽게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한편으론 석훈이 자신을 이렇게 진심으로 생각해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희윤이 안됐음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편에선 만족감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희윤의 성질에 잘 넘어가는듯 싶었다.
희윤이 물잔의 물을 서은을 향해 던져온 것이다.
서은은 놀랐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그 물세례를 받은 건 석훈이었다는 것이다.
희윤도 조금은 당황한 것 같았다.
그리고 서은에 대한 석훈의 배려가 희윤을 더 비참하게 만들기도 한 것 같았다.
희윤은 그대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서은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다시 의자에 앉아버렸다.
석훈이 옆에 앉았다.
서은은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휴지로 석훈의 옷을 닦았다.

 

"괜찮아...."

 

"미안해요....저 때문에....."

 

"난 당신 남편이잖아.....그건 그렇고 정말 마음이 안됐군.....하지만 매
력적인 친구니까 좋은 남자친구가 생길 거야....."

 

"당신이 첫사랑이란 얘긴 들었죠?"

 

"시간이 지나면 착각이었다고 생각할 걸? 하지만 물론 오래 그렇게 기억
해준다면 물론 나에겐 영광이지만....."

 

그제서야 서은은 여유가 생겨 석훈을 노려보았다.

 

"나온 김에 병준이나 보고 들어갈까? 어차피 오늘은 시간을 비워뒀으니
까....."

 

"바쁜 거 아니에요?"

 

"어쩌다 하룬데...뭐."

 

"고마워요...."

 

"난 보기보단 부드러운 남자야....."

 

"왕자병이네....."

 

"그런가?"

 

하며 석훈은 웃었다.
석훈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그의 모습이 섹시해보였다.
이 와중에도 제정신 아닌 모양이라고 서은은 생각햇다.
와이셔츠 팔을 반쯤은 접고 넥타이는 풀어버렸다.
그의 그런 모습에 이상하게 가끔 무척 섹시함을 느낀다.
병원에 도착해서 매점에서 과일을 샀다.
병실에 도착해서 병준을 보니 생각보다 그는 많이 좋아져있었다.

 

"안그래도 내일쯤은 퇴원할 생각이야......"

 

병준이 석훈을 보고는 킥킥거리며 말했다.
서은은 석훈운과 병준 두 사람이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자넨 우리 커플 때문에 수난이 많군......"

 

"맞아요...안그래도 손해배상 청구해야하는 거 아닌가 생각중입니
다....."

 

"민석이란 친구 그렇게 나쁜 친군 아니야....."

 

"알고 있어요.....안그래도 여기 왔었거든요.....말해보고 알았어요...오
히려 그 일로 친구가 되기로 했어요......"

 

"잘됐군......"

 

"형님이라고 해도 되죠?"

 

"물론이지....."

 

"한국이 좋긴 좋아요.....이렇게 제 존재감이 확실해니까...."

 

"정말 그렇군.....벌써 병원신세까지 지고 있고 말이야.....참 우리 정식
으로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어......"

 

"정말 잘됐군요....."

 

"어른들께 말씀드리고 정식으로 날짜를 잡아야지......"

 

"부럽네요......"

 

"자넨 러시아 여자가 애인이라며?"

 

"네...."

 

"역시 자네답군......정말 생각이 국제적이야.....속이 넓단 뜻이
야....."

 

"하지만 조금은 참아주세요....이런 몰골로는 국제적이기 곤란하니까....."

 

병준이 와중에도 농담을 했다.
병준과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게 그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는데 웨딩샾이 보였다.
근사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서은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

 

"참 할아버지가 허락하실까요?"

 

"하락하시고 말고 할 것도 없지....우린 이미 법적으로 결혼했으니
까......"

 

"그렇긴 하지만요....와주실까요?"

 

"그럼....하나밖에 없는 손자인데 말야....."

 

"장모님 찾아뵙고 말씀드리면 좋아하시겠지?"

 

"물론이죠....우리 부모님은 당신 정말 좋아하거든요......그리고 가끔
찾아뵙거나 용돈도 드린다는 얘기 들었어요.....정말 고마워요...."

 

"난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정이 그리웠어....그 소원을 이제야 이룬 거
야....당신 때문이 아니라 정말 원해서 한 거야......"

 

"그렇게 말해주니 더 고마워요."

 

"이제 대충 난관은 뛰어넘은 거겠지? 이제 더 이상 어려운 일은 없을
거야......"

 

"그럴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데 서은은 이상하게 한편으로 드는 불안감을 느꼈다.

 

'너무 행복해서일까.....그래....그래서 드는 불안감이야....너무나 행복
해서......'

 

"아까 웨딩샾 지나갈 때 당신 얼굴 봤어......."

 

"제 얼굴이 어땠는데요?"

 

"이제 결혼이 막 눈앞에 임박한 여자의 얼굴이었어....그런 건 그냥 알
게 되는 거거든....예전엔 읽을 수 없었던 그런 얼굴이었어...."

 

"아무래도 직업을 바꿔야할 것 같네요....."

 

"당신에 대해선 난 민감하거든......어떤 사람에 대해선 보지 않으려고
해도 저절로 보이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거든......"

 

서은은 그의 말을 듣고 웃었다.
그래....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면 이런 어려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가 있어야만 진심으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때만큼 가슴이 뛰는 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정말 놀라운 변화이다.
사람이 사람에 대해 이렇게 반응할 수 있다니 말이다...

그게 바로 사랑인가 보다......

 

 

대장금 때문에 늦었습니다...저희 집에 대장금 열혈팬이 있어 그땐 컴을 못켭니다...잼있게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