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나이에 남의 남편 보고 가슴떨릴 줄은 몰랐네요..

ㅇㅇ2024.03.16
조회131,118
장가간 아들 속옷까지 챙기려는 시어머니에, 가장 역할 못하는 마마보이 남편 그리고 쌍둥이같은 연년생 아이 둘 키우며

지난 십 오년, 매일 매일 하루 세 네시간씩 겨우 눈 붙이며 일하랴 육아하랴 살림하랴.. 정말 숨막히게 살아왔어요...

남편은 워낙에 이기적이어서 자기 월급은 자기 용돈하면 끝이고,

생활비 문제로 이혼 불사하고 싸우기도 수 십번이었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가면서 제가 포기하게 되었고..

현재는 같은 집에는 살지만 그냥 남이예요. 각자 벌어 각자 살고 있어요. 육아 비용은 모두 제가 부담하고 있고.. 


그렇게 제가 늙는지 어떤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전쟁같은 삶을 사는 중에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눈에 들어 오게 되었어요. 그 남자는 그냥 말 그대로 오다가다 길에서 마주친 남자였는데

그런 반복된 몇 번의 우연한 마주침 후에.. 어느 순간부터 그 남자의 얼굴이 

늘 일과 애들로 인해 정신 없이 바쁘고, 또 모든 일에 깜빡하기 일쑤인 이 아줌마의 기억에도 남기 시작하더군요..


그런데 어느 날 제가 아이들과 어느 가게에 갔는데 그 남자가 주인으로 앉아 있었어요. 

그 남자가 저를 보더니 놀란 듯 튕기듯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 제 눈에도 보였고

저는.. 그 남자가 절 보고 놀라는 모습에 놀랐고 또, 왜 저러지? 많이 의아했어요. 

저는 제 화장품도 없어서 아이들 바르는 화장품 같이 발라요..

이 나이에 아이 크림 하나도, 마스크 팩도.. 아무 것도 없어요. 

단정하긴 하지만 모양내고 꾸미지도 않는 그냥 사십대 평범한 아줌마 모습인데

키도 얼굴도 요즘 말로 훈훈해.. 보이는.. 나이도 분명히 저보다 네 다섯은 연하로 보이는데.... '진짜.. 왜 나한테 이러지?'

제가 자기 아는 누굴 닮아 그러는 걸까.. 뭐 자꾸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하는데..

제게 별 말은 안해요. 많은 말은 안해요. 그런데 곰같은 저도 지금 이 남자가 제게 말하며 떨려 한다는 느낌이 전달돼요.

그러면 저도 긴장이 되기 시작하고.. 어색해지고..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정말.


그렇게 이 남자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후에 이 남자에 대해 알아봤어요. 

인터넷에서도 검색이 될만큼 여러가지로 유명세가 있는 사람이더군요.

그래서 그 남자가 아이 둘 아빠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 샵에서 주문한 것들이 있어서 다음 주 정도 찾으러 가야 하는데..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이 부근에서는 그 곳에서만 팔아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기분이 지금 저를 살리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불행한 결혼 생활. 하지만 아이들만 바라보고.. 제가 낳았고 제가 이 세상으로 초대했으니.. 

꼭 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워야 한다는 강박같은 책임감 하나로, 여지껏 제 자신 최면걸고 살아왔어요. 절 돌아볼 틈은 없었어요. 

그런데 요즘 제가 하루 세 네시간 자던 잠 조차도 잘 못자게 되고.. 식사도 잘 못하게 되고.. 표정도 없어지고.. 

내가 왜 이럴까.. 전공한 친구한테 물어보니 가면성 우울증.. 뭐 그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경주말 처럼 다른 곳 돌아 볼 여유도 없이 제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며 아이들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 한계에 도달한건가.. 가슴도 답답하고.. 몸도 아프고....

어느 날 부터 내가 죽으면.. 이런 가정하에 질문들을 던지고 그 상황들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되고.. 


그런데 그 남자가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들어온 후로 

온 몸에 가득차 있던 우울하고도 슬펐던 생각들이 발끝으로 빠져나가고

다시 제 맥박이 뛰고 심장에 피가 도는 기분이예요......


그래서 저는 지금 제가 살기 위해서라도 잠시만이라도 그 남자를 저 혼자 짝사랑하고 싶은데

제 속의 양심의 가책이라는 것이.. 도대체 그동안도 잘 참고 있다가.. 도대체 이 나이에 이 무슨 해괴한 짓인가.. 메세지를 보내요.

..... 그냥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싶었어요.. 많이 부끄러워요, 하지만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앉아서

나도 그동안 너무 힘들었고 누가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위로해주었으면 좋겠고.. 그냥 철퍼덕 앉아 좀 울고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