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받아서 잠이 안 오네요.

ㅇㅇ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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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이고, 예전에 제가 외벌이 하다가 지금은 아내 주 4일, 저 주 2일 일하는 남자입니다.요즘 자주 싸우는 주제가 있는데, 아내는 제가 주 2일 밖에 일하지 않으니 집안일을 전담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주 2일을 일하고 있으니 집안일 공백 생기지 않게 일단 서로 역할을 나누고,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그때그때 생기는 일들은 각자 보이면 해결하자고 주장합니다.그런데 제게 집안일을 독촉하는 태도가 참 거시기 합니다.언제 한번은 이런 얘기를 들어서 싸웠어요. "네가 에너지가 모자라는 사람이라 그런 건 이해를 하는데.. (대충 화장실 청소가 안 돼있다는 말, 당시 화장실 담당은 누구라고 정한 상태는 아님)"언제 한번은 제가 애들 숙제 시키고 샤워 시키고 재우려고 하는 바쁜 와중에 (애들이 건강상 조금 돌봐줘야 할 부분이 있어서 일찍 자야 합니다. 저희 부부가 출근 시간을 조정해서 저 아니면 아내가 꼭 집에 있는 것도 이런 이유예요.) 첫째 아이 결석계 쓰는 걸 깜박해서 그것 좀 써달라고 했더니 그냥 뚱하게 앉아 있더군요. 왜 그러냐고 묻자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일하고 와서 이런 것도 써야 해? 넌 하루 종일 뭐하고?" 결국 애들 재우고 제가 썼습니다.일요일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청소하고 정리하는 걸 가르치려고 늘 대청소를 함께 합니다. 청소 전에 역할을 나누는데, 보통은 물 만지는 일은 제가 합니다. 싱크대, 건조대를 비롯한 부엌 일체, 화장실, 물__질 등등이죠. 그러면 보통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장난감을 정리하거나, 자신의 물건 중에 안 쓰는 것들을 정리하고 진공청소기를 돌립니다. 그런데 어느날 아무 것도 안 하고 식탁에 있더군요. 그래서 제가 "왜? 내가 애들이랑 정리할까? 여보가 싱크대 좀 맡을래?" 했더니 "하기 싫어. 네가 해."라며 가버리더군요. 매우 불쾌했지만, 애들 있으니 참고 그냥 일했습니다.한번은 저녁 식사 후 제가 그릇도 치우고 바닥도 닦고 있는데, 그냥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더라고요. 그땐 그냥 넘어갔지만 나중에 싸우면서 이때의 일을 내가 얘기하니, 자기가 주 4일 일하는 가장인데, 왜 그런 걸 자기가 해야 하냐고 하더군요.그래서 일을 서로 나눠보려고 하는데 계속 비슷한 태도여서 진척이 안 됩니다. 제가 뭘 좀 맡기려고 하면 한숨을 푹 쉬면서 "이걸 내가 하라고? 하, 참.." 이런 얘기를 들으면 또 그날은 그냥 논의가 중단되고, 전투는 시작되지요.그런데 저는 참 억울한 게요, 외벌이 시절이든 맞벌이 시절이든 집안일로 지적하거나 제 일과 집안일을 구분하거나 하진 않았거든요. 외벌이 시절 퇴근 후에 바닥에 마이츄가 붙어 있거나 밥통에 말라붙은 밥 밖에 없거나, 트램펄린에 각질과 피 묻은 반창고 같은 게 떨어져 있거나, 매트에 우유를 쏟은 채로 좀 늦게 치워서 냄새가 나거나 등등, 그냥 제가 해결하고 말았습니다.제가 외벌이 할 때 얘기를 해보면,주 6일 일하면서 그 중 월수금 3일은 9~10시까지 야간 근무였고, 그나마도 퇴근 후엔 둘째를 제가 데리고 자야 해서 하루 3~4시간 자고 출근할 때도 많았어요. 그래도 그렇게 열심히 해서인지 쓸 거 다 쓰고 월 500 이상은 저축할 수 있었고요. 어느날 아내가 애들에게 짜증스러운 모습을 보이길래 여가를 즐길 시간이 너무 없구나 싶어서 일찍 퇴근하는 화, 목, 토요일과 일요일은 제가 애들을 전담 마크하고 아내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줬어요 (아내는 재주가 많아서 취미 부자입니다. 악기 연주, 미싱, 만년필 수집 등). 아내가 꼭 '남자'의 일이라고 강조하는 일들 (힘 쓸 일, 더럽고 냄새 나는 것, 소소한 수리, 전자 제품 관련 일)은 당연히 제 몫이었고, 음식물 쓰레기는 아내가 할 때도 있고 제가 할 때도 있고, 재활용 쓰레기는 매 주말 제가 버렸어요.전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 들은 얘기가 뇌에 걸려서 잠이 오지를 않습니다.열받아서 잠이 안 오네요.아, 저희는 보통 카톡으로 싸워요. 그래야 애들이 모르니까요.위에 써있는 아내의 얘기는 이런 겁니다. 제가 외벌이를 할 때 아내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느라 더 힘든 일을 한 건데, 상대적으로 쉬운 일 하고서는 힘든 일 했다고 하냐. 하는 거지요.그리고 덧붙여서는 다른 집 남자들은 매일 음식물 쓰레기 버려주고, 재활용 쓰레기도 버려준답니다 (그건 나도 하는 건데..?). 그래서 제가 화목토일요일 취미 생활 시간 벌어주는 건 해주냐고 물으면 다른 말로 돌리고 말아요.저 역시 둘째 출산 이후 진짜 이러다 죽나 싶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아내 역시 힘들게 지내는 걸 알기에 더 배려해주려고 했던 거고, 그래서 고마워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큰 착각이었나봅니다.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들었던 섭섭한 말들이 다 의미심장하게 느껴지는 거 있죠?제 외벌이 시절, 둘째가 앉아서 장난감 가지고 놀 때니깐.. 한 7~8개월 쯤 됐었나.. 3-4시간씩 자면서 너무 힘들 때 출근 길에 푸념을 좀 했더니, 침대에 누워 있던 아내가 이런 말을 했었어요 (심지어 당시 첫째 아이 등원도 제 몫). "내가 왜 네 자아실현을 도와줘야 돼?" 전 이게 그때 너무 힘들어서 얘기한 걸로만 생각하고 좀 기분 나쁘지만 별 대꾸 없이 출근했었는데, 진짜 고마운 마음이 전혀 없어서 얘기한 거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아 또 이것도 있었죠. "그깟 500 번 게 뭐라고" 정확히는 쓸 거 쓰고 500 저축한 거지만 말이죠..아 또 "다른 남자들은 훨씬 더 잘해줘! 독박 육아 하는 아내를 두고 뭐 대단한 걸 했다고.." 이런 것도요..ㅠㅠ"세상에 어느 남자가 주 2일 일하면서 집에서 애를 보냐? 얼른 나가서 더 일해.""지금 애들에게 너 같은 아빠가 필요할 것 같아? 돈을 더 벌어줘야지." 이땐 정말 불같이 싸웠습니다. 숙제를 징하게 시키는 영어 학원 다니며 안 좋아진 아이들의 상태가, 학원 그만두고나서도 지지부진 하다가 최근 1~2개월 중에 확 좋아지는 게 보이는데, 거기에 제 노력도 어느 정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아내와 엄청나게 싸워서 영어 학원 그만두게 하고 제가 집에서 많이 놀아줬는데, 지금도 좋은 결정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애들이 크면서 자연스레 나았다고 얘기해서, 진짜 너무너무 섭섭합니다.아내가 제게 가진 원천적인 원망은, 제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는 거예요. 그리고 예전엔 경제 관념도 참 없었습니다. 버는 족족 그냥 쓰고 말았어요. 심지어 마이너스 통장 만들어서 부모님 생활비 드리고 그랬으니까요. 마이너스 통장으로 결혼을 했는데, 그땐 장모님도 반대하는 결혼, 나에게서 무언가 가능성을 보고 아내가 결정한 것 같아요. 결혼 후엔 그래도 월 500 이상은 저축해서 저는 참 다행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대학 동기 모임을 다녀올 때마다 2~3일 정도는 묵언수행하는 아내를 보니, 경제력의 차이는 결혼 전에 생각한 것보다 많이 중요했나보더라고요. 지금도 친구들은 제 아내를 보고 그런답니다. "너 미쳤어? 왜 그러고 살아?"라고요..지금도 저는 저희 집에 월 50만원씩 보내고 있고, 아내 친정에는 명절이나 생신 외에는 생활비 보내는 일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제가 돈을 거의 쓰지 않으니 내 용돈으로 부모님 생활비 보내는 거라고 생각해달라고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저도 좀 여유가 생기면 피아노를 배우는 게 꿈이네요.ㅎㅎ아, 또 생각나는 게, 얼마 전엔 제 어머니가 지금까지 사돈 (장모님) 만나서 한번도 밥을 사준 적이 없다며, "이게 아들 유세 아니면 뭐가 아들 유세야? 돈 없는 집안 자식, 결혼해줬으면 나 같으면 고마워서라도 그렇게 안 하겠다."라는 얘기 듣고 또 불같이 싸웠더랬죠.경제적인 것으로는 만족을 주지 못 했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잘 해주려고 노력해봤어요. 기념일마다 손편지도 쓰고, 기념일 상관 없이 꽃도 종종 주고, 천만원에 육박하는 어떤 물건이 가지고 싶다고 하길래 그것도 선물해봤습니다.아 또 아내가 저에게 느끼는 분노 중에 하나는, 제가 외벌이 시절 친구들과 대화 나눈 대화창에서 "우리 OO (와이프 이름) 맛집 다니면서 잘 놀지." 했던 부분을 본 거예요. 제가 자는 중에 제 휴대전화를 몰래 열어서는 대화창에 자기 이름으로 검색을 해봤더군요. 자긴 그때 아이 둘을 돌보고 있었는데, 노는 사람 취급해서 기분이 나빴다는 겁니다. 제가 3-4시간 자며 힘들어 죽겠던 때, 애들 원에 보내놓고 친구와 백화점 맛집을 다니는 아내의 인증샷을 보고는 좀 샘이 났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뭐 엄청 나쁘게 얘기했다기보다는 와이프와 공통의 친구가 아내 잘 있냐고 묻길래 농담으로 한 건데, 그게 자긴 기분이 나쁘니 앞으로 다른 친구와 자기 얘기는 아예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휴우우.. 푸념을 좀 했더니 분노는 줄어들어서 좋은데, 이젠 우울감이 드네요?ㅎㅎ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엄청 길고 재미 없는 글인데 혹시 다 읽어주신 분 계시다면 감사합니다.편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