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라: 르세라핌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느꼈어요. K-팝 팬이 아닌 분들이 르세라핌의 노래로 챌린지를 하시거나, 길거리에서 저희 노래가 들리는 것처럼 일상에 스며든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르세라핌이 앞으로도 더 영향력 있는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갖게 됐어요.
‘Perfect Night’ 활동으로 르세라핌으로서는 처음 미국에 간 것도 새로운 경험이겠어요.
사쿠라: 초등학생 때 뮤지컬 워크숍을 위해 2주 정도 뉴욕에 갔어요. 그때는 꿈을 꾸는 평범한 소녀였는데, 아티스트가 되어 다시 뉴욕에 와서 타임스퀘어를 보니 신기했어요. 인생은 정말 모른다 싶었어요.(웃음) 아직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설렜어요. 더 공부하고 경험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게 저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줘요. 조금 서툴러도 미국 사람들도 제 말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반응해줘서 말하는 게 두렵지 않았어요. 결국 언어는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땐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언젠가는 된다는 걸 알아서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여러모로 이전보다 여유가 있어 보여요. 르세라핌에서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과 어울리는 경험이 영향을 줬을까요?
사쿠라: 서로 너무 달라서 재밌어요.(웃음) 계속 새로운 점들을 발견해서 알아갈 때마다 설렘이 있어요. 어릴 때 먹은 과자, 들었던 노래도 다 달라요. 미국에 가서도 ‘아, 윤진이가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고, 반대로 일본에 갔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저와 즈하에게 그렇게 느꼈을 수 있고요. 서로 다른 언어를 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어서 어디에 가든 의지가 되고 든든해요.
한국, 일본, 홍콩, 자카르타 등 여러 지역의 투어를 도는 경험은 어땠나요? 다섯 명이 무대를 책임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쿠라: 르세라핌으로서는 첫 투어이기도 했고, 다섯 명이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어요. 서울 콘서트를 제외하면 댄서분들이 없었고, 개인 무대나 유닛 무대 없이 다섯 명이서 무대를 하니까 르세라핌의 한 명으로서 느끼는 무게감이 달라졌어요. 제가 혹시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무섭고. 그런데 평소에는 체력이 부족한 편인데, 이번 투어 기간 동안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웃음) 공연을 시작하면 너무 재밌고 흥분돼서 힘들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콘서트에서 채원 씨가 ‘도도독’으로 화제가 됐을 때,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서 전혀 웃지 않고 집중해서 ‘Fire in the belly’의 독무를 하는 사쿠라 씨의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어요.
사쿠라: 이미 ‘스위치 온’이 된 상태라 웃음이 나오지 않았어요. 아직 피어나분들에게 그 무대를 많이 보여주지 않았을 때라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제 독무에 대해 “눈빛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씀하셔서 그 피드백만 머릿속에 꽉 차 있었어요.(웃음) 원래부터 집중력이 좋은 편이긴 해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뜨개질만 5시간 동안 계속 집중해서 하고요. 오히려 ‘스위치 오프’를 하고 집중력을 줄이는 게 어려워요. 요즘은 무대에서 저에게만 집중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 같이 맞추려면 멤버들의 호흡을 느끼거나 주변의 소리나 공기를 느껴야 할 때도 있어서요.
이번 타이틀 곡 ‘EASY’도 새로운 도전이었죠? K-팝 걸그룹의 대중적인 문법과는 달리 힙합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바이브를 살려야 하는 노래와 퍼포먼스라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쿠라: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저희끼리 연습하면서 “전혀 ‘EASY’하지 않은데?”라고 농담할 정도로요.(웃음) 르세라핌 하면 칼군무잖아요. 저희는 연습을 하면 이제 자동으로 각도가 맞춰지고 칼군무가 되는데, 이번 곡에서는 서로 맞추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야 했어요. 매 순간이 도전이에요. 그래도 르세라핌에서는 해보지 않은 영역에 매번 도전할 기회가 주어져서, 해내는 만큼 저희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고 느껴요. 이번에도 뭔가를 얻은 게 확실하고요. 특히 이번 앨범은 ‘Swan Song’의 작사 참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회사와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같이 만들었어요. 회사가 저희를 아티스트로서 존중한다고 느꼈어요.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는 K-팝 아티스트로서 이번 앨범의 직설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게 고민되지는 않았나요? 어떤 점에서는 K-팝의 안티테제로 보일 만큼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앨범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사쿠라: 음, 그래도 르세라핌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도 좋고 듣기 편한 곡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르세라핌만의 노래는 지금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이후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언제까지고 저희는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 데뷔하고 2년 차쯤 됐으니 저희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내면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도, 회사도 생각이 같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앨범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요. 피어나분들도 그럴 거고요. 데뷔할 때의 저희는 정말 ‘FEARLESS’해서 그 노래를 들으면 당시 저희의 심정이 생각나요. 르세라핌의 노래가 과거의 저희를 짚어볼 수 있는 책갈피가 되었으면 해요.
작사에 참여한 ‘Swan Song’도 무대 뒤에서 아티스트가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해요.
사쿠라: 투어 때 그 노래의 가사를 썼는데,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이니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해요. 사실 저는 아이돌로서의 저와 평소의 제가 같아서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생의 반을 아이돌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질 것 같고, 그런데 저는 여기서 살아야 하니까 계속 춤을 춰야 하죠. “살기 위한 dancing”이라는 가사 그대로요. 저에게 이 일은 삶의 의미예요.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 이제 이 일은 저의 일부분이거든요. 없으면 못 살 정도로.
홍은채
지난 연말 ‘MAMA 어워즈’ 오프닝 퍼포먼스의 주제가 ‘I AM SPECIAL’이었죠.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실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어.”라는 내레이션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무대였어요.
홍은채: 내레이션 그대로 저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언니들은 다 각자의 서사가 있잖아요. 발레를 15년 하다가 K-팝을 시작하고, 세 번 데뷔하고, 두 번 데뷔하고, 연습생을 하다 미국에 갔는데 다시 돌아오고. 저희 팀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룹인데 저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가 오디션을 보고 데뷔하게 된 케이스다 보니, 곡을 받고 가사를 쓸 때마다 제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 무대를 통해 제가 가진 고민 그 자체를 내레이션으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감사했고 해방감도 느껴졌어요.
‘Swan Song’의 “수많은 날 수많은 밤 수많은 눈물 때론 나 초조하곤 해”라는 가사처럼 고민이 계속 됐었나 봐요.
홍은채: 르세라핌으로 데뷔하게 됐을 때 “너는 운이 진짜 좋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스스로도 제가 왜 르세라핌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 파트가 딱 제 모습 같더라고요. 저는 저한테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는 왜 이런 기회가 주어졌는지 저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거든요.
작년 3월 TVING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에서 은채 씨의 데뷔를 두고 운이 좋다고 말하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쿠라 씨가 이렇게 말했죠. “우리 다 운 좋아. 운이 없으면 여기 없어. 운도 실력이야.”
홍은채: 예전에는 저 스스로도 마냥 ‘내가 운이 정말 좋구나.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달라요. ‘진짜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오는구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기회가 왔을 테고, 그 기회를 잡는 것도 결국 실력이지 않을까.’ 활동을 하면서 그때의 저에게 왜 그런 기회가 왔는지 알게 되면서 예전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그만큼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고민이 있나요?
홍은채: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나는 뭘 잘하고 좋아하는 걸까?’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해요. 아마 연예인을 하는 동안은 계속 가져가야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무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다음엔 뭘 하고 싶을까.’ 이런 생각들이 한 번에 훅 밀려오기도 해요. 솔직히 정말 힘들 때도 있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당장은 찾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해야지. 나중에 다 나한테 도움될 일들이다.’ 하고 넘겨요.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완벽한 확신도 없어요. 없는데, 일단은 그냥 가는 것 같아요. 가봐야 이게 맞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으니까.
그러다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할 텐데, 어떻게 다시 충전하나요?
홍은채: ‘KBS 연예대상’에서 디지털 콘텐츠상,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것처럼 좋은 결과들이 있을 때요. 결과에 연연하고 싶지 않지만(웃음) 어쩔 수 없이 좋은 결과가 눈앞에 보이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고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케줄을 하면서 상을 받은 거니까 ‘그래도 열심히 잘했구나.’ 싶고 보답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성취감이 동력이 되는 거네요. KBS ‘뮤직뱅크’ MC가 된 지도 벌써 1년이 됐어요.
홍은채: 아직도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을 한 다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색하고 어려워요.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웃음) 질문도 많이 해보고 여러 답변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앞에 나서서 대표로 말하는 걸 좋아했는데 연습생을 시작하고는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MC를 하면서 원래 좋아했던 걸 다시 찾은 느낌이에요.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자리이기도 하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작년 8월 서울 콘서트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는 게 어렵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홍은채: 저는 저한테 되게 엄격한 편이거든요. 욕심도 많고 자기만족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돌이켜보면 진짜 잘했다 싶은 무대도 없고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고요. 그래서 나는 그냥 욕심이 많고, 스스로 만족을 잘 못하고, 나한테 관대하지 않은 사람인 걸 받아들이려고 해요.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지.’(웃음)
진짜 잘했다 싶은 무대가 정말 하나도 없어요?
홍은채: 어떤 무대든 아쉬운 점이 없진 않죠. 진짜 만족할 만한 무대도 조금씩은 아쉬운 부분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Perfect Night’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모든 결과들이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계속해서 더 노력할 수 있나요?
홍은채: ‘Perfect Night’이 이렇게까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콘서트를 하는 와중에 연습도 진짜 열심히 하고, 영어 노래다 보니 녹음도 신경 써서 했고, 앨범 하나를 만드는 것처럼 똑같이 해서 얻은 결과라 보람도 컸어요. 사실 그런 좋은 결과들이 올 때마다 그 순간은 너무 좋은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이어서 새로운 걸 준비하다 보면 그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때도 있어요. 매번 이렇게 증명해야 한다는 게요.
그런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요?
홍은채: 아이돌이라는 일이 모든 걸 같이 하는 멤버들이 아니면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누군가에게는 제 고민이 자랑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가 잊혀지는 경우도 많아요. 가끔 멤버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때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음악으로 저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하니까 괜찮아요.
카즈하
카즈하 씨가 공연 직후 브이로그에서 팬분들과의 소통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현장 분위기나 관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카즈하: 어떻게 피어나분들에게 다가가면 될지 잘 몰랐는데, 그게 팬분들에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그 거리감을 채우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투어는 언니들과 은채와 같이 무대에 서잖아요. 멤버들이 무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때,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었어요. 현장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저희를 처음 보는 피어나분들도 있고, 저희도 피어나를 처음 보는 거잖아요. 서로가 편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고, 서로가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카즈하 씨는 어려움을 나누거나 털어놓는 편에 속하나요?
카즈하: 저도 자기 얘기를 잘 안 하는 쪽인 것 같고, 오히려 얘기를 들어주는 편이에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고요. 생각해보니, 처음 데뷔하고 1년 동안은 어머니를 만났을 때 모든 게 신선하고 처음이라 진짜 재밌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욕심도 많아지고 차이도 느껴지고, 나를 더 잘 보게 되잖아요. 지금의 나는 ‘뭐가 부족한지’, ‘남들이 봤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이런 것들도 물어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해져요?
카즈하: 편해지는 건 모르겠는데,(웃음) 뭔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이유는 뭐예요?
카즈하: 처음에는 내가 재밌으면 좋고, 나의 최선을 매번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계속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잖아요. 그게 아이돌이라는 직업에서는 중요한 것 같아서요. 지금도 ‘나에 대한 매력은 뭘까?’ 이런 게 큰 고민이라 사람들이 어떨 때 매력을 느끼는지 많이 생각해요. 그래서 춤으로서도, 행동으로도 매력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까요?
카즈하: 그러게요. 제가 약간 청순한 느낌이 있잖아요.(웃음) 물론 그 매력도 좋고 계속 갖고 있으면 좋겠는데, 저는 원래 클래식만 했어서 ‘힙한’ 것들이 낯설잖아요. 그런데 이 팀은 그런 방향의 무대와 퍼포먼스가 많아질 것 같아서, 더 ‘쎈’ 느낌이나 키치한 이미지도 찾고 싶어요. 주변에 일하는 분들도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적 없는 스타일, 새로운 세계관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더 자극도 받고요.
그런 점에서 ‘Good Bones’의 트레일러 속 카즈하 씨의 모습은 어땠어요? 거칠게 걷거나 사쿠라 씨를 발로 툭툭 치며 깨우기도 해요.(웃음)
카즈하: 감독님이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말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지금까지는 워킹도 멋있게 각 잡은 느낌이 많았잖아요. 이번에는 정답이 없는 촬영이라 어려웠지만, 새로운 모습이 나와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사실 활동을 하면서 어떤 각도가 예쁘고, 어떻게 볼 때 잘 나오는지 알게 되거든요. 물론 예쁘고 많은 분들이 봐주실 수 있지만, 그런 것만 하면 계속 똑같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런 벽을 깨야 될 때가 온 게 아닐까 싶어요.
왜 그 벽을 깨고 싶어요?
카즈하: 자기에 대한 가능성을 넓히고 싶고,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직업을 즐기고 있지만, 이 직업은 너무 크고 때로는 부담도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 가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느낌인데, 언젠가는 내가 날 인정할 수 있는 만큼 됐으면 좋겠어요.
카즈하 씨는 그런 노력의 고통을 겉으로 티내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나요?
카즈하: 사실 제가 알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는 편은 원래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혼자 있을 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고요. 그래서 이미 성장한 모습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그 뒤에 노력이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았으면 하는 것 같아요.
대신 그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죠.
카즈하: 다 같이 똑같은 스케줄을 하니까 서로 공감할 수 있고, 힘든 것도 나눠서 갈 수 있어요. 진짜 이 다섯 명만 알 수 있는 심정이 있잖아요. 말을 안 해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은 그런 관계가 되었어요. 가족보다 가족 같고 든든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욕심이 많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노력하고 싶은 스타일인데, 멤버들도 그 생각이 엄청 강해요.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멤버들이라서. 저도 더 자극을 받고, 힘들 때도 ‘아니야, 해야겠다.’ 하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잘하고 싶은 건 카즈하 씨가 늘 가져왔던 마음이기도 하죠?
카즈하: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발레 했을 때도 더 잘하고 싶고 그랬어요. 그런 세상에서는 다들 위를 보면서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제 옆에 있는 환경에 계속 있어 왔는데, 저는 지금도 멤버들과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 끝에, 카즈하 씨가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뭘까요?
카즈하: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인간이고, 멤버들도 다 인간이니까 고민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을 거고, 진짜 잘될 때도 있고. 그게 당연한 것들이잖아요. 다 그럴 수 있는데, 저는 속으로 약간 부끄러운 것들은 안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조금 버리고, 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숨기거나 하지 않고요. 제가 더 멋있어졌을 때 돌아보면, 그런 모습도 멋있는 거잖아요. 나의 성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고, 내가 진짜 그대로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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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Perfect Night’로 르세라핌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어떤 기분인가요?
사쿠라: 르세라핌을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느꼈어요. K-팝 팬이 아닌 분들이 르세라핌의 노래로 챌린지를 하시거나, 길거리에서 저희 노래가 들리는 것처럼 일상에 스며든 기분이 들어서 좋았어요. 르세라핌이 앞으로도 더 영향력 있는 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갖게 됐어요.
‘Perfect Night’ 활동으로 르세라핌으로서는 처음 미국에 간 것도 새로운 경험이겠어요.
사쿠라: 초등학생 때 뮤지컬 워크숍을 위해 2주 정도 뉴욕에 갔어요. 그때는 꿈을 꾸는 평범한 소녀였는데, 아티스트가 되어 다시 뉴욕에 와서 타임스퀘어를 보니 신기했어요. 인생은 정말 모른다 싶었어요.(웃음) 아직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 오히려 그래서 설렜어요. 더 공부하고 경험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게 저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줘요. 조금 서툴러도 미국 사람들도 제 말을 받아들이고 즐겁게 반응해줘서 말하는 게 두렵지 않았어요. 결국 언어는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처음 한국어를 배울 땐 정말 힘들었는데, 지금은 언젠가는 된다는 걸 알아서 ‘꾸준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긍정적으로 다가가고 있어요.
여러모로 이전보다 여유가 있어 보여요. 르세라핌에서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과 어울리는 경험이 영향을 줬을까요?
사쿠라: 서로 너무 달라서 재밌어요.(웃음) 계속 새로운 점들을 발견해서 알아갈 때마다 설렘이 있어요. 어릴 때 먹은 과자, 들었던 노래도 다 달라요. 미국에 가서도 ‘아, 윤진이가 이래서 그랬구나.’라는 걸 많이 느꼈고, 반대로 일본에 갔을 때는 다른 멤버들이 저와 즈하에게 그렇게 느꼈을 수 있고요. 서로 다른 언어를 하는 친구들이 모여 있어서 어디에 가든 의지가 되고 든든해요.
한국, 일본, 홍콩, 자카르타 등 여러 지역의 투어를 도는 경험은 어땠나요? 다섯 명이 무대를 책임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사쿠라: 르세라핌으로서는 첫 투어이기도 했고, 다섯 명이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책임감이 컸어요. 서울 콘서트를 제외하면 댄서분들이 없었고, 개인 무대나 유닛 무대 없이 다섯 명이서 무대를 하니까 르세라핌의 한 명으로서 느끼는 무게감이 달라졌어요. 제가 혹시 컨디션이 안 좋으면 다른 친구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무섭고. 그런데 평소에는 체력이 부족한 편인데, 이번 투어 기간 동안에는 하나도 아프지 않았어요.(웃음) 공연을 시작하면 너무 재밌고 흥분돼서 힘들다는 생각이 잘 안 들어요.
콘서트에서 채원 씨가 ‘도도독’으로 화제가 됐을 때,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서 전혀 웃지 않고 집중해서 ‘Fire in the belly’의 독무를 하는 사쿠라 씨의 모습이 주목받기도 했어요.
사쿠라: 이미 ‘스위치 온’이 된 상태라 웃음이 나오지 않았어요. 아직 피어나분들에게 그 무대를 많이 보여주지 않았을 때라 정말 잘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퍼포먼스 디렉터님이 제 독무에 대해 “눈빛으로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씀하셔서 그 피드백만 머릿속에 꽉 차 있었어요.(웃음) 원래부터 집중력이 좋은 편이긴 해요.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뜨개질만 5시간 동안 계속 집중해서 하고요. 오히려 ‘스위치 오프’를 하고 집중력을 줄이는 게 어려워요. 요즘은 무대에서 저에게만 집중하지 않으려고 해요. 다 같이 맞추려면 멤버들의 호흡을 느끼거나 주변의 소리나 공기를 느껴야 할 때도 있어서요.
이번 타이틀 곡 ‘EASY’도 새로운 도전이었죠? K-팝 걸그룹의 대중적인 문법과는 달리 힙합을 기반으로 개개인의 바이브를 살려야 하는 노래와 퍼포먼스라 이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 필요할 것 같아요.
사쿠라: 정말 쉽지 않았어요. 저희끼리 연습하면서 “전혀 ‘EASY’하지 않은데?”라고 농담할 정도로요.(웃음) 르세라핌 하면 칼군무잖아요. 저희는 연습을 하면 이제 자동으로 각도가 맞춰지고 칼군무가 되는데, 이번 곡에서는 서로 맞추기보다는 각자의 개성을 살려야 했어요. 매 순간이 도전이에요. 그래도 르세라핌에서는 해보지 않은 영역에 매번 도전할 기회가 주어져서, 해내는 만큼 저희에게도 좋은 점이 많다고 느껴요. 이번에도 뭔가를 얻은 게 확실하고요. 특히 이번 앨범은 ‘Swan Song’의 작사 참여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회사와 논의하고 의견을 나누면서 같이 만들었어요. 회사가 저희를 아티스트로서 존중한다고 느꼈어요.
대중성을 고려해야 하는 K-팝 아티스트로서 이번 앨범의 직설적인 메시지를 표현하는 게 고민되지는 않았나요? 어떤 점에서는 K-팝의 안티테제로 보일 만큼 흥미로운 시도를 하는 앨범이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있을 것 같아요.
사쿠라: 음, 그래도 르세라핌이라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도 좋고 듣기 편한 곡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르세라핌만의 노래는 지금만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UNFORGIVEN (feat. Nile Rodgers)’ 이후에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언제까지고 저희는 강하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만 반복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제 데뷔하고 2년 차쯤 됐으니 저희의 인간적인 모습이나 내면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멤버들도, 회사도 생각이 같았어요. 그리고 저희는 앨범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어요. 피어나분들도 그럴 거고요. 데뷔할 때의 저희는 정말 ‘FEARLESS’해서 그 노래를 들으면 당시 저희의 심정이 생각나요. 르세라핌의 노래가 과거의 저희를 짚어볼 수 있는 책갈피가 되었으면 해요.
작사에 참여한 ‘Swan Song’도 무대 뒤에서 아티스트가 느끼는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해요.
사쿠라: 투어 때 그 노래의 가사를 썼는데,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이니까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썼던 것으로 기억해요. 사실 저는 아이돌로서의 저와 평소의 제가 같아서 이걸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생의 반을 아이돌로 살았고, 앞으로도 그 기간이 점점 길어질 것 같고, 그런데 저는 여기서 살아야 하니까 계속 춤을 춰야 하죠. “살기 위한 dancing”이라는 가사 그대로요. 저에게 이 일은 삶의 의미예요. 하고 싶고, 해야 하는 것. 이제 이 일은 저의 일부분이거든요. 없으면 못 살 정도로.
홍은채
지난 연말 ‘MAMA 어워즈’ 오프닝 퍼포먼스의 주제가 ‘I AM SPECIAL’이었죠. “특별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나는 사실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어.”라는 내레이션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무대였어요.
홍은채: 내레이션 그대로 저는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언니들은 다 각자의 서사가 있잖아요. 발레를 15년 하다가 K-팝을 시작하고, 세 번 데뷔하고, 두 번 데뷔하고, 연습생을 하다 미국에 갔는데 다시 돌아오고. 저희 팀은 자기 이야기를 하는 그룹인데 저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다가 오디션을 보고 데뷔하게 된 케이스다 보니, 곡을 받고 가사를 쓸 때마다 제가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거든요. 이 무대를 통해 제가 가진 고민 그 자체를 내레이션으로,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게 감사했고 해방감도 느껴졌어요.
‘Swan Song’의 “수많은 날 수많은 밤 수많은 눈물 때론 나 초조하곤 해”라는 가사처럼 고민이 계속 됐었나 봐요.
홍은채: 르세라핌으로 데뷔하게 됐을 때 “너는 운이 진짜 좋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스스로도 제가 왜 르세라핌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요. 그래서 말씀하신 그 파트가 딱 제 모습 같더라고요. 저는 저한테 운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보다는 왜 이런 기회가 주어졌는지 저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제일 컸거든요.
작년 3월 TVING 다큐멘터리 ‘케이팝 제너레이션’에서 은채 씨의 데뷔를 두고 운이 좋다고 말하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 사쿠라 씨가 이렇게 말했죠. “우리 다 운 좋아. 운이 없으면 여기 없어. 운도 실력이야.”
홍은채: 예전에는 저 스스로도 마냥 ‘내가 운이 정말 좋구나. 죽을 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달라요. ‘진짜 열심히 하면 언젠가 나에게 기회가 오는구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기회가 왔을 테고, 그 기회를 잡는 것도 결국 실력이지 않을까.’ 활동을 하면서 그때의 저에게 왜 그런 기회가 왔는지 알게 되면서 예전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그만큼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기더라고요.
어떤 고민이 있나요?
홍은채: ‘내가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나는 뭘 잘하고 좋아하는 걸까?’ 같은 현실적인 고민을 많이 해요. 아마 연예인을 하는 동안은 계속 가져가야 하는 고민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무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거지. 그래서 다음엔 뭘 하고 싶을까.’ 이런 생각들이 한 번에 훅 밀려오기도 해요. 솔직히 정말 힘들 때도 있고,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당장은 찾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해야지. 나중에 다 나한테 도움될 일들이다.’ 하고 넘겨요.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완벽한 확신도 없어요. 없는데, 일단은 그냥 가는 것 같아요. 가봐야 이게 맞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으니까.
그러다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할 텐데, 어떻게 다시 충전하나요?
홍은채: ‘KBS 연예대상’에서 디지털 콘텐츠상,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것처럼 좋은 결과들이 있을 때요. 결과에 연연하고 싶지 않지만(웃음) 어쩔 수 없이 좋은 결과가 눈앞에 보이면 더 열심히 하고 싶어지고 보람도 느끼는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스케줄을 하면서 상을 받은 거니까 ‘그래도 열심히 잘했구나.’ 싶고 보답받은 것 같아서 뿌듯했어요.
성취감이 동력이 되는 거네요. KBS ‘뮤직뱅크’ MC가 된 지도 벌써 1년이 됐어요.
홍은채: 아직도 인터뷰를 하면서 질문을 한 다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색하고 어려워요. 그래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웃음) 질문도 많이 해보고 여러 답변을 받아보는 과정에서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앞에 나서서 대표로 말하는 걸 좋아했는데 연습생을 시작하고는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MC를 하면서 원래 좋아했던 걸 다시 찾은 느낌이에요. 아이돌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자리이기도 하니까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하고 있어요.
작년 8월 서울 콘서트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고 모든 모습을 사랑한다는 게 어렵다.”고 말했는데, 지금 생각하는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요?
홍은채: 저는 저한테 되게 엄격한 편이거든요. 욕심도 많고 자기만족을 잘 못하는 성격이어서 돌이켜보면 진짜 잘했다 싶은 무대도 없고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아요. 저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고요. 그래서 나는 그냥 욕심이 많고, 스스로 만족을 잘 못하고, 나한테 관대하지 않은 사람인 걸 받아들이려고 해요.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인가 보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지.’(웃음)
진짜 잘했다 싶은 무대가 정말 하나도 없어요?
홍은채: 어떤 무대든 아쉬운 점이 없진 않죠. 진짜 만족할 만한 무대도 조금씩은 아쉬운 부분이 항상 있는 것 같아요.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Perfect Night’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때도 있지만, 모든 결과들이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데도 어떻게 계속해서 더 노력할 수 있나요?
홍은채: ‘Perfect Night’이 이렇게까지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콘서트를 하는 와중에 연습도 진짜 열심히 하고, 영어 노래다 보니 녹음도 신경 써서 했고, 앨범 하나를 만드는 것처럼 똑같이 해서 얻은 결과라 보람도 컸어요. 사실 그런 좋은 결과들이 올 때마다 그 순간은 너무 좋은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이어서 새로운 걸 준비하다 보면 그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때도 있어요. 매번 이렇게 증명해야 한다는 게요.
그런 부담은 어떻게 감당해요?
홍은채: 아이돌이라는 일이 모든 걸 같이 하는 멤버들이 아니면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잖아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한테 말을 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잘. 누군가에게는 제 고민이 자랑처럼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혼자 고민하다가 잊혀지는 경우도 많아요. 가끔 멤버들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시간을 가질 때 훌훌 털어버리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음악으로 저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하니까 괜찮아요.
카즈하
카즈하 씨가 공연 직후 브이로그에서 팬분들과의 소통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는데, 현장 분위기나 관객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 이유가 있었어요?
카즈하: 어떻게 피어나분들에게 다가가면 될지 잘 몰랐는데, 그게 팬분들에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그 거리감을 채우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투어는 언니들과 은채와 같이 무대에 서잖아요. 멤버들이 무대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때,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 싶었어요. 현장에 오시는 분들 중에는 저희를 처음 보는 피어나분들도 있고, 저희도 피어나를 처음 보는 거잖아요. 서로가 편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고, 서로가 주고받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고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카즈하 씨는 어려움을 나누거나 털어놓는 편에 속하나요?
카즈하: 저도 자기 얘기를 잘 안 하는 쪽인 것 같고, 오히려 얘기를 들어주는 편이에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하려고 하고요. 생각해보니, 처음 데뷔하고 1년 동안은 어머니를 만났을 때 모든 게 신선하고 처음이라 진짜 재밌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욕심도 많아지고 차이도 느껴지고, 나를 더 잘 보게 되잖아요. 지금의 나는 ‘뭐가 부족한지’, ‘남들이 봤을 때 어떻게 보이는지’, 이런 것들도 물어보는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마음이 편해져요?
카즈하: 편해지는 건 모르겠는데,(웃음) 뭔가 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는 이유는 뭐예요?
카즈하: 처음에는 내가 재밌으면 좋고, 나의 최선을 매번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계속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이렇게 하면, 더 좋은 반응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잖아요. 그게 아이돌이라는 직업에서는 중요한 것 같아서요. 지금도 ‘나에 대한 매력은 뭘까?’ 이런 게 큰 고민이라 사람들이 어떨 때 매력을 느끼는지 많이 생각해요. 그래서 춤으로서도, 행동으로도 매력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지금과는 조금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까요?
카즈하: 그러게요. 제가 약간 청순한 느낌이 있잖아요.(웃음) 물론 그 매력도 좋고 계속 갖고 있으면 좋겠는데, 저는 원래 클래식만 했어서 ‘힙한’ 것들이 낯설잖아요. 그런데 이 팀은 그런 방향의 무대와 퍼포먼스가 많아질 것 같아서, 더 ‘쎈’ 느낌이나 키치한 이미지도 찾고 싶어요. 주변에 일하는 분들도 지금까지 제가 만나본 적 없는 스타일, 새로운 세계관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서, 더 자극도 받고요.
그런 점에서 ‘Good Bones’의 트레일러 속 카즈하 씨의 모습은 어땠어요? 거칠게 걷거나 사쿠라 씨를 발로 툭툭 치며 깨우기도 해요.(웃음)
카즈하: 감독님이 자유롭게 해도 된다고 말을 해주셨어요. 저희가 지금까지는 워킹도 멋있게 각 잡은 느낌이 많았잖아요. 이번에는 정답이 없는 촬영이라 어려웠지만, 새로운 모습이 나와서 괜찮았던 것 같아요. 사실 활동을 하면서 어떤 각도가 예쁘고, 어떻게 볼 때 잘 나오는지 알게 되거든요. 물론 예쁘고 많은 분들이 봐주실 수 있지만, 그런 것만 하면 계속 똑같이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런 벽을 깨야 될 때가 온 게 아닐까 싶어요.
왜 그 벽을 깨고 싶어요?
카즈하: 자기에 대한 가능성을 넓히고 싶고, 여기서 멈추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직업을 즐기고 있지만, 이 직업은 너무 크고 때로는 부담도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 맞춰 가면서 나를 성장시키는 느낌인데, 언젠가는 내가 날 인정할 수 있는 만큼 됐으면 좋겠어요.
카즈하 씨는 그런 노력의 고통을 겉으로 티내는 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때로는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나요?
카즈하: 사실 제가 알린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어필하는 편은 원래 아니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보다 혼자 있을 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고요. 그래서 이미 성장한 모습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고, 그 뒤에 노력이 존재한다는 정도만 알았으면 하는 것 같아요.
대신 그 과정을 함께하는 동료들이 바로 옆에 있죠.
카즈하: 다 같이 똑같은 스케줄을 하니까 서로 공감할 수 있고, 힘든 것도 나눠서 갈 수 있어요. 진짜 이 다섯 명만 알 수 있는 심정이 있잖아요. 말을 안 해도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은 그런 관계가 되었어요. 가족보다 가족 같고 든든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욕심이 많고,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노력하고 싶은 스타일인데, 멤버들도 그 생각이 엄청 강해요. 멈추지 않고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한 멤버들이라서. 저도 더 자극을 받고, 힘들 때도 ‘아니야, 해야겠다.’ 하면서 마음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잘하고 싶은 건 카즈하 씨가 늘 가져왔던 마음이기도 하죠?
카즈하: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발레 했을 때도 더 잘하고 싶고 그랬어요. 그런 세상에서는 다들 위를 보면서 노력을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제 옆에 있는 환경에 계속 있어 왔는데, 저는 지금도 멤버들과 그렇게 있을 수 있는 게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그 끝에, 카즈하 씨가 원하는 스스로의 모습은 뭘까요?
카즈하: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도 인간이고, 멤버들도 다 인간이니까 고민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을 거고, 진짜 잘될 때도 있고. 그게 당연한 것들이잖아요. 다 그럴 수 있는데, 저는 속으로 약간 부끄러운 것들은 안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걸 조금 버리고, 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일부러 아무것도 없는 모습을 숨기거나 하지 않고요. 제가 더 멋있어졌을 때 돌아보면, 그런 모습도 멋있는 거잖아요. 나의 성장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고, 내가 진짜 그대로를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