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거 좋아하는데 잘 쓰지는 못 해..
전에 학교에서 교내 공모전 같은 거 했을 때 동상 받은 적은 있음 근데 나 중학생이라ㅜ 상도 그냥 분량도 많고 열심히 썼다 싶어서 준 것 같아. 이건 23년 첫눈 올 때 갑자기 떠올라서 집 오는 길에 눈 맞으면서 썼던 거 앱소설이라는 소설 쓰는 앱에 올리려고 다듬은 거야.
주인공이 학교폭력 피해자라서 그런 쪽으로 불편하거나 한 사람들은 보지 마ㅜㅜ 공백 제외 3600자? 정도 돼.
글 초보인 거 양해 부탁하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린 거 있을 수 있어. 평가 부탁해! 욕이나 비속어는 자제
순백의 세상
1. 나는 살아갑니다.
나는
살아갑니다.
난 학교폭력의 피해자, 그러니까 흔히 말해 왕따입니다. 날 그렇게 힘들게 했던 학교폭력의 시작은 겨우 흔해빠진 물건이었어요. 친구라면, 그들이 내 친구였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빌려줬을, 그저 그런 물건들 말입니다. 처음에 그들은 저의 학용품이라던가 교과서들을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겐 "잃어버렸어."라는 말 한마디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잃어버렸다던 내 물건들이 처음의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찢기고 부러진 채로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던 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때 그 쓰레기통을 보고 그 아이들이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안 했습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내가,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했어요. 이 일은 그저 단순한 해프닝이고,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그 뒤로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세져만 갔습니다. 또 언제는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5만원 한장을 빌렸습니다. 난 당연하다는 듯 손을 까딱거리는 그 애에게 겁을 먹었던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선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5만원을 주었죠. 하지만 원래 내 것이던 그 5만원은 한 달 뒤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저 돈을 돌려주지 않기에 5만원을 값으라고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었겠지만 난 그 당연한 말 한마디에 처음으로 사람에게 밟혀봤습니다. 아무렇게 쓰여지다 버려진 내 교과서와 학용품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또, 처음부터 돈을 '빌려주었다.' 고 생각한 건 나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 날 저녁, 전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거의 쓰러지다시피 도착했습니다. 부모님께선 제 꼴을 보시고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눈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늦은 시간, 비좁게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싸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계속 생각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이러는걸까, 하고 말이에요. 원인을 알아내려다 자책만 잔뜩하고 나서야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란 결론에 도달했죠.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그 아이들을 만난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뿐이겠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쓰라린 상처를 부여잡고 잠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또, 또. 그 망할 희망은 들어 맞을뻔한 적도, 현실에 가까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나를 향한 괴롭힘의 화살은 거세져만 갔고, 화살들이 향하는 과녁은 이제 너무나 망가졌습니다. 과녁에는 상처가 나고 구멍이 잔뜩 뚫려 아무도 그런 낡고 더러운 과녁에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어요. 모두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요, 적어도 죽음은 제 마음대로 해야지 억울하진 않잖아요?
2. 죽음에 가까워지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쫒기듯 나와 높아 보이는 아무 건물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초조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cctv가 생각났어요. 잠시 고민하다 결국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7층에 가까워질 때 쯤, 가다가 지쳐 옥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차 죽어버릴 것만 같아 엘리베이터로 갈아탔지만 말이에요.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 안은 정말 비좁아 보였어요. 우웅거리는 작은 소음를 내며 점점 높게 변해가는 숫자를 보고 있자니 그 시간이 정말 짧으면서도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진지한 숨을 몰아쉬며 맨 꼭대기 층에 도착하니 문은 잠겨있었습니다. 순간 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짜증과 나 자신을 향한 한심함이 확 치밀어올랐어요. 전 반쯤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있던 무언가를 집어들어 문 손잡이를 있는 힘껏 내리쳤습니다.
쾅-
콰앙-
콰아앙-
계속 내리치다보니 어느 순간 손잡이가 저 멀리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제서야 들고 있던 무엇인지 모를 그것을 내팽겨치고 술에 찌든 사람처럼 옥상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어요. 손에는 피가 흘러내려 찐득거렸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여기서 떨어진다면 이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를 흘릴텐데 좀 일찍 다친거라고 생각하자며 합리화했고요. 겨우 허리까지 올라오는 울타리를 잡고 숨을 내몰았어요. 그러고는 내 미래를 생각했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죽은 뒤에 날 보고 슬퍼할 그들의 미래요.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들? 그들이 누군데? 내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있기는한가? 이런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멈춰있는데 뒤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마 경비원이었을거에요. 순간 놀라 죽을 생각 따윈 잊고 얼른 문 뒤쪽으로 달려가 숨었죠. "손잡이가 왜 부서졌지.." 하며 중얼거리던 그는 얼마 안 가 다시 내려갔어요. 나도 그의 발자국 소리가 끊기고 나서야 마음을 쓸어내리며 혹여나 들킬까 싶어 계단으로 조용히 내려갔습니다.
.
.
다음 날, 어제 내가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건지, 어떻게 다시 집으로 귀가했는지, 내가 지금 살아있는건 맞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또 결국에는 악착 같이 살아남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될 거라는 것도요.
3. 예상치 못하게
그냥 그저 그렇 듯, 여느 때와 똑같았어요.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그 애들이 찾아왔죠. 아. 딱 하나 달랐던 게 있더라면.. 눈이 왔단 겁니다. 정말 새하얀 눈이 말이에요.. 그 뿐이었어요. 날씨도 추운데 잔인하게 쏟아내리는 눈 덕에 세상은 빠르게 뿌예져갔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 눈에는 별 관심 없었습니다. 매년 보던 눈인데 뭘 새삼스럽게..그래도 창문을 통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금방 시간이 흘러 종이 치더라고요. 겨우 하루를 마치고 하교를 하려는데, 그 애들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학교 뒤 쪽에 있는 산으로 가더라고요. 생각해보니 학교 근처는 어제부터 경찰이 순찰을 돈다고 했던 게 문득 기억났습니다. 담배를 피다 걸리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주민들한테 신고가 들어온 거죠. 그 때문에 난 이 추운 한 겨울에 이딴 애들과 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뭐.. 산이라고는 하지만 가파르지도 않고 해서 힘들진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도, 나무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눈은 살벌하게 내리고 제 바로 앞에 걸어가는 저 애들의 뒷모습도 뿌연데. 하긴.. 미친 게 아니라면 누가 이 날씨에 산에 오르겠나요? 그 미친 놈들이 얘네고, 걔네한테 끌려가는게 저인 것 뿐이죠.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같은게 들리지 않자, 그제서야 그 애들은 걸음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고는 서로 욕을 내뱉고 깔깔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 그 사이에서 고개만 떨구고 조용히 있었고요. 그 애들 중 저를 신경쓰는 애는 없었고, 전 잠시 동안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은 조금 편하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항상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는 동정이나, 재밌다며 한껏 휘어진 눈꼬리 따위를 보다보니 이제는 차라리 아무도 내가 안 보였으면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얘기 중, 제 앞에 서 있던 여자애가 절 보더니 미간을 찡그렸어요. 그리고 갑자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습니다. "시X, 야, 방금 너 내 다리 봤지?" 처음엔 이게 뭔 소리지 하는 마음에 얼굴이 오만상으로 구겨졌어요. 그렇게까지 그 애를 자극할 마음은 없었지만 전 억울했고, 그저 흙바닥에 쌓인 눈을 보며 춥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절 변태로 몰아가니 순간적으로 사람이 발끈하게 되더라고요 "네 다리 안 궁금해." 전 그 애를 노려봤고, 그 표정에 여자애는 짜증이 났는지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배로 묵직한 무언가가 확 꽂혔어요.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머리가 핑- 돌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컥,컥 대며 그 자리에 주저앉자, 그들은 나를 보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난 그게 들리지 않았어요. 귀에선 그저
삐이이---
하고 날카로운 소음만 웽웽 거렸고요. 몸을 비척이며 일어나자 아까 제게 주먹을 날린 그 애가 절 밀쳤고, 전 어지러운 탓에 쉽게 균형을 잃었습니다. 새하얀 눈을 밟으며 한, 두 걸음 뒤로 미끄러지다가 결국 뒤로 넘어지는 그 순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하필 제가 넘어져 머리가 닿을 그 부분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죠. 결국 바위와 맞닿은 제 머리에선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내 초점 없는 두 눈동자를 마주한 그 애들은 너, 나할 것도 없이 뒷걸음치다가 부리나케 산 밑으로 도망가버렸어요.
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어요. 아니 진짜 깨진걸까요? 아까 나던 그 살벌하고도 징그러운, 뭔가가 쪼개지는 듯한 그 소리를 생각하면.. 역시나겠죠. 제 시야로 희미하게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꾸 울렁 울렁거렸어요. 너무..허무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죽어야하나? 난.... 난..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4. 신에게 말하다.
평소 믿지도 않던 신에게 기도까지 했습니다.
신이 있다면,
신이 존재한다면,
하고 싶은 말 한 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를 불쌍히 여겨서라도 살려달라고.
살아난다면 기적이고, 죽는 게 당연한 지금 이 순간을 겨울의 악몽 같은 것 따위로 넘길 수 있게 해달라고.
전에 끄적인 소설 다듬어 왔는데 볼 사람?
글 쓰는 거 좋아하는데 잘 쓰지는 못 해..
전에 학교에서 교내 공모전 같은 거 했을 때 동상 받은 적은 있음 근데 나 중학생이라ㅜ 상도 그냥 분량도 많고 열심히 썼다 싶어서 준 것 같아. 이건 23년 첫눈 올 때 갑자기 떠올라서 집 오는 길에 눈 맞으면서 썼던 거 앱소설이라는 소설 쓰는 앱에 올리려고 다듬은 거야.
주인공이 학교폭력 피해자라서 그런 쪽으로 불편하거나 한 사람들은 보지 마ㅜㅜ 공백 제외 3600자? 정도 돼.
글 초보인 거 양해 부탁하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틀린 거 있을 수 있어. 평가 부탁해! 욕이나 비속어는 자제
순백의 세상
1. 나는 살아갑니다.
나는
살아갑니다.
난 학교폭력의 피해자, 그러니까 흔히 말해 왕따입니다. 날 그렇게 힘들게 했던 학교폭력의 시작은 겨우 흔해빠진 물건이었어요. 친구라면, 그들이 내 친구였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빌려줬을, 그저 그런 물건들 말입니다. 처음에 그들은 저의 학용품이라던가 교과서들을 빌려가고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겐 "잃어버렸어."라는 말 한마디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처음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잃어버렸다던 내 물건들이 처음의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찢기고 부러진 채로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던 꼴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때 그 쓰레기통을 보고 그 아이들이 일부러 그랬다는 생각은 못 했습니다. 아니, 사실은 안 했습니다. 그들에게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내가,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간절히 바라기만 했어요. 이 일은 그저 단순한 해프닝이고,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내 바람과는 다르게 그 뒤로 괴롭힘의 강도는 점점 세져만 갔습니다. 또 언제는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5만원 한장을 빌렸습니다. 난 당연하다는 듯 손을 까딱거리는 그 애에게 겁을 먹었던 것인지, 혹은 다른 이유에선 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엔 5만원을 주었죠. 하지만 원래 내 것이던 그 5만원은 한 달 뒤에도 내게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저 돈을 돌려주지 않기에 5만원을 값으라고 그 애에게 말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었겠지만 난 그 당연한 말 한마디에 처음으로 사람에게 밟혀봤습니다. 아무렇게 쓰여지다 버려진 내 교과서와 학용품이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또, 처음부터 돈을 '빌려주었다.' 고 생각한 건 나뿐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 날 저녁, 전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집으로 거의 쓰러지다시피 도착했습니다. 부모님께선 제 꼴을 보시고 놀라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지만,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부모님의 걱정스러운 눈을 바라보다가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늦은 시간, 비좁게 열려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싸늘한 밤공기를 맞으며 계속 생각했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나한테 이러는걸까, 하고 말이에요. 원인을 알아내려다 자책만 잔뜩하고 나서야 내가 잘못한 게 아니구나란 결론에 도달했죠.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건 그 아이들을 만난 이 학교에 입학했다는 것 뿐이겠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며 쓰라린 상처를 부여잡고 잠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또, 또, 또. 그 망할 희망은 들어 맞을뻔한 적도, 현실에 가까웠던 적도 없었습니다. 그 뒤로 나를 향한 괴롭힘의 화살은 거세져만 갔고, 화살들이 향하는 과녁은 이제 너무나 망가졌습니다. 과녁에는 상처가 나고 구멍이 잔뜩 뚫려 아무도 그런 낡고 더러운 과녁에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전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어요. 모두 포기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요, 적어도 죽음은 제 마음대로 해야지 억울하진 않잖아요?
2. 죽음에 가까워지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쫒기듯 나와 높아 보이는 아무 건물로 무작정 들어갔습니다. 버튼을 누르고 초조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가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순간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cctv가 생각났어요. 잠시 고민하다 결국 계단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7층에 가까워질 때 쯤, 가다가 지쳐 옥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이 차 죽어버릴 것만 같아 엘리베이터로 갈아탔지만 말이에요.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그 안은 정말 비좁아 보였어요. 우웅거리는 작은 소음를 내며 점점 높게 변해가는 숫자를 보고 있자니 그 시간이 정말 짧으면서도 길다고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진지한 숨을 몰아쉬며 맨 꼭대기 층에 도착하니 문은 잠겨있었습니다. 순간 내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다는 짜증과 나 자신을 향한 한심함이 확 치밀어올랐어요. 전 반쯤 미친 사람처럼 바닥에 있던 무언가를 집어들어 문 손잡이를 있는 힘껏 내리쳤습니다.
쾅-
콰앙-
콰아앙-
계속 내리치다보니 어느 순간 손잡이가 저 멀리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제서야 들고 있던 무엇인지 모를 그것을 내팽겨치고 술에 찌든 사람처럼 옥상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어요. 손에는 피가 흘러내려 찐득거렸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여기서 떨어진다면 이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피를 흘릴텐데 좀 일찍 다친거라고 생각하자며 합리화했고요. 겨우 허리까지 올라오는 울타리를 잡고 숨을 내몰았어요. 그러고는 내 미래를 생각했죠.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죽은 뒤에 날 보고 슬퍼할 그들의 미래요. 근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어요. 그들? 그들이 누군데? 내가 죽으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슬퍼해줄 사람이 있기는한가? 이런 쓸모없는 생각을 하며 멈춰있는데 뒤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마 경비원이었을거에요. 순간 놀라 죽을 생각 따윈 잊고 얼른 문 뒤쪽으로 달려가 숨었죠. "손잡이가 왜 부서졌지.." 하며 중얼거리던 그는 얼마 안 가 다시 내려갔어요. 나도 그의 발자국 소리가 끊기고 나서야 마음을 쓸어내리며 혹여나 들킬까 싶어 계단으로 조용히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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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어제 내가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건지, 어떻게 다시 집으로 귀가했는지, 내가 지금 살아있는건 맞는지.. 아무것도 모르겠더라고요. 또 결국에는 악착 같이 살아남았던 날들을 뒤로하고 오늘이 내 마지막 날이 될 거라는 것도요.
3. 예상치 못하게
그냥 그저 그렇 듯, 여느 때와 똑같았어요.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쉬는 시간에는 그 애들이 찾아왔죠. 아. 딱 하나 달랐던 게 있더라면.. 눈이 왔단 겁니다. 정말 새하얀 눈이 말이에요.. 그 뿐이었어요. 날씨도 추운데 잔인하게 쏟아내리는 눈 덕에 세상은 빠르게 뿌예져갔어요. 솔직하게 말해서 그 눈에는 별 관심 없었습니다. 매년 보던 눈인데 뭘 새삼스럽게..그래도 창문을 통해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금방 시간이 흘러 종이 치더라고요. 겨우 하루를 마치고 하교를 하려는데, 그 애들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학교 뒤 쪽에 있는 산으로 가더라고요. 생각해보니 학교 근처는 어제부터 경찰이 순찰을 돈다고 했던 게 문득 기억났습니다. 담배를 피다 걸리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주민들한테 신고가 들어온 거죠. 그 때문에 난 이 추운 한 겨울에 이딴 애들과 산에 가게 되었습니다. 뭐.. 산이라고는 하지만 가파르지도 않고 해서 힘들진 않았습니다. 대신 사람도, 나무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죠. 눈은 살벌하게 내리고 제 바로 앞에 걸어가는 저 애들의 뒷모습도 뿌연데. 하긴.. 미친 게 아니라면 누가 이 날씨에 산에 오르겠나요? 그 미친 놈들이 얘네고, 걔네한테 끌려가는게 저인 것 뿐이죠. 차가 지나다니는 소리 같은게 들리지 않자, 그제서야 그 애들은 걸음을 멈추고 담배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러고는 서로 욕을 내뱉고 깔깔대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전 그 사이에서 고개만 떨구고 조용히 있었고요. 그 애들 중 저를 신경쓰는 애는 없었고, 전 잠시 동안 투명인간이 된 것 같았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간 동안은 조금 편하다는 감정을 느꼈습니다. 항상 불쌍하다는 듯 바라보는 동정이나, 재밌다며 한껏 휘어진 눈꼬리 따위를 보다보니 이제는 차라리 아무도 내가 안 보였으면 하는가 봅니다. 그렇게 시끄러운 얘기 중, 제 앞에 서 있던 여자애가 절 보더니 미간을 찡그렸어요. 그리고 갑자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습니다. "시X, 야, 방금 너 내 다리 봤지?" 처음엔 이게 뭔 소리지 하는 마음에 얼굴이 오만상으로 구겨졌어요. 그렇게까지 그 애를 자극할 마음은 없었지만 전 억울했고, 그저 흙바닥에 쌓인 눈을 보며 춥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절 변태로 몰아가니 순간적으로 사람이 발끈하게 되더라고요 "네 다리 안 궁금해." 전 그 애를 노려봤고, 그 표정에 여자애는 짜증이 났는지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배로 묵직한 무언가가 확 꽂혔어요.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 없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 머리가 핑- 돌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컥,컥 대며 그 자리에 주저앉자, 그들은 나를 보며 깔깔대며 웃었습니다. 하지만 난 그게 들리지 않았어요. 귀에선 그저
삐이이---
하고 날카로운 소음만 웽웽 거렸고요. 몸을 비척이며 일어나자 아까 제게 주먹을 날린 그 애가 절 밀쳤고, 전 어지러운 탓에 쉽게 균형을 잃었습니다. 새하얀 눈을 밟으며 한, 두 걸음 뒤로 미끄러지다가 결국 뒤로 넘어지는 그 순간.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하필 제가 넘어져 머리가 닿을 그 부분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죠. 결국 바위와 맞닿은 제 머리에선 붉은 피가 흘러나왔고, 내 초점 없는 두 눈동자를 마주한 그 애들은 너, 나할 것도 없이 뒷걸음치다가 부리나케 산 밑으로 도망가버렸어요.
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어요. 아니 진짜 깨진걸까요? 아까 나던 그 살벌하고도 징그러운, 뭔가가 쪼개지는 듯한 그 소리를 생각하면.. 역시나겠죠. 제 시야로 희미하게 보이는 모든 것들이 자꾸 울렁 울렁거렸어요. 너무..허무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죽어야하나? 난.... 난..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는데..?
4. 신에게 말하다.
평소 믿지도 않던 신에게 기도까지 했습니다.
신이 있다면,
신이 존재한다면,
하고 싶은 말 한 번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아온 나를 불쌍히 여겨서라도 살려달라고.
살아난다면 기적이고, 죽는 게 당연한 지금 이 순간을 겨울의 악몽 같은 것 따위로 넘길 수 있게 해달라고.
지금이라도 날 괴롭히던 그 자식들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살려달라고.
그걸 원하지 않는다면 복수 따윈 생각도 않고 쥐도 새도 모르게 살아갈 생각도 있다고.
날..
구원해달라고.
.
.
점점 감각들은 희미해지고
꽉 맞쥐고 있던 손마저 힘이 빠지고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좁아져가는 시야에 보이는 것은
순백의 세상.
나의 붉은 피는 스멀 스멀
눈을 타고 퍼져갑니다.
.
.
나는
죽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