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는 6월 경찰서엔 작은 변화가 있었다. 서장님이 바뀐 것이다. 은서가 소속된 부서가 서장님과 직접 연관이 있어서 은서는 더욱 바빠졌다. 보고서 꾸미랴 (보고서야 윗분들이 쓸 걸 워드작업하는 것 뿐이지만) 만든 보고서 계장님께 수정 받으랴 정신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은서씨, 이거 말야, 직원현황하고 치안현황하고 글자 크기가 틀린 거 아냐?"
"네? 아, 네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잘 좀 해봐."
은서네 계장님은 서예를 즐겨하시는 분이셨는데 글자크기라던가 배치열이라던가 이런걸 기가 막히게 맞히셔서 은서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당신은 하나도 제대로 못 하시면서 훈민정음으로 작업해 오는 서류에 뚝 하면 딴지를 걸고 계셨다. 그래도 다른 직원들처럼 미스 이라던가. 심한 경우 이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름 석자 불러 준다는데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 오신 서장님이 소탈하신 분이라 어렵지 않을텐데 원래 윗분이 바뀌면 중간 계급은 눈치를 보게 되고 그 피해는 은서같은 말단에게 돌아가는 법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했던가? 새로 오신 서장님이 며칠 지내보시더니 직원 복지라던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아침 회의 시간에 한 마디 하셨고 그건 고스란히 은서네 과로 돌아온 과제가 되었다. 연일 늦게 끝나고 하루 종일 받는 스트레스에 지쳐서 퇴근하면 그나마 힘이 되어주는게 상규의 전화였다.
"어, 잘 다녀왔어? 오늘도 늦었네."
처음엔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상규의 전화도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귀찮은 간섭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 일이 많았어."
"너네 과는 뭐가 매일 그렇게 바쁘냐? 무슨 여직원한테 그렇게 일을 많이 시켜?"
"..."
상규의 말투가 원래 그런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씩 그의 그런 말투가 은서 자신을 얕잡아 보는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였지만 자존심때문에 말하지는 않고 있었다.
상규도 일이 힘든지 저녁마다 하는 통화엔 가끔씩 짜증이 배여 있곤 했다. 자주 만난다고 해봐야 주말에 잠깐 보는게 전부였다. 만나서 3일은 만나서 얻은 에너지로 상규와의 통화도 즐겨웠지만 목요일쯤 되면 상규의 전화도 귀찮았다. 그렇게 습관처럼 전화를 하면서 은서는 자신의 사랑이 양은냄비처럼 푹 끓여 올랐다가 꺼져 버리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서장님이 오신지도 한 달여가 지나가고 이제 서 분위기에도 적응이 될 무렵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날부터-아마도 서장님이 바뀐 그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은서의 의자 위엔 사탕이라던가 껌 같은 군것질 거리가 놓여져 있었다. 처음엔 바쁘고 정신없어서 누가 갖다 두었겠지 하고 생각을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이 궁금해 지고 있었다.
한낮의 더위가 채 식어버리지 않은 저녁시간, 퇴근하려는 은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저, 제가 사탕이랑.. 가져다 놓은 사람인데요."
"아, 네..."
"놀라셨죠? 이렇게 전화를 해서요. 퇴근하시려는 것 같아.."
은서는 누군가 자신을 보면서 전화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불쾌했다.
"제가 바쁘거든요. 이만 끊을게요."
전화기를 내려놓고 집으로 향하면서 기분은 여전히 별로였다.
"나야, 아까 삐삐 쳤는데 왜 전화 안했어?"
상규는 신경질에 가까운 목소리로 전화를 건 은서에게 대뜸 화부터 내고 있었다.
"삐삐? 아까 바빴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전화할 시간 그거 5분조차 없나?"
'나 오늘도 힘들었어요.'
"미안해요."
"일도 힘들고 그래서 삐삐 쳤더니 전화도 안 되고... 앞으론 바로 바로 전화해라."
"알았어요."
"그리고 좀 일찍 일찍 다니면서 언니도 좀 도와주고 그래라. 언니 혼자 저녁하게 하지 말고..."
"..."
"왜, 삐졌어?"
"음, 아니에요."
은서는 전화를 하면서 이건 아닌데 생각이 되었다. 상규는 지금 2학기 복학하기 전까지 사촌형과 일을 하고 있었다. 복학전에 공부나 더 했으면 했지만 은서가 뭐라고 말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규는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의경을 왔었다. 일이 힘든건지 멀리 있는 애인이 걱정이 되는건지 경찰서란 특수한 조직에서 은서가 생활하는데 영 못 미더운지 전화를 하면 은서를 힘들게 하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은서는 '이건 아닌데...'하고 생각했지만 쉽게 말을 꺼내긴 힘들었다. 그냥 겉도는 대화 끝에 전화를 끊었다.
최의경과 이은서(6) -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
여름이 시작되는 6월 경찰서엔 작은 변화가 있었다. 서장님이 바뀐 것이다. 은서가 소속된 부서가 서장님과 직접 연관이 있어서 은서는 더욱 바빠졌다. 보고서 꾸미랴 (보고서야 윗분들이 쓸 걸 워드작업하는 것 뿐이지만
) 만든 보고서 계장님께 수정 받으랴 정신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은서씨, 이거 말야, 직원현황하고 치안현황하고 글자 크기가 틀린 거 아냐?"
"네? 아, 네 그러네요. 죄송합니다."
"잘 좀 해봐."
은서네 계장님은 서예를 즐겨하시는 분이셨는데 글자크기라던가 배치열이라던가 이런걸 기가 막히게 맞히셔서 은서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당신은 하나도 제대로 못 하시면서 훈민정음으로 작업해 오는 서류에 뚝 하면 딴지를 걸고 계셨다. 그래도 다른 직원들처럼 미스 이라던가. 심한 경우 이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름 석자 불러 준다는데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새로 오신 서장님이 소탈하신 분이라 어렵지 않을텐데 원래 윗분이 바뀌면 중간 계급은 눈치를 보게 되고 그 피해는 은서같은 말단에게 돌아가는 법이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했던가? 새로 오신 서장님이 며칠 지내보시더니 직원 복지라던가 그런 부분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아침 회의 시간에 한 마디 하셨고 그건 고스란히 은서네 과로 돌아온 과제가 되었다. 연일 늦게 끝나고 하루 종일 받는 스트레스에 지쳐서 퇴근하면 그나마 힘이 되어주는게 상규의 전화였다.
"어, 잘 다녀왔어? 오늘도 늦었네."
처음엔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상규의 전화도 하루 하루가 지날수록 귀찮은 간섭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어, 일이 많았어."
"너네 과는 뭐가 매일 그렇게 바쁘냐? 무슨 여직원한테 그렇게 일을 많이 시켜?"
"..."
상규의 말투가 원래 그런건 알고 있었지만 가끔씩 그의 그런 말투가 은서 자신을 얕잡아 보는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였지만 자존심때문에 말하지는 않고 있었다.
상규도 일이 힘든지 저녁마다 하는 통화엔 가끔씩 짜증이 배여 있곤 했다. 자주 만난다고 해봐야 주말에 잠깐 보는게 전부였다. 만나서 3일은 만나서 얻은 에너지로 상규와의 통화도 즐겨웠지만 목요일쯤 되면 상규의 전화도 귀찮았다. 그렇게 습관처럼 전화를 하면서 은서는 자신의 사랑이 양은냄비처럼 푹 끓여 올랐다가 꺼져 버리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서장님이 오신지도 한 달여가 지나가고 이제 서 분위기에도 적응이 될 무렵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는 날부터-아마도 서장님이 바뀐 그 때부터가 아닌가 싶다. 은서의 의자 위엔 사탕이라던가 껌 같은 군것질 거리가 놓여져 있었다. 처음엔 바쁘고 정신없어서 누가 갖다 두었겠지 하고 생각을 하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이 궁금해 지고 있었다.
한낮의 더위가 채 식어버리지 않은 저녁시간, 퇴근하려는 은서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누구시죠?"
"저, 제가 사탕이랑.. 가져다 놓은 사람인데요."
"아, 네..."
"놀라셨죠? 이렇게 전화를 해서요. 퇴근하시려는 것 같아.."
은서는 누군가 자신을 보면서 전화를 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불쾌했다.
"제가 바쁘거든요. 이만 끊을게요."
전화기를 내려놓고 집으로 향하면서 기분은 여전히 별로였다.
"나야, 아까 삐삐 쳤는데 왜 전화 안했어?"
상규는 신경질에 가까운 목소리로 전화를 건 은서에게 대뜸 화부터 내고 있었다.
"삐삐? 아까 바빴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전화할 시간 그거 5분조차 없나?"
'나 오늘도 힘들었어요.'
"미안해요."
"일도 힘들고 그래서 삐삐 쳤더니 전화도 안 되고... 앞으론 바로 바로 전화해라."
"알았어요."
"그리고 좀 일찍 일찍 다니면서 언니도 좀 도와주고 그래라. 언니 혼자 저녁하게 하지 말고..."
"..."
"왜, 삐졌어?"
"음, 아니에요."
은서는 전화를 하면서 이건 아닌데 생각이 되었다. 상규는 지금 2학기 복학하기 전까지 사촌형과 일을 하고 있었다. 복학전에 공부나 더 했으면 했지만 은서가 뭐라고 말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상규는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의경을 왔었다. 일이 힘든건지 멀리 있는 애인이 걱정이 되는건지 경찰서란 특수한 조직에서 은서가 생활하는데 영 못 미더운지 전화를 하면 은서를 힘들게 하곤 했다. 그럴 때 마다 은서는 '이건 아닌데...'하고 생각했지만 쉽게 말을 꺼내긴 힘들었다. 그냥 겉도는 대화 끝에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출근한 은서 의자 방석 밑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