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본 남편 메일 속에서

비공개200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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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지 1년 정도 된 신혼입니다~

남편은 성실하고 저에게도 정말 잘하고 회사 일에 바쁘지만 가정에 충실하려고 애도 많이 쓰는 건실한 사람입니다.

제가 짜증을 잘 내는 스탈이라 가끔씩 짜증을 부려서 티격댄 것 말고는 부부 사이에 애정이 식거나 할 일은 없었구요. 연애 기간도 짧아서 서로 좋은 감정이 더 많은 시기고..

남편 회사 일이 바빠서 요즘 계속 제가 불만이 쌓여 있는 정도가 이상 전선이라면 할 수도 있겠지만 , 이건 뭐 여느 다른 부부들도 겪는 거니까...

 

오늘 저녁에 남편이 컴퓨터를 한다고 잠시 켜놓고 뭘 사러 밖에 간 사이, 제가 컴퓨터를 보다 남편 메일이 열려있길래 궁금해서 엿보게 되었습니다.

딴 것도 아니고 카드 명세서를 확인했는데, 이번달 명세서 내역에 '## 모텔'....그것도 두건이나...!!! 또 연애시절 저와 단 둘이 갔던 한적한 도시 외곽 찻집 이름과 평일 영화관 결제 내역...!!!

첨엔 어... 이건 뭐야... 지난 달에 우리가 모텔에 갔었나... 무슨 영화를 봤더라... 이런 생각만 했지 딴생각은 전혀 못하다가 달력을 보고 점점 이게 아닌데 하는 순간, 심장이 어찌나 뛰고 손이 떨리던지...

정말 나 밖에 모르던 사람인데.. 요즘 회사가 바빠서 늘 피곤하고 늦게 오고 하던 것들이 그럼...하면서 그때 밖에 나간 순간도 혹시 여자를 만나는 건 아닌지 하면서..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는데도 모든 상황들이 '바람'이라고 확신하는 순간 들어맞는 것만 같았습니다.

남들이 봐도 금슬이 좋다는 우리 부부이고 누가 봐도 저만 바라보고 살거라는 우리 남편이 내게.... 왜...왜 ...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건지 정말 꿈인가 싶어 꼬집어도 보았습니다.

 

눈물을 삼키고 마음을 간신히 추스리고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빨리 오라고 했고, 급한 일이 생긴 줄 알았는지 남편은 다급한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고 왜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정말 그 당시 저도 제 정신이 아닌지라...그래도 겉으로는 애써 침착하게 남편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저도 모르게 칼을 집어들고서는 지금 이 순간부터 나에게 거짓말한다면 죽어버릴거라고...아니 죽여버리겠다고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ㅜ

얼떨떨한 남편은 일단 알겠다고 하고 재차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말을 안하고 가만히 입 꾹 다물고 있자 앞에 있는 컴퓨터를 봅니다. 그러더니 '왜?'하길래 몰라서 묻냐는 내 말에 다시 한번 보더니..."아 참... 이거 내가 말한거잖아 전에~ 회사 카드 없을 때 내 카드로 대신 쓰고 후에 다시 입금된다고"

네.. 전에도 회사 카드 필요한 일은 많은데 그때그때 수급이 안되서 신랑 카드쓰고 신랑 카드 출금날보다 늦게 입금되서 곤란한 일도 있었습니다.  근데 모텔이라뇨..영화관이라뇨..

자기 같으면 그말 그대로 믿겠냐고 따지고 들었죠~

신랑도 어처구니 없고 답답해하면서 물론 내 심정 이해하지만 자기도 회사카드 대신해서 자기 카드 그때그때 필요할때 부서에 필요한 사람들 주고 청구해서 받는거라.... 또 그래서는 안되지만 명목상 접대비라고 해서 청구하면 상세 내역이 안나가기 때문에 저렇게 악용해서 쓰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도 물론 안 믿었죠... 누가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말을 다 믿겠냐고...

우리 신랑 ... 제가 안 믿는거에 답답해하고 또 자기를 그렇게 못믿느냐고 억울해 하고 흥분 많이 했습니다. 오히려 저는 더 담담해지더군요.

그러더니 들고 온 칼로 어떻게 해야 자기를 믿겠냐고 칼을 들고 어찌할 모양을 부들부들 떨더니 머리카락을 한웅큼 쥐고 자르더군요. ㅜ 그런 흥분한 모습도 첨이고 너무 무서웠습니다. 칼은 괜히 들고 왔다는 생각도...

급기야는 자기 결백을 증명하려면 칼로 어떻게 해도 되니까 하라면서 저보고 주기까지..ㅜ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그렇게 못 믿냐고...

 

다시 이성적으로 돌아와서는 모텔간 날짜 영화본 날짜 찻집간 날짜... 일일이 따져보자고 합니다.그때 회사에서 늦게까지 일한다고 회사 전화로 전화하고 저도 회사로 전화한 것도  기억이 나고, 회장님 생신이라고 자기 부서에서 선물 정해서 사야한다고 예전에 우리 가던 찻집에서 찻잔세트 사드려야겠다고 한 말이 기억났습니다.

제가 신랑에게 전화를 자주 하는 편인데 그때마다 회사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 적도 없었구요..

모든 정황과 또 여자의 직감으로 제가 생각한 큰일이 일어난 건 아닌것 같은데..

그래도 1% 부족한 찝찝한 무엇이 남아있습니다.

또 신랑 말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급하기로서니 임원도 아닌 일개 사원의 카드를 저렇게 무분별하게 쓰도록 하는 회사 정책도 정말 말이 안되고, 회사 카드를 이용해 모텔,유흥비로 써제끼는 한심한 사원들 하며, 또 예전처럼 늦게 입금되어 신용불량으로 찍힐 뻔한 불상사를 남기는 일이며, 무엇보다 한 가정을 자칫 파탄으로 만들게 한 이 모든 책임을 회사가 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알고는 있어서 다음부터는 이런 부당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가 남편에게 회사 상사를 만나서 일러줘야겠다고 했더니 남편은 또 그럼 회사에 소문이 나서 자기 체면이 뭐가 되냐고...

그렇게 나오면 자기를 더 의심할 수 밖에 없다고 했더니 의심을 풀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만 또 회사에 와이프가 찾아가서 이런 하소연?을 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고 해서 자기 입장이 곤란하다고...그럼 자기 부서 과장에게 가서 말하랍니다. 회사 부서 사람들 다 보게는 하지 말고...

이러는 것도 어찌보면 충분히 의심을 살 경우지만 글로 다 적지 못한 이러저러한 경우를 참작하니 남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남편을 믿지만 ... 정말 회사에 가서 이렇게 평사원 카드를 함부로 쓰게 하는 경우가 있는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그 찝찝함을 져버릴 수가 없네요.

물론 제가 말은 이래도 대담한 성격도 아니고 남편 직장까지 찾아가 과연 상사를 만나 일대일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장담이 안서지만, 그래도 회사에 대한 괴씸한 마음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지금 심정으로서는 내일이라고 당장 찾아가고 싶네요.

 

제가 정말 오버하는걸까요?

갔다가 괜히 남편 체면만 깎아내리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하다니 정말.... 기분 엿같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