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바라보며 참고 살았는데…

00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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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랑 오랜기간 연애했고, 남편의 따뜻한 마음과 친절함에 절대 큰 마음고생 할 일 없을것 같아 결혼했어요.

막상 결혼해보니 보통의 사람들이 겪지 않을 시댁스트레스에 시달린지 십수년이 지났네요. 참다가 몸에 지병도 생기고. 그런거 다 차지하고라도 남편이라도 좋으면 좋으련만

시댁에는 나르성향의 시모와 동서 틈에 끼어 상식이 깨지고 정말 자존감이 짓 뭉개집니다. 남편은 제게 긴 시간 내내 참으라고만 했습니다. 그것도 못참냐고… 가스라이팅 했습니다.

긴 시간 마음의 응어리가 쌓이다보니 몸에 가족력도 없는 지병을 얻었고, 이러다 제명에 못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부터 살고 봐야겠다는 생각에 이혼을 요구했었습니다. 양가에도 이혼할것 같다고 알리고요.

부부상담 받으면서 제3자를 통해 남편이 조금 고쳐진듯 했습니다. 당시 상담사가 되도록 시댁을 멀리하라고 했습니다. 그 즈음 정신과 상담도 갔는데, 의사도 제게 힘들었겠다며 오래 참았다고 하더라구요. 시댁을 되도록 멀리 하라고, 가능한 만나지 말라고….

이후 한동안 시댁식구들이 조심하는듯 했으나 사람은 고쳐쓰는거 아니라잖아요. 시간이 흐르니 시댁은 더 교묘해졌고, 저는 또 상처받고 있고, 남편에게 제가 겪는일을 말해도 크게 공감받지 못합니다. 시댁에서는 이제 주어를 떼고 밑도끝도 없이 뜬금없이 비꼬거든요.

그런상황을 말하면 느낌만으로 넘겨짚고 그러는거 아니냐고 합니다. 왜 그러냐고 우리엄마가 네게 쌍욕을 했냐며…

남편은 그저 제가 가만히 존재하기만을 바라는것 같습니다. 저를 귀찮아 한다고 느낍니다. 제 고통은 남일인것 같습니다.

하루중 남편과 마주하고 있는건 식사시간이 전부입니다. 신혼부터 그랬습니다. 그 흔한 산책도 결혼후 졸라서 두어번 했나 싶네요.

밥 먹으면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방 문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남편에게 할 말이 있으면 노크하고 방에 들어가서 그사람 뒤통수에 대고 말을 하거나, 방문을 열고 서서 얼굴보고 용건만 말하고 문을 닫아야 합니다. 제가 그냥 열어두면 본인이 다시 닫습니다. 신혼부터 그랬습니다.

신혼부터 저는 매일 혼자 빈 침대에서 잠들었어요. 처음에 진짜 충경이었습니다. 연애할때 그렇게 다정하던 사람인데, 이럴줄 생각도 못했어요. 결혼하면 같은시간에 잠자리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잠드는건줄 알았는데…. 십년이 넘도록 같은시간에 불끄고 누운건 여행갔을때가 전부네요. 그래도 이제는 아이가 있어 외롭지 않으나 남편은 괴씸합니다.

게임하고 컴퓨터 하느라 새벽에 자는 남편은 주말에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는데 잠귀는 엄청 밝아요. 그래서 다른 식구들이 먼저 기상해서 낮12시에 거실에서 편하게 대화하며 생활소음을 만들면 잠이 깨서 나오며 짜증스럽다는듯 한소리 합니다. “나 자는데 조용히좀 말하면 안돼?”

신생아 키울때도 자기만의 생활패턴을 고수해서, 주말에도 공동육아는 없었습니다. 주말저녁 외식하러 나가서 장보거나 쇼핑하고 들어오는게 남편과 함께하는 대부분 이었네요. 아이와 나들이는 제가 혼자 알아서 열심히 했습니다.

하물며 같이 티비를 보는 시간도 없네요. 함께 시청하는 티비는 밥먹을때 틀어놓는 뉴스정도.

그런데 본인은 굉장히 자상하고 훌륭한 남편인줄 압니다.
훌륭한 부분을 바라보며 지금까지 살려고 하는데, 마음이 무너질때면 단점이 너무 크게 와닿아서 슬픈 요즘이네요.

제가 결혼을 후회한다고 하면 남편은 버럭! 합니다. 글 적으며 생각하니 웃기네요.

위에 설명한 상황들로 인해 오래전부터 결혼을 유지하는 이유가 아이밖에 없습니다. 그 하나의 이유로 현재까지 살았는데, 아이를 위해 제가 이 상황을 더 감내하기에는 시댁스트레스가 너무 크고, 남편에게 오만정이 다 떨어졌고, 지쳤네요. 무엇보다 미래에도 나아질거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삶의 의지가 점점 약해져요.

건강할때 헤어졌어야 했는데… 몸이 망가져서 체력이 부족하니 홀로서서 아이를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대로 눈감고 잠들고 다시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저를 보면, 이제 한계인것 같습니다.

단점만 나열했는데…
시댁의 장점은 경제적 여유 이고(딱히 지원은 없습니다)
남편의 장점은 안정적인 직장 입니다.

그럼에도 헤어지는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친정엄마는 이제 제가 행복한 쪽으로 선택하라고 하십니다. 대신 거길 벗어난다고 홀가분하기만 한건 아닐거라고, 새로운 외로움과 허전함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런 상황이 오면 종교에 의지해 보라고 하시네요.

아이와 둘이 살 아파트 전세금은 있고, 제 수입이 월300정도 된다면 수도권에서 아이와 둘이 살 수 있겠죠? 아이가 원한다면 남편에게 맡기고 저만 나갈 의향도 있습니다. 아이가 경제적 여유를 더 원할수도 있으니까요…

이혼이 맞는거겠죠… 아이를 위해 더 참고 살아야 하는걸까요.

위로나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미혼인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시댁식구들
인성까지 다 보고 결혼하시라고 당부 드리고 싶네요. 내
인생을 막연한 희망에 걸고 모험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