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신입인데 푸념 좀 할게요...

ㅇㅇ2024.05.03
조회30,217

누가 들어주면 더 좋고 안 들어주면 어쩔 수 없는
푸념 좀 한다 생각하고 적고 가겠습니다... 방탈 죄송해요.


늦은 나이에 첫 회사 들어간 신입인데요
두 달 반 버티다가 오늘 퇴사한다고 말했어요

처음에는 정말 의욕이 넘쳤고 그 후에는 의욕이 꺾여도 계속 명상하면서 의욕을 고취시키려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면 거의
입사하고 일주일 지났을 때부터 일을 못 쳐냈던 거 같아요 입사하기 전부터 제 포지션에 전임자가 다 끝내지 못한 업무가 밀려있었고... 인수인계도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일이 계속 들어오는데 저는 그걸 쳐낼 역량이 안 됐어요

나름 한다고 했는데도 시간이 부족해서 사수분께 말했더니 사수 분도 너무너무 힘들대요 사수분은 그냥 밀린 일 포기했다고... 퇴사 밖에 답이 없대요

윗선에 일이 너무 많다고 말씀드렸더니 업무량이 정말 과중한지 판단하고 결정할 테니까 각자 시간 단위로 일일업무보고서 써 내라고 하셔서 그냥 오늘 포기했어요...

일일업무보고서 자체보다는
일일업무보고서를 쓰는 것과 결재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니 결재라인이라도 간소화해주시면 안 되냐 했는데 안 된다그래서 걍 제가 포기함..

팀원 모두 업무를 다 못 쳐내서 난린데 시간단위보고서 수기결재 4단결재가 어떻게 가능하냐... 일이 너무 많아서 보고했는데 일이 더 늘어나는 게 말이 되냐...

뭐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 힘든 거면 진짜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야근 주말출근 해도 다 못 끝내는데 보고 업무가 추가 되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뭐 위에서는 퇴근 후에 업무 공부 해라 일을 다 못하면 야근해라 주말 출근해라 타팀은 점심시간 쪼개서 다 해낸다 일일업무보고서 왜 써보지도 않고 포기하냐... 그러시는데

첨에는 답답했어요 나름 퇴근 후 공부나 야근 해보고도 막막해서 말하는 건데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사람이 되니까

업무량이 이렇게 많은 게 이상하다 신입이 못 쳐내면 그 업무가 그대로 적체되는 게 이상하다 내가 부족해서 그 일을 못 쳐내도 누군가는 그 일을 쳐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내가 못하면 안 되는데 자꾸 일이 밀리고 쌓이니까 무섭다

그동안 몇 번이나 말씀드렸는데 전에도 업무 타 팀에 넘긴다 하시곤 계속 우리 팀으로 일이 돌아왔었거든요 저 포함 팀원들이 그랬죠 업무분장 새로 한다고 하셔도 실제로 이행될지 모르겠다

쌓인 말들 다 해버렸어요
그동안 꾹꾹 참았던 거 다 했어요 이렇게 호소하면 좀 알아주지 않을까 싶어서

근데요

그냥... ㅋㅋㅠ
왜 그랬을까 싶어요 말한다고 뭐가 바뀌지도 않는데 뭐하러 그렇게 쌓인 말을 다 쏟았나
말을 한 것 자체가 잘못이었다 싶더라고요

그냥 까라면 까든가 못 버티겠음 조용히 나오든가 했어야 했는데 뭐 바뀌는 게 있다고 이것저것 말했는지... 그냥 조용히 퇴사했으면 이렇게 마음도 안 무거웠지

그냥 나를 못 끼워맞출 거 같으면 조용히 퇴사했어야하는데......



퇴사를 후회하는 건 아니에요

업무량 뿐만 아니라 힘든 게 많았거든요
4050 중에 저 혼자 20대라 안 들어도 될 말 듣는 것도 많았고 욕설 폭언 회식강요 술강요가 자연스러운 분위기라 한참 전부터 회의감은 많이 들었어요

근데 그냥... 있잖아요
되게 허망해요 회사에 나를 끼워맞추든가 아님 조용히 나오든가 둘 중에 하나 밖에 없는데 그걸 이제 알았다는 게요

이 나이에 알았다는 게요

그리고 다른 회사도 다 똑같다는데요
전 그 말이 참 이상했거든요
일하는 사람들한테 더 잘해줘야지 왜 못살게 굴고 못살겠다 하면 니가 약한 거다 다른 회사도 다 똑같다 하는지 이상했거든요

근데 그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해요
정말 내가 나약해서 못 버틴 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마음이 참 그렇네요...
출근해야하는데... 하기 싫다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