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윤 관련 뉴스듣다가 소설하나 써봄

0000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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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인 주인공 31살 남자 한류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초대형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계약 조항이 마음에 걸려 학폭 피해자에게 사과하려고 한다. 하지만 학폭 피해자들은 다른 방식으로 사과하기를 원하는데.

 

중학교 시절, 나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였다.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학업 성적. 그런 내 모습에 현혹된 일진들이 나를 그들의 "얼굴 마담"으로 영입하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일원이 되었다.

 

일진과 어울리며 학교 학생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농담 삼아 시작된 장난이 곧 습관이 되어버렸고, 중학교 생활 대부분을 다른 학생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데 보냈다. 내가 잘못을 저질러도 선생님들은 나에게 꾸짖기는커녕 자기가 피해를 입을까 두려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한 후, 우리집은 서울로 이사했고, 일진 생활은 자연스럽게 접게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춤을 잘 추는 친구와 함께 오디션에 참가했다. 그곳에서 나는 한 기획사 매니저의 눈에 띄었고, 외모가 좋다는 이유로 연습생으로 선발되어, 결국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습생 생활의 시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나는 연예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고, 단지 친구를 따라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나의 잠재력을 보았고,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연습실의 분위기, 치열한 경쟁, 끊임없는 연습 등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나를 압박했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 몇 달 동안은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나는 춤과 노래, 연기 등 다방면에서의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같이 힘든 연습을 거듭했다. 하지만 점차 나는 이러한 연습이 나의 재능을 발전시키고, 나를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2년이 지나가고 있었다. 나의 노력과 열정은 기획사의 관계자들의 눈에도 띄었다. 나는 연습생 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나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리고 어느 날, 기획사로부터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기획사는 나에게 공식 데뷔의 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고 아이돌 가수로 데뷔 연기도 병행하면서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최근에 촬영한 드라마가 대중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드라마의 성공은 나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대중의 사랑과 인정은 물론, 업계 내에서의 입지도 한층 더 공고해졌다. 그리고 이제, 엄청난 규모의 계약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 계약은 단순히 금전적인 가치를 넘어서, 나의 미래 경력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계약서에 따르면, 만약 이미지 손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하여 계약금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이미지 손실"이란 공인으로서의 신뢰성이나 명성에 해가 될 수 있는 어떠한 행동이나 사건을 포함한다. 이 중 학교 폭력 또한 이미지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어 있다.

 

얼마 전 학교 폭력 사실이 밝혀진 후 드라마에서 하차한 여배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여배우는 나랑 한때 연인관계였다.

 

여배우는 한때 대중의 큰 사랑을 받으며 주목받는 신예로 떠올랐었다. 그녀의 연기력과 매력적인 외모는 많은 팬들을 매료시켰고, 출연하는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과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녀의 빛나는 경력은 학교 폭력과 관련된 과거가 드러나면서 한순간에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계약금의 두 배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끊임없는 불안과 고민을 안겨주었다.

 

"여기서 멈추는 게 나을까? 아니 내가 직접 친구들에게 가서 용서를 구하면 아무도 내가 학폭 가해자였다는 걸 알지 못할 거야!!".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시간이 너무 지나서인지 나는 내가 괴롭혔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다.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과거의 나는 어떤 행동을 했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내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 때문에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내 표정을 보고 나의 매니저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요즘 얼굴색이 안 좋아 초대형 계약을 앞두고 있는데, 왜 그렇게 초조해 보이지?". 매니저의 질문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의 말에 대답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나는 고민을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느끼는 불안과 고민을 숨기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사실은 중학교 때 제가 괴롭혔던 친구들 때문에 걱정이에요".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매니저는 처음에는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매니저는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결정적인 말을 내놓았다. "그럼 내가 중학교 친구들을 찾아볼게 너무 걱정하지마".

 

매니저는 그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하여 중학교 시절 내가 괴롭힌 친구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내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이해하고, 나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의 노력 끝에, 그는 마침내 그들 중 일부와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매니저는 나에게 "약속 장소에 가서 너는 가능한 한 가장 불쌍한 모습을 보여야 해 그들이 너를 보았을 때 마음이 움직여서 용서하고 싶어질 수 있게 그런 인상을 주는 옷을 골라 입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너의 진심이 느껴지는 그런 모습이 필요해".

 

이 말을 듣고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매니저의 제안대로라면, 나는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에서 최대한의 겸손함을 보여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매니저의 조언에 따라, 겸손하고 진심이 담긴 태도로 그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했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옷차림은 과연 어떤 것일까?". 나는 이 질문을 머릿속에서 되뇌이며, 사과할 때 공인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룹 대표들의 사과 장면, 정치인들의 공개 사과 등 다양한 사례들을 검토했다. 하지만 그들의 옷차림이 내 상황에 맞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아 이건 아닌 것 같아 그렇지 맞아 얼마 전에 학교 폭력에 대해 사과한 농구 선수의 모습이 있었어". 나는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 농구 선수의 사과 장면을 담은 사진을 찾아보았다. 그 사진에서 그는 검은색 정장에 드레스 셔츠를 입고 있었으나, 셔츠의 맨 위 몇 개의 단추를 풀어 헤친 채로 진지하고 겸손한 태도로 사과하고 있었다. 그의 옷차림과 태도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이것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 사진을 참고로, 내 옷장에서 검은색 정장을 꺼내 드레스 셔츠와 함께 매치했다. 셔츠의 맨 위 몇 개의 단추를 의도적으로 풀어 헤친 후, 나는 거울 앞에 섰다. 이 옷차림은 나의 진심어린 사과와 후회를 표현하는 데 적합할 것 같았다. 나는 최대한 겸손하고 불쌍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하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나의 과거 행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그들과 화해하는 것이 목표였다. 검은색 정장을 입고, 셔츠의 단추를 일부러 풀어 헤친 모습은 나의 마음가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었다. 나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용서를 구하는 첫걸음을 내딛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사과를 할 장소는 내가 다니던 중학교 3학교 교실.

 

나는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에는 10명의 학폭 피해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모두 고개를 푹 숙인 채였다. 나는 주춤거리며 교탁 앞으로 다가갔다. 이렇게 많은 친구들을 괴롭혔다니

 

 

내가 심사숙고하여 정리한 생각들이 담긴 종이를 가방에서 꺼내 읽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 괴롭힌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당시에는 미성숙했고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에게 많은 나쁜 짓을 했습니다".

 

사과문에는 내가 어떻게 친구들을 괴롭혔는지, 그리고 그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었다. 나는 내 행동으로 인해 친구들이 어떤 고통과 상처를 받았을지를 상상하며, 그것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말을 담았다. 또한, 그런 행동을 한 나 자신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는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지막 줄을 읽고 나서,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중학교 때 내가 괴롭혔던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내 앞에 앉아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굴의 대부분을 가리는 마스크와 머리를 완전히 덮는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복장은 그들의 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만들었고, 나는 이 상황에 대해 궁금증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왜 그들은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내 앞에 나타난 걸까?". 이 질문이 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처음에는 그들이 나로 인해 겪었을 수 있는 고통과 상처 때문에, 직접적인 마주침을 피하고자 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아니면, 그들이 이 만남을 통해 익명성을 유지하며 자신들의 마음을 더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그리고 서서히 눈을 아래로 내리자 그들의 오른쪽 가슴위에는 이름표가 붙어있다

 

중학교 체육복 차림의 친구들이 내 앞에 빙 둘러앉아 있었다. 머리는 모자로 가려 긴 머리인지 짧은 머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옷차림과 외모만으로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 매니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매니저에게 다가가 이 상황을 물었다.

 

"사과만 하면 끝난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게 피해자들이 단체톡을 만들어 자기 이름을 한명씩 불러주며 사과를 해야 한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어".

 

매니저의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가운데 이름만 가린 것도 내가 이름을 모르면 어떻게 하냐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이름표를 착용했고 가운데 이름만 가렸으니 잘 생각하고 친구들 얼굴 보고 이름 잘 생각해서 정식으로 사과하면 친구들도 받아줄 거야".

 

매니저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마스크와 모자에 가려진 얼굴만 가지고 어떻게 이름을 맞출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했다. 나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친구들 앞에 섰다. 어색한 공기가 방 안에 맴돌았다. 매니저의 말대로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사과해야 한다니, 마음이 무거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친구들 모두 똑같은 체육복 차림에 모자까지 쓰고 있어 누가 누군지 전혀 구분할 수 없었다. 이름표에 별표로 가린 이름 글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았다. “김*호, 박*영, 이*준 등등”.

 

"창가에 앉아있는 친구가 누구지? 아니면 저 구석에 있는 친구가 누굴까?".

 

고민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야 내가 이렇게 괴롭힌 친구들이 많았나 싶어 겁이 나는 거야 하나하나 정확히 기억해내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해".

 

긴장감에 온몸에 땀이 배였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친구들에게 돌리며, 하나하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나는 맥없이 좌측 끝에 앉아있는 한 친구 앞에 섰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 친구 또한 일어나 나를 마주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덮인 체육복과 마스크, 모자로 인해 그의 정체를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오직 두 눈만이 가늘게 빼꼈을 뿐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며 그 눈빛을 바라보았다. 낯익기도 하면서도 전혀 생소한 눈길이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멍해지는 것만 같았다.

 

“김*영”.

 

키와 머리를 봐서는 남자이지만 방심은 근물이다

 

난 중학교때 반 아이들을 생각을 해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긴장감에 온몸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눈가를 찡그리며 정신을 집중하려 애썼지만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음속에서 후회와 자책, 두려움이 동시에 꿈틀거렸다. 예전의 내가 얼마나 친구들에게 상처를 주었기에 이렇게 철저한 준비를 해야 했을지. 하지만 이름 하나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내 모습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그 친구가 가방에서 다이어리를 꺼내 나에게 건네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그 다이어리를 받아들었다.

 

페이지를 넘기자 친구의 절절한 외침이 적혀있었다.

 

"오늘은 무슨 이유로 나를 때릴까? 아 학교가기 싫다 학교 가는 버스가 교통사고 나서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저지른 괴롭힘의 흔적이 고스란히 그의 다이어리에 새겨져 있었다. 친구는 매일같이 공포에 시달리며 학교에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이어리 곳곳에는 비슷한 절규가 이어졌다.

 

"왜 나만 그렇게 심하게 괴롭히지?".

"집에서라도 편하게 있고 싶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글씨 사이사이에서 그의 절망과 외로움이 배어 나왔다. 나는 점점 더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다. 이토록 친구를 힘들게 했다니, 나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다이어리를 계속 넘기다 보니 한 가지 중요한 힌트가 나왔다. 그 친구는 중학교 2학년때 나와 같은 반이었고, 내 대각선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시험 때마다 그를 협박해 시험 답안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친구의 정확한 모습이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내가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럽고 화가 났다.

 

그 친구의 다이어리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난 그를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그에게 맞지 않기 위해 혹시 나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생각할수록 무섭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내가 컨닝해서 좋은 성적을 받은 거라니. 그동안 내 머리가 좋아서 그런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난 정말 이렇게까지 했던 건가? 어쩌면 이보다 더한 짓도 있지 않았을까?".

 

죄책감이 밀려왔고, 다시 한번 그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일어났다.

 

머릿속에서 "김인영? 김원영? 김민영?".

 

여러 가지 조합을 입에서 웅얼거려 보았지만, 정확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이어리에 적힌 내용을 보면서 그에 대한 죄책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의 이름조차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과연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을까?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의 눈길이 여전히 나를 향해 있었다. 기대와 의구심이 섞인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정말 미안해".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죄책감과 자괴감에 휩싸여 그저 울먹이는 게 전부였다. 부끄러움에 그의 눈길을 직시할 수조차 없었다.

 

상황이 점점 험악해지고 있었다. 매니저가 다가와 나에게 휴대폰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친구들의 단체 대화방 내용이 나와 있었다.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불안감이 밀려왔다. 나는 재빨리 매니저에게 물었다.

 

"만약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매니저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여기 있는 피해자 이름 반 이상 못 맞추면 얼마전 그 여배우같이 네가 학폭 가해자인걸 알리겠다는데".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른다.

 

난 다시 그 친구의 다이어리를 넘기기 시작했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시험 문제 하나가 있었다.

 

"이 문제는 내가 틀린 답을 알려줘서 90점 넘지 못했다고 나를 하루 종일 때렸는데 아 이 문제 왜 틀렸을까?".

 

자책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단순히 성적 문제가 아니라 그에게 폭력까지 가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밀려왔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난 아직도 그의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채였다. 난 정말 이대로 끝나는 것인가?.

 

상황이 점점 더 꼬이고 있었다. 다이어리 마지막 페이지에는 수학 방정식 문제가 제시되어 있었다.

 

"이 문제를 풀면 이름 가운데를 알려주겠어"

 

나는 재빨리 책상 위에 있던 연필을 가져와 의자에 앉았다. 일차방정식 문제인 것 같았다.

 

"어 그러니까 삼촌 나이를 x라고 하고 아버지는 나이는 삼촌보다 10살이 많으니까 그리고 나는 삼촌 나이의 반이니까".

 

머릿속으로 방정식을 세웠지만, 삼촌의 나이가 주어지지 않아 실제 풀이는 어려웠다. 문제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5분이라는 제한시간이 점점 다가왔다. 나는 땀을 흘리며 필사적으로 고민했지만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결국 시간이 모두 흘렀고, 나는 그 친구 앞에 서서 차마 이름을 대는 것조차 못했다.

 

"이름도 모르는 친구를 괴롭혔다니 혹시 그의 얼굴을 보면 알아볼 수 있을까?".

 

나는 마지막으로 시도해보기로 했다.

 

"미안한데 이름이 생각 안나서 얼굴 좀 보여주면 안돼?".

 

앞에 있던 친구는 망설임 없이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남아있었고, 중간중간 머리가 탈모되어 안쪽이 훤히 보이고 있었다.

 

"너 때문에 시험기간에 머리를 너무 쥐어뜯어서 이렇게 탈모가 생겼는데 아직도 나아지지가 않아".

 

충격적인 모습에 말문이 턱 막혔다. 머리카락이 이렇게 모자이크처럼 빠져있다니. 그는 내 짓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정말 미안해!!!".

 

나는 무릎을 꿇고 그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정확한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고 눈물만 글썽였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자격조차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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