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쓰러운 조카, 아이의 진심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네요

도레미파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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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조카가 있습니다. 여중에 다니고 있는데 이 아이때문에 걱정이 좀 많네요.
항상 누나네 집에 갈때면 누구보다 반겨주던 조카였는데 어느 순간 어두운 표정에 차가운 말투까지 내가 알던 아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변해있더군요.
누나가 3년전에 매형하고 이혼한 후 둘이 집을 옮겨서 살고 있습니다. 양육비는 매달 받는다고는 들었는데 가정주부만 했던 누나가 요즘 물가에 그 돈으로는 생활이 안되니 학습지 교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조카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하네요. 조카도 학원끝나고 친구들하고 밤 늦게까지 있다 들어오고,,, 요즘은 옷차림도 좀 그렇다고 합니다...
몇번이고 타이르고 해도 듣지도 않는 조카때문에 지친다고 누나가 하소연을 해서 마침 부모님이 반찬을 싸주셔서 갖다주는 김에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금요일 퇴근하고 누나집에 가서 같이 저녁을 먹고 조카를 기다리는데 11시가 넘어도 들어올 생각을 안하더군요. 
결국 12시 좀 넘어서 집에 들어온 조카를 보고 삼촌왔다만 말하고 자러 갔습니다.
다음날 조카가 일찍 나갈까봐 이른 아침부터 쇼파에 앉아서 나오길 기다렸죠. 아니나 다를까 친구하고 약속이 있다고 오전에 나간다고 해서 삼촌이 용돈 챙겨줄테니 점심은 삼촌하고 먹을 수 있을까라고 물어봤습니다.
중요한 약속이면 저녁에 엄마랑 같이 먹어도 된다고 말했는데 표정이 싫어하는 티가 나더군요.
조카는 점심이후에 친구 만나면 된다고 해서 같이 점심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습니다.
좋아하는거 물어보니 마라탕을 사달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운거 먹으면 땀샘 폭발이라 멀리하는 편인데 조카가 먹자는데 먹어야죠.
땀 뻘뻘흘리면서 먹는 제 모습이 웃겼나봅니다. 집에 와서 처음으로 조카가 웃는 걸 보니 좀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점심을 먹고 근처 커피숍에 가서 이야기를 좀 했습니다. 요새 무슨일 있냐. 엄마랑은 왜 사이가 안좋냐. 옷은 왜 그렇게 입고다니냐. 12시 넘어서 자주 들어온다던데 일찍 다닐순없냐... 등등 질문할 것이 많았지만 꾹 참고 한마디만 했습니다.
살 빠졌네? 아픈거야 다이어트중인거야? 아까 먹는거 보니 다이어트는 아닌거 같고.
그제서야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던 조카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머 사소한거 부터 시작해서 연예인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먼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건 같은데 선뜻 내뱉지 못하는거 같아서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요즘 엄마가 일때문에 좀 힘드신거 같다. 약도 매일 먹고 있고... 삼촌은 동생이니 걱정이 된다. 물론 너도 내 조카이니 걱정이 되서 내려와봤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진 조카의 이야기를 듣고 단순히 사춘기여서 그럴 것이라는 저의 생각이 짧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아이는 부모의 이혼이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구나.
부모님의 이혼이 자신때문이라는 말에 울컥했습니다. 전혀 그런것이 아닌데. 순수한 아이의 마음에 상처로 남았네요.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계속 말해줬습니다. 어른들의 자존심과 이기심 여러가지 이유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절대로 너 때문이 아니라고요.
그냥 조카의 이야기를 계속 들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와의 약속도 미루고 조카는 계속 속에 있던 응어리를 저한테 쏟아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아이 모습을 보고 저도 찡해졌습니다.
제일 하고 싶은게 뭐야? 라고 물어보니 조심스럽게 신발하고 가방을 사고싶다고 하더군요.
친한 친구가 용돈을 모아서 한번에 지르는게 멋있어보였다고...
그래서 그 친구는 얼마나 플렉스 했대? 40만원 이랍니다. 피식했습니다. 
물론 그 돈이 적은돈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진짜로 조카앞에서 피식하고 웃었네요.
그리고 말했습니다. 삼촌이 어디 다니지? 카드를 한장 쥐어주고 친구랑 백화점에 가라고 했습니다. 영수증 다 합쳐서 100만원 이하면 다음부터는 용돈도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요.
역시... 돈이 좋긴 좋은건가 봅니다. 금새 화색이 돌면서 친구한테 카톡을 하더군요.
집으로 와서 누나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그리고 마음이 착한 아이니 누나가 잘 보듬어 주라고. 엄마니까.
누나한테 조카 들어오면 카드 받아서 쓰라고 했습니다. 매달 100만원씩 넣어줄테니 학원비에 보태라고 했습니다. 누나가 괜찮다고 하길래 나야 평생 미혼으로 남을거 같으니 그냥 쓰라고... 조카 용돈은 내가 따로 챙겨줄테니 너무 많이 주진 말라고 하고 집으로 갔습니다.
10시가 좀 넘은 시간에 조카한테 전화가 오더군요. 왜 집에 갔냐고해서 갑자기 일이 생겨서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사진으로 영수증 찍어서 보내라고 해서 봤는데 53만원 정도를 썼더군요. 나름에는 많이 쓴거겠죠. 주로 옷하고 신발, 가방이었는데 엄마 옷도 있었습니다. 100만원도 맘껏 쓰기가 부담스러웠을 조카 얼굴이 그려집니다.
조카가 판을 즐겨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40대 게시판은 안본다고 해서... 저도 40대 초반이니 여기다 올려도 되겠죠?
삼촌이 열심히 일해서 용돈 많이 챙겨줄테니 엄마 속 그만 아프게 하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래. 엄마랑 기흥캠퍼스 꼭 와. 맛있는거 사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