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의대생의 의대 증원에 대한 생각

ㅇㅇ2024.02.08
조회429
화력 센 거 필요없고 10대이야기가 제일 익숙해서 여기다 올림. 죄송
난 세상 돌아가는 거 크게 관심 없고 걍 그때그때 살아가기 바쁜 의대생에 불과한데, 단순히 의사 수가 적으니까 의대 증원 해야하는거 아님? 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씀
의대생 맞음? 이럴 수 있는데, 믿든 말든 아무 상관 없고 걍 할 일 없는 대학생의 글이라고 생각해도 좋으니까 단순히 이런 입장도 있구나~하고 생각해보면 좋을 듯함

1. 의사 수가 부족하다!
OECD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1000명 당 의사수가 부족하네 어쩌네..이런 근거를 들던데, 그래서 우리가 의사 만나기 어렵나?
장담하는데, OECD 의사 수가 높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의료접근성은 우리나라가 높은 축에 속할 것임.
당장 지도 켜서 병원 검색해보셈. 당일방문 당일진료 가능한 병원 수두룩 나옴...

2. 의사 늘어나면 피부,성형외과 등의 인기과에서 도태된 의사들은 자연스럽게 바이탈과로 갈 것이다!
의료 행위를 무슨 자영업 업종변경 마냥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무슨 음식장사 망한다고 옷가게 차리는 수준이 아님
의사는 일반적으로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자격증이 주어짐. 그리고 대학병원에서 인턴 레지를 거쳐서 전문의 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과의 전문의가 되는 것.
근데 극단적으로 피부과와 흉부외과를 놓고 보셈
피부과 : 비급여 항목 많음 / 개원해서 단독 의료행위 가능 / 소송의 여지가 적음
흉부외과 : 수술하는데 마취과, 잘 훈련된 간호사 등 필요, 단독 의료행위 불가 / 소송에 휘말릴 위험 큼
-> 상황이 이런데 같이 입학해서 같은 돈 내고 공부하고 같이 졸업하는데 본인같으면 사람 살리는 바이탈 과에 가고 싶을까?
걍 일반의 까지만 하고 개원하고 말지. 레지까지 돈 사람도 개원하는 마당에...

그리고 병원의 입장에서도 사람 살리면 손해보는데 바이탈 과에 의사들 뽑고 싶을까?
사명감으로 외과 가면 뭐함. 혼자서 개원도 못하고, 돈 못 벌고, 그렇다고 병원에서 사람도 안 뽑고, 소송에도 휘말릴 위험 크고, 병원에 들어가도 인력이 없으니 혼자 겁나 바쁘고...
그러니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인기과 경쟁률은 높아지고 아예 대학병원에서 수련하지 않는 일반의(걍 국시보고 자격증만 딴 의사)가 늘어나는 추세인거임

3. 변호사 등 전문인력들 늘어나는데 의사만 그대로인데?
개인이 법률자문 구하는 건 사실 개인 재정의 영역임. 남이 변호사 상담하는 게 늘어난다고 내가 돈내는 거 아니잖음
근데 동네에 병원이 2배로 늘어난다고 생각해보셈. 환자가 늘어나는게 아니더라도, 별로 아프지 않더라도, 병원이 가깝니 의사가 더 친절하니 하는 이유로 더 많이 갈 것 같지 않음?
그럼 건강보험료는 오르겠지?
지금 부모님한테 여쭤보셈. 건강보험료 얼마나 내는지...

4. 그럼 어쩌라고
의료수가를 조정하면 됨. 사람 살리는 수술에 대하여 수가 높이면 자연스레 병원은 의사 더 많이 뽑을 거임
그럼 건보료 오를 수 밖에 없음. 이래서 반대하는 거고.
근데 어차피 건강보험료는 오르는데 사람 살리는 과 늘어나는게 나을까, 의료접근성을 높이는 게 나을까
난 사실 여기서 의료접근성이 더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의구심이 듬
의사 수가 많아지면 분명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질텐데, 그 의료행위가 생명을 살리는 일과는 무관한 것일 확률이 더 높을 것임
거기에 들어가는 건보료.... 차라리 사람 살리는 수술, 치료, 약제 항목의 의료수가 높이는데 쓰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

또 바이탈과, 즉 사람 살리는 과 좀 소송으로부터 보호해주면 좋겠음
모든 수술을 성공할 수는 없고, 수술 자체가 위험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주변 얘기 들어보면 너무 힘든 게 느껴짐
특히 소아과... 부모들이 아이의 건강에 예민하고 민감한 것은 당연하나, 그게 의료진을 화풀이 대상으로 써도 된다는 말은 아님.


+) 개인적으로 반대하는 이유
우리 의대는 정원이 40명 내외인 미니의대인데, 의대 정원을 2000명을 늘리면 우리 의대에도 어림잡아 20명은 증원 될 것임.
40명이었다가 60명?ㅎㅎ
의학교육은 정말 강의실에 의자 몇 개 갖다 놓는다고 되는 게 아님.
해부를 위한 카데바는 어디서 갑자기 구할 것이며, 실습환경은 어떻게 할 것이며, 학생들 가르칠 교수진들은 갑자기 어떻게 구할건데?
갑작스러운 증원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 그런 교육을 받은 의사에게 생명을 맡기는 것 또한 오로지 국민의 몫임.
그리고 전세계 어떤나라를 보더라도 전공의 파업한다고 모든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음. 그만큼 대학병원에서 전문의가 아닌 전공의를 굴리고 있다는 말. 이 또한 낮은 의료수가가 근본적인 원인으로 깔려있음
나 또한 아직은 의사보다는 환자에 가까운 국민으로서, 이 모든 상황이 안타까울 뿐.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만큼은 엥? 의사가 파업하네? 역시 국민들 생명을 담보로 파업하는 의새들! 이란 단순사고과정을 거치지 않고 좀 더 거시적으로 흐름을 파악했으면 좋겠음...


"포퓰리즘"이라는 말이 있음. 엘리트주의의 반대말로서, 대중과 전문지식을 가진 엘리트를 동등하게 보고 사회의 변화를 주장하는 말
의사와 의대생이 엘리트라는 말이 아님. 단지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소수이기 때문에, 적폐라고 보면서 적대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음
그래서 그 소수의 말은 묻히기 쉬움. 그러나 의료계의 당사자들이 의대증원을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금은 관심있게 찾아보면서 한번쯤 생각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임

긴 글 읽어줘서 감사하공,,,여기저기 보고 들은 거 주저리주저리 써놓은거니 반대의견 환영 댓글 환영
근데 내 의견이 의사나 의대생의 모든 의견을 반영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그럴 자격도 없음
그러니 단순히 이렇게 생각하는 의대생도 있구나~하고 욕하지 말아주세염... 멘탈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