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의 인연은 거기까지 인걸까요? (센소지 새벽을 함께 거닐면서..)

185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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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기억나지 않는 정신으로 미루어볼때 마지막 차를 놓쳤고 두려움반 걱정반으로 택시를 거금을 들여 타고 와버렸다. 무사히 도착했을 때 이어진 정신은 이미 오전 10시 45분, 체크아웃까지 15분 남은 상황. 여기저기 널부리진 짐들을 잡히는 대로 집어 겨우 캐리어에 담아 넣고, 부랴부랴 최대한 사람구색 갖춰 다음 숙소인 아사쿠사로 향했다. 캡슐호텔에 겨우 짐을 풀어놓고 로비에 물어볼 것이 있어 내려가 카운터로 향할 누군가 이미 체크인을 하고 있어 기다려야했다.

한 눈에 그녀가 한국인인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 사실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뭔가가 느껴졌다. 그를 핑계삼아 한국분이냐고 여쭤봤는데 맞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지난밤부터 이어진 최악의 컨디션과 외모는 생각도 안하고 말을 걸어버린 만큼 당연했다. 그럼에도 엘리베이터를 억지로 기다리며 기억나지도 않는 말을 다시 그녀에게 건넸을 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세상 처음 듣는 형식의 거절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밤이되서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잔을 홀짝이면서 문득 아침의 그 순간이 떠올랐다. 대체 얼마나 싫었으면, 요새는 이렇게 거절하는 건가.. 그 생각과 함께 평소보다 빠르게 집에 가고 싶어졌다.

40분을 이내 달려서 도착한 숙소 옆에는 그녀가 콘크리트 바닥에 쪼그려 앉아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숙소를 향해 걸어가면서, 뭔가 할 수도 없을 거면서, 그녀가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판타지를 꿈꿨는데 마침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이다. 괜시리 거리를 넓혀 담배 한대를 물기시작했을때, 나도 모르게 혼자 뭐하시는 거냐고 말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한적한 어느 골목 거리 길바닥에서 두 시간을 앉아 있었다. 마지막 날이라며 아쉬워하는 그녀를 보고 내가 다 아쉬웠다. 왜 여기에 와있는 지부터, 무얼했고 앞으로는 무얼할 건지, 마지막 사랑은 어땠는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등 서로 말문이 트인 탓이다. 아침에 상황에 관해서는, 그녀는 타고난 성대결절탓에 아까는 정말 말소리조차 내기 힘들었다며 머쓱하지만 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일집일집 하는 일상에 지쳐 떠나있다며 아홉살 차이 나는 내게 조언을 구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보라고,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경험치는 오르고 그렇게 레벨업 하게 된다는 내 어린날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것저것 많이 해본 그녀는 나와 생김새를 제외하고는 신기하게도 여러모로 비슷한 것이 많았다. 우연한 공통점부터 성격, 코드까지 맞아 길바닥에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새벽을 맞이했다.

밤의 센소지 풍경은 다르다고 했다. 짐을 풀어놓고 아침에 만났던 그 로비에서 우리는 다시 만났다. 그 길로 센소지로 향했다. 새벽 2시 길거리는 대낮의 그것과 달랐다. 꺼져있을 것 같던 불빛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여전히 환했고, 그 많던 사람들은 있었는 지도 모르게 단 한명도 없었다. 신사를 항하는 길이 꼭 세트장 같다면서 액션영화 스텝을 밟으며 뛰어가던 그 친구를 보며, 핸드폰을 달라고 했다. 일본에 와서 나를 포함한 누군가를 카메라로 담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 새벽의 불빛과 공기는 잊을 수 없다. 길을 따라 신사 앞에서 의식을 해보기도하고, 소원을 빌었다. 이내 막대점을 해보자고 내게 얘기하며 아이처럼 좋아했다. 힘든 일이 거의 끝났다는 점괴에 원래 이렇게 잘 나오는거냐며 묻는 내 질문에, 그녀는 낮에 안 좋은 얘기만 두 번 나와 취소의식을 했다며 이내 새로운 막대를 뽑고는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나는 좋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글자를 넌지시 훔쳐봤다.

그녀는 무서워보이는 곳이 있다며 나를 앞세우고는, 그런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내 내 팔을 끌어 안았다. 우연인지 인연일 지 분간이 되지 않기 시작했다.
카페 푸글레를 지나며 꼭 와보고 싶었는데 가지 못했다며 내일 아침 출국전 꼭 가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 역시 모닝커피를 핑계로 그렇게 하고 싶었다.

걷다보니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숙소 코 앞까지 와버렸다. 어쩌면 그 때 나는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새벽에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보낸 꿈같은 서너시간이 곧 끝날 거라는 것을. 예감처럼 그녀의 연락처는 알 수 없었다. 어떤 다른 생각 없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행지에서의 인연은 이렇게 두는게 맞다는 말에,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처음과 마지막 순간이 된 그 로비를 한창을 서성이다가 겨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니 몇시간 후, 로비에서 다시 두 시간을 앉아 그녀를 무모하게 기다렸다. 이미 우린 어제 두번의 인사를 했지만, 우연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그 우연을 붙잡고 싶었다. 인연을 믿으며 푸글레를 가있기에는 아침엔 생각보다 멀었고, 빈틈없는 방법은 하염없이 로비에 앉아 있는것 외에는 없었다.

그렇게 다시 마주친 그녀는 내게 안된다고만 한다. 결과가 어떻게될 지 몰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소중한 기억에 흠집을 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보냈다. 그녀가 길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서 지켜보았다. 근데 갑자기 나를 향해 돌아오는 게 아닌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했다. 그 친구를 잘 모르지만, 그 친구다웠다. 이내 다시 내 시야에서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사라질 즈음 순간 이성을 잃고는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친구가 했던 말을 난 머리로만 이해하고 온전히 내려놓고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아까는 긴장해서 하지 못했던 준비했던 말들을 꺼냈다. 그렇지만 이미 그 말들은 힘을 잃었다. 그녀가 내 눈 앞에서 보이지않게 된 이후 한참을 그 자리에 있었다. 지난밤 내게 추천해쥤던 곳, 영화, 커피집 전부 다 하기 싫어졌다.

그 때 그날밤 우리는 뭐였을까. 그리고 난 뭘 원했던걸까. 그마저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 우연을 가장한 인연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사실 그녀에게는 그저 아쉬운 마지막날의 좋은 기억일 수 있겠다는 걸 나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낸 몇 시간은 인생에서 나눈 어떤 누구와의 시간보다 깊었다.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4월 18일 해질무렵,  센소지에서 눈물을 참으며 걸어다니던 사람을 봤다면, 아마 애국심 또는 종교의식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나는 내 방식대로 함께 사진찍었던 곳을 거닐며 다시 사진으로 남기고 새벽을 기렸다.

커피집은 줄이 많이 길었지만 그만큼 훌륭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브랜드라며, 나역시 그와 준하는 피츠커피를 안다고 했다. 아마 그 때마셨던 푸글레 더블샷 커피는 피츠커피보다 씁쓸했던 것 같다. 어쨌든 목소리 절대 잃지말고 항상 건강하고 좋은 그리고 즐거운 일이 많기를. 사진을 보면 생각이 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잊혀질 것을 안다. 그 때쯤이면 아련한 것보다는 아름답게 소중히 추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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