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시친 카테고리인 만큼 결혼하게 된 이야기도 적어볼까 합니다.아, 참고로 댓글은 안보겠습니다. 모든 의사들에게 분노한 기분 이해합니다.
저는 남편이 헌팅을 해서 만나게 되었는데요, 당시 저도 친구와 둘이 있었고 남편도 친구와 둘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약간 자신 없어 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서 소개한 기억이 나네요... ㅎㅎ 같이 있던 친구는 성형외과였거든요. 저는 20대 후반이었고 사실 그런 쪽을 잘 몰라서 그냥 동갑인데 의사라는 게 신기했지, 무슨 과가 돈을 더 잘 벌고 그런 거는 전혀 몰랐습니다.
병원에만 있었어서 그런지 원래부터인지 순수한 면이 있었고, 저는 오히려 그런게 마음에 들어서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외모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나이 들고 아프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잖아요.
아무튼 우린 조건 보고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저는 월급 받는 아버지 아래 4남매 중 하나로, 남편에게 병원을 차려주거나 지원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남편도 평범한 집이고요.그래서 남편은 페이닥터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개원을 할 때, 다른 많은 의사들처럼 거의 전부 대출을 받아서 시작했습니다. 필수과다보니 자리잡는 것이 오래 걸리고 적자인 때가 많았습니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들이 전부 대출로 이루어져있다고 써있진 않지요.
남편은 필수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자신에게 미용을 할 세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다 놓쳤다고요.. 미용으로 옮긴 남편의 친구들은 돈을 잘 벌었거든요. 어쨌든 가장이니까 노후도 대비하고 해야하는데 한달 한달 간신히 막으면서 사는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남편이 필수과라서 좋았습니다. 왜냐면 남편은 정말 머리가 좋고 실력이 좋거든요.그래서 놓칠 수 있었던 병을 초기에 발견해서 사람 많이 살렸습니다. 이런 사람이 필수과를 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생각하기에,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남편이 필수과라서 너무 좋고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당뇨로 당시 12년을 넘게 앓으신 상태였는데, 하루 중에 몇 시간은 당조절이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누적이 되니 당화혈색소 수치도 안좋아지고.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빅5 대학병원을 다니고 계셨었어요.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남편이 어머니가 수첩에 적은 당 기록과 약처방을 살펴보고 약 하나를 바꾸어주었는데, 그 뒤로 24시간 당조절이 되셔서 이후로는 당화혈색소 수치도 줄어들고 너무 좋아지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약이 과하면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저혈당 쇼크가 오기에 무작정 약 용량을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죠.
대학병원에서 실수했다기보단, 남편 실력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걸 볼 때마다 사실 가장 실력 있는 사람들이 필수과로 가고, 그 다음이 비필수인 미용으로 가야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피부미용이 가장 경쟁률이 쎄고, 필수과 펠로우는 미달이라니... 생각하면 너무 아쉽지요.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분께서 대장내시경을 하셨는데, 장청소가 잘 되어있지 않으셨는지 마지막으로 나가기 직전에, 출구 직전에 살짝 똥물이 고여있었다고 합니다. 나머지가 다 너무 깨끗해서 그냥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남편은 직원들과 함께 잠든 분을 뒤집는 결정을 했어요. 그분을 반대로 눕히자 똥물이 반대로 이동하면서 고였던 부분이 보였는데, 거기에 암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필수과 이름이 왜 "필수"과일까요. 사람들에게 필수과가 너무 중요한데 버티기가 힘듭니다. 증원을 해도 "이렇게", "지금 정부의 정책대로"하면 필수과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남은 필수과가 전멸합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라는 그 이름과 반대로 대한민국에 살아남은 필수의료를 전멸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 의사들은 잘 알지만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정부가 증원만 포커스를 두고 정부 유리한 정보만 알리고 있거든요. 국민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부분인데도요. 국민들에게도 의사 숫자 늘어나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받을 진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대부분 그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의사 숫자만 늘어날거라고 희망적인 상상하고 있지요.
이어서 쓰겠습니다...
PS: 글을 올리기 직전 "죽어가는 흉부외과 의사의 글"을 보았는데,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72102632
필수의사 와이프입니다(2)
저는 남편이 헌팅을 해서 만나게 되었는데요, 당시 저도 친구와 둘이 있었고 남편도 친구와 둘이 있었습니다. 남편이 자기 소개를 할 때, 약간 자신 없어 하면서 언젠가 자신이 도움이 될 거라고 하면서 소개한 기억이 나네요... ㅎㅎ 같이 있던 친구는 성형외과였거든요. 저는 20대 후반이었고 사실 그런 쪽을 잘 몰라서 그냥 동갑인데 의사라는 게 신기했지, 무슨 과가 돈을 더 잘 벌고 그런 거는 전혀 몰랐습니다.
병원에만 있었어서 그런지 원래부터인지 순수한 면이 있었고, 저는 오히려 그런게 마음에 들어서 진지하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순수한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외모나 조건이 아니라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사람을 만나야 나이 들고 아프고 힘들 때 서로 의지할 수 있잖아요.
아무튼 우린 조건 보고 만나게 된 것이 아니라, 저는 월급 받는 아버지 아래 4남매 중 하나로, 남편에게 병원을 차려주거나 지원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남편도 평범한 집이고요.그래서 남편은 페이닥터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후에 개원을 할 때, 다른 많은 의사들처럼 거의 전부 대출을 받아서 시작했습니다. 필수과다보니 자리잡는 것이 오래 걸리고 적자인 때가 많았습니다만 겉으로 보기에는 그것들이 전부 대출로 이루어져있다고 써있진 않지요.
남편은 필수과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자신에게 미용을 할 세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그것을 다 놓쳤다고요.. 미용으로 옮긴 남편의 친구들은 돈을 잘 벌었거든요. 어쨌든 가장이니까 노후도 대비하고 해야하는데 한달 한달 간신히 막으면서 사는 상태였거든요.
하지만 저는 남편이 필수과라서 좋았습니다. 왜냐면 남편은 정말 머리가 좋고 실력이 좋거든요.그래서 놓칠 수 있었던 병을 초기에 발견해서 사람 많이 살렸습니다. 이런 사람이 필수과를 해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지 생각하기에, 남편에게는 미안하지만 저는 남편이 필수과라서 너무 좋고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당뇨로 당시 12년을 넘게 앓으신 상태였는데, 하루 중에 몇 시간은 당조절이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누적이 되니 당화혈색소 수치도 안좋아지고. 어머니는 오래 전부터 빅5 대학병원을 다니고 계셨었어요. 남편에게 이야기하니 남편이 어머니가 수첩에 적은 당 기록과 약처방을 살펴보고 약 하나를 바꾸어주었는데, 그 뒤로 24시간 당조절이 되셔서 이후로는 당화혈색소 수치도 줄어들고 너무 좋아지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약이 과하면 당뇨병 환자들에게는 저혈당 쇼크가 오기에 무작정 약 용량을 늘리는 것이 답은 아니죠.
대학병원에서 실수했다기보단, 남편 실력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걸 볼 때마다 사실 가장 실력 있는 사람들이 필수과로 가고, 그 다음이 비필수인 미용으로 가야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피부미용이 가장 경쟁률이 쎄고, 필수과 펠로우는 미달이라니... 생각하면 너무 아쉽지요.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분께서 대장내시경을 하셨는데, 장청소가 잘 되어있지 않으셨는지 마지막으로 나가기 직전에, 출구 직전에 살짝 똥물이 고여있었다고 합니다. 나머지가 다 너무 깨끗해서 그냥 나갈 수도 있었지만 남편은 직원들과 함께 잠든 분을 뒤집는 결정을 했어요. 그분을 반대로 눕히자 똥물이 반대로 이동하면서 고였던 부분이 보였는데, 거기에 암이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듣는데 제가 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필수과 이름이 왜 "필수"과일까요. 사람들에게 필수과가 너무 중요한데 버티기가 힘듭니다. 증원을 해도 "이렇게", "지금 정부의 정책대로"하면 필수과가 살아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남은 필수과가 전멸합니다. 그래서 그렇습니다.
정부의 "필수의료패키지"라는 그 이름과 반대로 대한민국에 살아남은 필수의료를 전멸시킬 수 있는 정책에 대해서 의사들은 잘 알지만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정부가 증원만 포커스를 두고 정부 유리한 정보만 알리고 있거든요. 국민이 가장 잘 알아야 하는 부분인데도요. 국민들에게도 의사 숫자 늘어나는 것보다 앞으로 내가 받을 진료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대부분 그저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의사 숫자만 늘어날거라고 희망적인 상상하고 있지요.
이어서 쓰겠습니다...
PS: 글을 올리기 직전 "죽어가는 흉부외과 의사의 글"을 보았는데,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pann.nate.com/talk/372102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