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인스타에 뜨는 캡처글만 보다가 나도 글을 적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답답해서 끄적여본다…
지금은 스물 아홉인 나는 중2때 왕따를 당했었고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성적도 중위권 친구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내 기준 평범한 학생이었다
반에서 5명 이상의 친구 무리가 있었는데 다들 공부를 잘해서 과고 외고 준비하는 친구들이었고
나는 공부에 큰 욕심은 없었지만 과학을 좋아해서 교육청 과학영재였던 거 말고는 딱히 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어차피 무리 안에 문예 영재, 수학 영재 다 있었기 때문에 내가 눈에 띌 그런 것도 없었고
친구들이랑 따로 만나서 집에도 놀러가고 학교에서도 붙어다니고 그랬었다
근데 4월 즈음 학기 초 체육 시간에 농구 자율 연습이라 다 같이 공 주고 받고 골 넣어야 하는데 어쩐지 나만 동떨어져있어 느낌이 쎄했다
저 멀리 동그랗게 모여있던 내 친구들+반 친구들이 내가 가까이 가니 바로 흩어지더라
가까이 가서 뭔지 물어도 다들 하하… 하며 피하고 내게 거리를 뒀다
무슨 인간 바이러스 마냥 나를 피하기 바빠하는 그 상황에, 나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로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졌다.
그렇게 하루, 이틀, 몇 달이 될 수록 내게 말을 걸거나 내 물음에 대답을 해주는 친구들은 적어졌었다
점심은 1학년 때 반 친구(2학년 때는 다른 반)에게 부탁해 늘 그 친구와 먹었고, 교실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학생회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해 선도부가 된 덕에 다행히도 학생회 친구들이 있어 교실에는 수업 시간 빼곤 잘 들어가지 않았다
반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영문을 몰라 물어보자니 다들 피하고, 내 행동을 되짚어봐도 잘못한 게 없어 그저 똑같이 지내면 언젠가 말 걸어주겠지 하고 기다렸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러다 점심 시간에 몇 번 같이 밥을 먹었지만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은 다른 반 친구에게 괜찮으니 말해달라고 어렵사리 물어 듣게 된 얘기가,
내가 ‘교생 실습 나왔던 남교생이랑 사귀고 따로 만난다 더럽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그 소문의 근원지는 내가 있던 무리의 A양이었고 그 친구가 교육청 문예 영재에 집안 좋고 부모님이 학교 이사장인가와도 친하다라는 썰이 있던 부족함 없는 친구였다 아니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발표도 늘 가장 먼저 자신감 있게 하고 항상 선생님 눈에 띄는 그런 애였다
근데 그런 애가 왜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문을 냈나 싶어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나는 가진 것도 없고 집도 못 살아서 혹여나 싸움이 나더라도 결론적으로는 내가 질 것 같아 우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교생 선생님은 두어 달 실습 후 이미 진작 못 뵌 지도 오래고 첫 진로상담 때 내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교 생활이 어렵지는 않으신지 여쭤봤던 게 고마워 자기 첫 교생 생활에 큰 힘이 됐었다고 말씀해주셨던, rotc 빡빡이 착한 선생님인데…
선생님을 잘 따랐지만 따로 만나긴 커녕 선생 제자 조금의 감정은 개미 쥐뿔도 당연히 없었고
그런 말을 애들이 믿는다고? 싶을 정도로 황당했지만 이미 휩쓸린 반 애들을 보아하니 한 번 퍼진 소문으로 깨져버린 이미지는 회복이 안 되는 듯 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우리 반을 제외하고는 학생회든 다른 반이든 나를 좋게 봐준 덕에 교실 밖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선도부 활동도 열심히 하며 즐거운 추억들도 따로 쌓았다
그래서 그나마 그때 당시엔 덜 괴롭게 지내보내며 한 학기가 빨리 지나가길 속으로 빌고 빌었다
그렇게 수련회도 방 배정할 때 다른 친구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거나 같이 쓸 친구가 없어 겉도는 친구들끼리 묶이고, 발표도 눈치보며 억지 텐션으로 끼어 하고, 체육시간이나 뭐 그런 건 번호순으로 했다
나는 반에서 괴로울 때면 오히려 교실 밖으로 나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잊으려 했기에 다들 잘 몰랐을 거다 내 괴로움을
어느 날은 반 애들이 키득키득거리며 쪽지 같은 걸 서로 돌리다 나를 흘긋 쳐다보는 걸 느꼈는데 나중에 그 쪽지를 주워서 펼쳐보니 내 이름과 내 모습을 과장해 못생기게 그려놓고 ‘ㅇㅇㅇ 돼지ㅋㅋㅋ’ 이런 식으로 못생겼다 어쨌다 적어뒀더라
그때 알았다. 무언가 잘못됐구나… 나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친구들 싸이월드 홈피를 들어가보니 역시나 댓글이며 다이어리며 내 욕이 많았다 보기 싫다, 족발 흔든다 등등…
족발 흔든다는 그때 당시 원더걸스 2dt에 빠져 책상 자리에서 혼자 손동작을 몇 번 했는데 그걸 보고는 욕을 쓴 거였다 하 이런 것까지 기억하는 것도 비참하다
여튼 그렇게 내 욕을 하는 내용들을 화면 캡쳐해 프린터로 뽑아 쪽지들과 같이 파일에 보관했다
부모님은 상처 받으실 거 같고, 담임 선생님 성격으로는 관심 없어할 거라 판단해 교내 상담실에 가려했는데,
이걸 다 들고 찾아가면 그 뒤엔 어쩌지… 나 왕따라고 내 입으로 떠벌리는 건가 싶어서 창피해 너무 오랜 기간을 망설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10월이 됐을 때, 2학기도 거의 끝나가니 이젠 상담 선생님께 알리고 조금만 참으면 3학년이 될 뿐더러 따돌림도 점점 심해지니 내 감정도 조절하기가 힘들어서 어디서든 곧 울 것만 같아 왕따 증거 파일을 들고 상담실로 무작정 들어가버렸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밝고 씩씩해 예쁘다 생각했던 학생이 그런 일을 겪고 있을 줄 몰랐다고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더 빨리 올 걸 싶었었다
그 종이들을 보여드리며 나는 내 무리였던 친구들이랑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고, 이 문제 해결을 친구들이 아닌 부모님들과 하고 싶다 이 행동들을 보여드리고, 고쳐달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학폭위가 진행돼 우리 부모님 귀에도 얘기가 들어갔고 친구 어머님들이 오시기로 한 당일에, 아침 조회시간 담임이 오기 전에 모든 반 친구들이 있는 그 적막한 교실에서… 같은 무리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 엄마는 지금 잘 걸?
엄마는 왜 부르냐?
우리 엄마도 안 올 텐데 ㅋㅋㅋㅋ
하며 대놓고 조롱하고 비웃는 그 상황에… 주먹만 꽉 쥐고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참았다
다만 그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담임 허락을 받고 수업에 빠졌던 거 같다 한참을 혼자 앉아 울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날은 울던 거 외엔 기억이 흐릿하다
친구 어머님들은 모두 오셨고, 난 가지 못하고 내 어머니만 가서 대화를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학폭이 열리면 과고 외고를 못 보낸다며 자식 교육 다시 시키겠다며 사정하셨다더라
부모님들간 대화로 학폭위는 취소가 됐다
사실 나도 학폭위가 열리면 학교 전체에 내가 왕따라는 것이 소문이 날까 싶어 두렵기도 해 망설였었다
나중에는 자필 사과 편지 같은 것도 받았다
어느날은 엄마가 치킨, 학용품 이런 것들을 쥐고 왔다
이걸 왜 받아오나 싶어서… 자존심도 없냐고 나는 지금 고작 치킨과 학용품으로 용서한 꼴이 될 거라며 엉엉 울었다
그렇게 육성이 아닌, 물건이나 편지로 얼렁뚱땅 사과를 하는 게 참 한탄스럽고 허무해 마음이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3학년이 되고 싶었고, 소문을 벗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름 잘 지나보냈다 생각했는데…
중학교 3학년, 고등학생이 되고 한 해를 보내면 보낼 수록 내가 이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무언갈 잘 해내고 있어도 누군가가 거짓말로 나를 모함할 거란 두려움이 늘 있었고
저 멀리 귓속말 하는 친구들이 내 욕을 하는 것 같고
정말 잘못을 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자꾸 챙기게 되고
예쁘다 칭찬을 들어도 내 얼굴, 내 몸이 못생긴 거 같고
나는 이렇게 점점 사람들 눈치만 보고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채로 살아갈 텐데 과고 외고 간 그 친구들은 승승장구하며 잘 살겠지 싶고
누군가가 남 욕을 해도 무조건 감싸게 되고
저 쪽지가 내 얘기는 아닐까 싶고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또 담임 선생님이나 엄마는 그저 그렇게 넘기겠지 하며 나 혼자 이겨내야겠다 이를 악 물다가도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난 너무 억울해서… 죽는 게 낫겠다 싶고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다들 반성했을까 하며 후회했다
물론 고등학교 생활도 친구들 사귀며 잘 지냈지만
고3 때 한 친구가 자기에 대한 소문을 내게 덮어씌우는 일이 생겨 집에 오면 죽고 싶어 어금니까 딱딱 소리 날 정도로 머리를 벽에 박으며 이 모든 걸 잊고 싶다 죽고 싶다 생각했었다
책상 위 물건을 다 밀어버리고, 베개에 숨 막힐 때까지 얼굴을 묻다 지쳐 울며 잠들고, 머리를 쥐어박고, 자살 방법 검색하고… 고3 때에는 정말 담임 선생님과 내 친구가 날 살렸다
끝까지 따스히 곁을 지켜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다
그때 드는 생각은 그거더라
왜 하필 나일까… 왜 나에게 그러는 걸까
두 번이면 내가 문제인 걸까
내가 살아있는 게 시험의 연속인 걸까
해결할 힘이 없다면 삶을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20대 초반까지는 힘들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3 친구에게는 사과도 받았었고
희미해지는 건 아니지만 점점 생각나는 횟수가 적어지고,
나이를 먹은만큼 좋은 인연들도 만나게 되어 친구라는 단어가 마냥 내게 불행한 건 아니었다
가끔 중2 때 왕따 가해 주동자였던 그 친구는 뭐 하고 사나, 화려한 스펙으로 유명해지면 내가 꼭 ‘드라마 더 글로리처럼 끌어내려줘야지’ 하고 마음 먹긴 했었다
사실 더글로리도 ptsd 올까 봐 못 봤다
누구 괴롭힘 당하는 내용 나오는 드라마는 일절 못 봐서…
여튼 학폭 폭로로 그 친구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상을 몇 번 했었는데
오늘 인스타에서 보고 싶은 중학교 때 학생회 친구를 찾다가 그 가해 주동자 A를 보게 됐다
아나운서가 됐더라
가톨릭 평화 방송인가
난 내 말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해 무교라 잘 모르지만
그 얼굴로 예쁘다, 선하다 칭찬 받으며 하느님 어쩌고 하는 그 애의 영상을 보자니
다시 마주치면 짓밟아줄 거란 내 패기는 어디 가고 나는 또 그때의 나처럼 엉엉 울고만 있더라
나쁜놈이 더 잘 사는 세상이라더니 맞다
나는 아빠 빚 갚고 최대한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다보니 크게는 못 모았어도 이정도면 잘 해내고 있다 싶었는데
그렇게 외고 나와서 좋은 대학에 고운 옷 입고 얼굴 핀 모습으로 착하고 바른 이미지 밀고 나가는 거 보니
그때 학폭을 취소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니가 한 행동으로 니가 어디까지 잃게 될지
니가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뿌리 깊게 썩게 했는지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널 박살내줄지
천천히 고민해보려 한다
니 빽 니 커리어 안 무서워
그 날 왔던 네 부모, 그리고 날 괴롭혔던 너
날 절대 잊지 말았어야 해
꼭 기억하고 있어 줘
내가 원하는 거… 네 진실된 사과. 너 본인의 절절한 후회.
안 그러면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지 몰라
고소? 그런 거 안 무서워
잘못은 15살의 네가 했으니까
단순히 어렸을 때의 실수가 아냐
모든 15살이 다 그렇지 않거든
비록 빽도 없고 돈이 없어 대학도 자퇴해서 좋은 커리어도 없지만
너한텐 없는 내 응어리진 상처 꼭 돌려주고 싶어
이건 하느님 말고 나한테 빌어
내가 네 하느님이 돼볼게
왕따 가해자가 아나운서가 됐다
지금은 스물 아홉인 나는 중2때 왕따를 당했었고 아직도 그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성적도 중위권 친구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내 기준 평범한 학생이었다
반에서 5명 이상의 친구 무리가 있었는데 다들 공부를 잘해서 과고 외고 준비하는 친구들이었고
나는 공부에 큰 욕심은 없었지만 과학을 좋아해서 교육청 과학영재였던 거 말고는 딱히 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어차피 무리 안에 문예 영재, 수학 영재 다 있었기 때문에 내가 눈에 띌 그런 것도 없었고
친구들이랑 따로 만나서 집에도 놀러가고 학교에서도 붙어다니고 그랬었다
근데 4월 즈음 학기 초 체육 시간에 농구 자율 연습이라 다 같이 공 주고 받고 골 넣어야 하는데 어쩐지 나만 동떨어져있어 느낌이 쎄했다
저 멀리 동그랗게 모여있던 내 친구들+반 친구들이 내가 가까이 가니 바로 흩어지더라
가까이 가서 뭔지 물어도 다들 하하… 하며 피하고 내게 거리를 뒀다
무슨 인간 바이러스 마냥 나를 피하기 바빠하는 그 상황에, 나는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로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덩그러니 놓여졌다.
그렇게 하루, 이틀, 몇 달이 될 수록 내게 말을 걸거나 내 물음에 대답을 해주는 친구들은 적어졌었다
점심은 1학년 때 반 친구(2학년 때는 다른 반)에게 부탁해 늘 그 친구와 먹었고, 교실에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학생회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해 선도부가 된 덕에 다행히도 학생회 친구들이 있어 교실에는 수업 시간 빼곤 잘 들어가지 않았다
반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영문을 몰라 물어보자니 다들 피하고, 내 행동을 되짚어봐도 잘못한 게 없어 그저 똑같이 지내면 언젠가 말 걸어주겠지 하고 기다렸었는데…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러다 점심 시간에 몇 번 같이 밥을 먹었지만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은 다른 반 친구에게 괜찮으니 말해달라고 어렵사리 물어 듣게 된 얘기가,
내가 ‘교생 실습 나왔던 남교생이랑 사귀고 따로 만난다 더럽다’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그 소문의 근원지는 내가 있던 무리의 A양이었고 그 친구가 교육청 문예 영재에 집안 좋고 부모님이 학교 이사장인가와도 친하다라는 썰이 있던 부족함 없는 친구였다 아니 많은 걸 가지고 있는 친구였다 발표도 늘 가장 먼저 자신감 있게 하고 항상 선생님 눈에 띄는 그런 애였다
근데 그런 애가 왜 말도 안 되는 그런 소문을 냈나 싶어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나는 가진 것도 없고 집도 못 살아서 혹여나 싸움이 나더라도 결론적으로는 내가 질 것 같아 우선 참을 수밖에 없었다
교생 선생님은 두어 달 실습 후 이미 진작 못 뵌 지도 오래고 첫 진로상담 때 내가 다른 학생들과는 다르게 선생님은 학교 생활이 어렵지는 않으신지 여쭤봤던 게 고마워 자기 첫 교생 생활에 큰 힘이 됐었다고 말씀해주셨던, rotc 빡빡이 착한 선생님인데…
선생님을 잘 따랐지만 따로 만나긴 커녕 선생 제자 조금의 감정은 개미 쥐뿔도 당연히 없었고
그런 말을 애들이 믿는다고? 싶을 정도로 황당했지만 이미 휩쓸린 반 애들을 보아하니 한 번 퍼진 소문으로 깨져버린 이미지는 회복이 안 되는 듯 했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우리 반을 제외하고는 학생회든 다른 반이든 나를 좋게 봐준 덕에 교실 밖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며 선도부 활동도 열심히 하며 즐거운 추억들도 따로 쌓았다
그래서 그나마 그때 당시엔 덜 괴롭게 지내보내며 한 학기가 빨리 지나가길 속으로 빌고 빌었다
그렇게 수련회도 방 배정할 때 다른 친구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거나 같이 쓸 친구가 없어 겉도는 친구들끼리 묶이고, 발표도 눈치보며 억지 텐션으로 끼어 하고, 체육시간이나 뭐 그런 건 번호순으로 했다
나는 반에서 괴로울 때면 오히려 교실 밖으로 나가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잊으려 했기에 다들 잘 몰랐을 거다 내 괴로움을
어느 날은 반 애들이 키득키득거리며 쪽지 같은 걸 서로 돌리다 나를 흘긋 쳐다보는 걸 느꼈는데 나중에 그 쪽지를 주워서 펼쳐보니 내 이름과 내 모습을 과장해 못생기게 그려놓고 ‘ㅇㅇㅇ 돼지ㅋㅋㅋ’ 이런 식으로 못생겼다 어쨌다 적어뒀더라
그때 알았다. 무언가 잘못됐구나… 나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구나.
친구들 싸이월드 홈피를 들어가보니 역시나 댓글이며 다이어리며 내 욕이 많았다 보기 싫다, 족발 흔든다 등등…
족발 흔든다는 그때 당시 원더걸스 2dt에 빠져 책상 자리에서 혼자 손동작을 몇 번 했는데 그걸 보고는 욕을 쓴 거였다 하 이런 것까지 기억하는 것도 비참하다
여튼 그렇게 내 욕을 하는 내용들을 화면 캡쳐해 프린터로 뽑아 쪽지들과 같이 파일에 보관했다
부모님은 상처 받으실 거 같고, 담임 선생님 성격으로는 관심 없어할 거라 판단해 교내 상담실에 가려했는데,
이걸 다 들고 찾아가면 그 뒤엔 어쩌지… 나 왕따라고 내 입으로 떠벌리는 건가 싶어서 창피해 너무 오랜 기간을 망설였다
시간이 한참 흐른 10월이 됐을 때, 2학기도 거의 끝나가니 이젠 상담 선생님께 알리고 조금만 참으면 3학년이 될 뿐더러 따돌림도 점점 심해지니 내 감정도 조절하기가 힘들어서 어디서든 곧 울 것만 같아 왕따 증거 파일을 들고 상담실로 무작정 들어가버렸다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밝고 씩씩해 예쁘다 생각했던 학생이 그런 일을 겪고 있을 줄 몰랐다고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더 빨리 올 걸 싶었었다
그 종이들을 보여드리며 나는 내 무리였던 친구들이랑 3학년 때 같은 반이 되고 싶지 않고, 이 문제 해결을 친구들이 아닌 부모님들과 하고 싶다 이 행동들을 보여드리고, 고쳐달라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학폭위가 진행돼 우리 부모님 귀에도 얘기가 들어갔고 친구 어머님들이 오시기로 한 당일에, 아침 조회시간 담임이 오기 전에 모든 반 친구들이 있는 그 적막한 교실에서… 같은 무리였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우리 엄마는 지금 잘 걸?
엄마는 왜 부르냐?
우리 엄마도 안 올 텐데 ㅋㅋㅋㅋ
하며 대놓고 조롱하고 비웃는 그 상황에… 주먹만 꽉 쥐고 나는 아무것도 안 들리는 척 참았다
다만 그 교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담임 허락을 받고 수업에 빠졌던 거 같다 한참을 혼자 앉아 울었던 기억이 있어서 그 날은 울던 거 외엔 기억이 흐릿하다
친구 어머님들은 모두 오셨고, 난 가지 못하고 내 어머니만 가서 대화를 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학폭이 열리면 과고 외고를 못 보낸다며 자식 교육 다시 시키겠다며 사정하셨다더라
부모님들간 대화로 학폭위는 취소가 됐다
사실 나도 학폭위가 열리면 학교 전체에 내가 왕따라는 것이 소문이 날까 싶어 두렵기도 해 망설였었다
나중에는 자필 사과 편지 같은 것도 받았다
어느날은 엄마가 치킨, 학용품 이런 것들을 쥐고 왔다
이걸 왜 받아오나 싶어서… 자존심도 없냐고 나는 지금 고작 치킨과 학용품으로 용서한 꼴이 될 거라며 엉엉 울었다
그렇게 육성이 아닌, 물건이나 편지로 얼렁뚱땅 사과를 하는 게 참 한탄스럽고 허무해 마음이 시원하지도 않았다
그저 빨리 3학년이 되고 싶었고, 소문을 벗어내고 싶었다.
그렇게 나름 잘 지나보냈다 생각했는데…
중학교 3학년, 고등학생이 되고 한 해를 보내면 보낼 수록 내가 이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무언갈 잘 해내고 있어도 누군가가 거짓말로 나를 모함할 거란 두려움이 늘 있었고
저 멀리 귓속말 하는 친구들이 내 욕을 하는 것 같고
정말 잘못을 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자꾸 챙기게 되고
예쁘다 칭찬을 들어도 내 얼굴, 내 몸이 못생긴 거 같고
나는 이렇게 점점 사람들 눈치만 보고 상처가 아물지 못하는채로 살아갈 텐데 과고 외고 간 그 친구들은 승승장구하며 잘 살겠지 싶고
누군가가 남 욕을 해도 무조건 감싸게 되고
저 쪽지가 내 얘기는 아닐까 싶고
앞으로 내게 무슨 일이 생겨도 또 담임 선생님이나 엄마는 그저 그렇게 넘기겠지 하며 나 혼자 이겨내야겠다 이를 악 물다가도
또 그런 일이 생기면 난 너무 억울해서… 죽는 게 낫겠다 싶고
차라리 그때 죽었어야 다들 반성했을까 하며 후회했다
물론 고등학교 생활도 친구들 사귀며 잘 지냈지만
고3 때 한 친구가 자기에 대한 소문을 내게 덮어씌우는 일이 생겨 집에 오면 죽고 싶어 어금니까 딱딱 소리 날 정도로 머리를 벽에 박으며 이 모든 걸 잊고 싶다 죽고 싶다 생각했었다
책상 위 물건을 다 밀어버리고, 베개에 숨 막힐 때까지 얼굴을 묻다 지쳐 울며 잠들고, 머리를 쥐어박고, 자살 방법 검색하고… 고3 때에는 정말 담임 선생님과 내 친구가 날 살렸다
끝까지 따스히 곁을 지켜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한다
그때 드는 생각은 그거더라
왜 하필 나일까… 왜 나에게 그러는 걸까
두 번이면 내가 문제인 걸까
내가 살아있는 게 시험의 연속인 걸까
해결할 힘이 없다면 삶을 포기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그렇게 20대 초반까지는 힘들다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3 친구에게는 사과도 받았었고
희미해지는 건 아니지만 점점 생각나는 횟수가 적어지고,
나이를 먹은만큼 좋은 인연들도 만나게 되어 친구라는 단어가 마냥 내게 불행한 건 아니었다
가끔 중2 때 왕따 가해 주동자였던 그 친구는 뭐 하고 사나, 화려한 스펙으로 유명해지면 내가 꼭 ‘드라마 더 글로리처럼 끌어내려줘야지’ 하고 마음 먹긴 했었다
사실 더글로리도 ptsd 올까 봐 못 봤다
누구 괴롭힘 당하는 내용 나오는 드라마는 일절 못 봐서…
여튼 학폭 폭로로 그 친구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상상을 몇 번 했었는데
오늘 인스타에서 보고 싶은 중학교 때 학생회 친구를 찾다가 그 가해 주동자 A를 보게 됐다
아나운서가 됐더라
가톨릭 평화 방송인가
난 내 말 들어주는 신은 없다고 생각해 무교라 잘 모르지만
그 얼굴로 예쁘다, 선하다 칭찬 받으며 하느님 어쩌고 하는 그 애의 영상을 보자니
다시 마주치면 짓밟아줄 거란 내 패기는 어디 가고 나는 또 그때의 나처럼 엉엉 울고만 있더라
나쁜놈이 더 잘 사는 세상이라더니 맞다
나는 아빠 빚 갚고 최대한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하며 살다보니 크게는 못 모았어도 이정도면 잘 해내고 있다 싶었는데
그렇게 외고 나와서 좋은 대학에 고운 옷 입고 얼굴 핀 모습으로 착하고 바른 이미지 밀고 나가는 거 보니
그때 학폭을 취소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만 들었다
니가 한 행동으로 니가 어디까지 잃게 될지
니가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뿌리 깊게 썩게 했는지
내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널 박살내줄지
천천히 고민해보려 한다
니 빽 니 커리어 안 무서워
그 날 왔던 네 부모, 그리고 날 괴롭혔던 너
날 절대 잊지 말았어야 해
꼭 기억하고 있어 줘
내가 원하는 거… 네 진실된 사과. 너 본인의 절절한 후회.
안 그러면 나도 내가 어디까지 할지 몰라
고소? 그런 거 안 무서워
잘못은 15살의 네가 했으니까
단순히 어렸을 때의 실수가 아냐
모든 15살이 다 그렇지 않거든
비록 빽도 없고 돈이 없어 대학도 자퇴해서 좋은 커리어도 없지만
너한텐 없는 내 응어리진 상처 꼭 돌려주고 싶어
이건 하느님 말고 나한테 빌어
내가 네 하느님이 돼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