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글이고, 두서는 없다, 이건 너의 이야기다.

애늙은어른2024.03.11
조회322

카페 안,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그랬다 더라. 그렇게 된 지는 한달 전이었고, 나도 지난주에 들었다.’


이야기의 화두를 건넨 친구는 그렇게 말을 마쳤다.



그애, 나는 이렇게 칭하고 싶다.


이야기의 주인공, 직장 상 타국으로 장기간 출장 했던 그 애는,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학창시절, 비록 영혼을 나누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같은 중, 고등학교를 진학 하면서 안면이 있었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며 말하건데, 그래도 그는 나와 추억을 공유 했던 


그냥, '평범한 아이'였다.


3년이 지나 자연스레 졸업을 앞 뒀다. 


어떤이는 대학을 가겠다, 또 어떤이는 직장에 취업하겠다. 

사회로 나가는 첫 발걸음을 어떻게 걷겠다, 

다짐했던 그때 우리들은 꽤나 당당하게 다짐했다.


예상컨데 새 출발이자 미성년으로써, 성인을 대하는 첫 걸음이 었으니


그래, 꽤 신났으리라.


그 애는 학교가 끝난 뒤, 집 근처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곳에서 일을 곧잘 했는지 우리가 졸업하기도 전에 먼저 사회에 나갔다.


두 갈래의 길. 아 물론, 보편적으로 두 갈래가 아니지만. 

변명하자면 큰 카테고리로 두 갈래였다.


그렇게 이듬 해 봄, 나는 대학에 갔고, 새로운 친구들이 생겼다, 

분에 넘치게도 여자친구가 생겼고, 학교 과제도 많았다.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20대라는 젊은 몸으로, '청춘'이라는 아로 새겼다.

  

반면, 그런 시간들을 보내며 자연스럽게 단순히 '동창'이라는 단어로 맺어진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는 시간이 주기적으로 짧아졌다. 


모두 다 그랬던 것 처럼. 


그렇게 매일 찾아오는 태양 처럼 

3년을 만나오던 그 들은 이제 몇 십 년에 한번 찾아오는 

혜성처럼 몇 번의 공전을 거듭 하고 나서야 만나게 되는 사이가 되어 버렸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나중에 소식을 들은거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그 애는 군대를 방위로 갔다왔다. 


근무지로 출근을 해 하루 일과를 끝내고, 범법이지만 음식점에서 서빙일을 했다. 

본인도 이런 부분이 줄곧 마음에 걸렸는지, 두 달여정도 일 하다 근무지의 승인을 받아냈다.


정식적으로 받아낸 승인이 기뻤는지, 그 애는 복무 기간동안 쪽잠을 자가며 더 열심히 일했다. 


그러한 시간을 나 또한 피해갈 수는 없었다. 

나의 군생활은 가깝지만 먼나라 군인들이 서로 마주보는 곳에서 그렇게 기간을 채웠다.


그렇게, 같지만 다른 서로의 시간이 다른 줄기로 흘렀다. 


제대를 하고 어느 해 인가, 또 어느 때 인가, 우연히 서로 시간이 맞아, 


조촐하게 동창들끼리 술자리를 가졌다.

 

그 간의 근황들과 그럭저럭 지낸다 라는 말, 그리고 약간의 추억들과 몇 잔의 술만이 

우리들 사이의 부재를 채워주는 줄만 알았다.


그 애는 조금 더 벌이가 좋은 공장자리의 관리직으로 취직했다며, 

출근을 위해 중고차 한대를 뽑았다고 했다.


군대를 제대한 나는 이제 막 복학해 3학기정도 남은 시기였다. 


사회로 먼저 나간 친구를 부럽게 쳐다보며 '너는 좋겠다.' 한마디 했다. 

'왜?', '그냥 나도 이럴줄 알았으면 대학가지말고 취직이나 할 걸.', 

'그러게, 나는 대학가고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부끄러운 말이었다.

 

 술자리가 끝날 무렵, 그 애는 말미에 구문을 열었다.

‘..라는 곳으로 발령이 났어.’


그는 타국으로 장기간 출장을 앞뒀다. 실로 놀라웠다. 

'그 공장이 그 곳에 거래처가 있구나', '거기 가면 외국인 친구 만나는거냐?',

'부럽다.', '잘 갔다와, 부럽다, 우리회사는 왜 그런 곳에 거래처가 없을까.' 

저마다 이런저런 말을 한마디씩 웅얼거리고, 어영부영 다들 집으로 돌아섰다.


다시 몇 해 뒤, 


그 친구가 빠진, 그들이 모이는 술자리가 만들어졌다. 

몇년이 지나도 똑같은 분위기, 나이만 달랐지, 하는 짓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모두가 근황을 이야기했다. 이런저런 주제로 이야기도 했다. 한창 자리가 무르익을적, 

같이 있던 한 친구의 핸드폰이 울렸다.


머나먼 타국에 있던 그 애가 우리가 모여 있다는 소식에 영상통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았다.


'Olla!', 전화가 연결돼고, 낯익은 그 애가 모습을 보였다. '나빼고 다들 모여 있었네!'

 

어떤 색인지 기억이 안나지만 확실히 그는 특이한 색으로 머리를 물들였고, 

마지막으로 만났던 모습과 다르게 살도 많이 빠졌다.


모두가 한마디씩 건넸다. 


'너 예전에 알바하던 그가게에서 한잔하고있어', '야 살 많이 빠졌다.', 

'밥은 맛있냐?', '여자친구는 생겼어?', 열 댓명 정도 모여있으니,


그애가 뭐라고 받아치는지 모를만큼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말미에 내가 말했다. 


‘야 지금 이쪽으로 와!’

장난스럽게 툭 던진 내 말을 들으며 그가 말한다.


‘진짜 간다.’


자리에 있던 모두가 웃었다. 

그리고 이내, 그 애의 목소리는 그 말을 끝으로 잠깐 들렸을 뿐, 

다들 전화가 오기전 소그룹으로 모여 이야기하고있던 주제로 돌아갔다. 


그애는 전화주인인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몇번의 순회를 거쳐 인사를했다.

그걸 끝으로 '재밌게 잘들놀아!'라며 작별을 고했다.


그냥 생각났다, 내가 졸업 한지 몇년 지났지?, 


하지만 이내 자각도 없는 이 질문에 아주 잠깐 의문 할 뿐, 

이내금 왁자지껄 술자리로 조용히 눈을 옮겼다.


더 몇 해가 지났다. 


그 사이 나는 조금 더 나이가 들었으며, 


졸업을 했고, 

독립해, 취직을 했다.


그때 모였던 우리들은 앞서 말했던 혜성처럼, 

서로가 소원해 만남을 이어가고 있지 않았다.


감히 예측컨데, 다들 사는게 헛헛하고 고단해서, 닳고 달아 그랬을거라고 생각했다.


다시, 오늘.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카페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누구는 어느 회사에 다닌다', 

'누구는 지난 주에 차를 바꿨고', '이쁜여자친구가 생겼더라.', 

'졸업하자 마자 결혼한 그 친구 애가이제 학교가더라', 


건너건너 온갖 친구들의 근황을 옮기는 친구였다.


그 간의 이야기를 하다, 지나가는 말로 그 애의 근황을 전했다. 


혼자서 더 먼 길을 갔다고.


전달해 준 친구의 말은 담담 했다. 

그는 그애에게 뭔가 공허함이 있었다며 그를 기억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만큼의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해, 추정했으리라.


그 소식에 나는 스스로 자각 하기 전에 입밖으로 말을 뱉었다. 


'썩 달가운 소리는 아니네.'


친구는 고개를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약간의 침묵, 다시 또 입을 떼며 말한다.


'그래도 소식은 전해야겠더라.', '그래 고맙다.' 


잠깐의 숨고르기가 끝난 뒤, 다시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주식이야기, 차 이야기, 집 이야기, 결혼준비 등.


그 밖의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던 와중에 집중을 못하고 문득 그애를 곱씹었다. 


입안에 쓰고 짠, 진물이 씹히는 기분이었다.


얼추 자리가 끝나고 집으로 온다.

그다지 더럽지도 않게 느껴졌던 자췻방이 눈에 들어온다.


오랜만에 집 정리를 했다.

정리를 거의 마무리 지었을 무렵,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없이 앉아있었다. 


그리고, 무슨 바람에선가 그를 찾아봤다.


짤막한 한줄, 친구의 말이 맞았다. 


조용히 휴대폰 화면을 책상위로 덮어 놓는다.


6평밖에 안되는 자췻방을 치우느라 땀을 흘렸나, 

묵묵히 샤워를 하고 다시 돌아와 같은 자리에 앉았다.

 

늙는게 뭐랬더라, 추억을 먹고 산다고 했던가. 


학교 안 등나무에 앉아, 그때 그 들을 생각했다.


공부, 시험, 게임,등 한창 시끄러웠던 그때를 조용히 먹어본다.


음, 맛은 없었다.



긴 글이고, 두서는 없다. 


이건 너의 이야기다.


영원히 서른언저리 나이에 머물게 될, 나는 너라는 추억을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