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오후, 휴일이라 연락올 사람이 없었는데
갑자기 울린 알림음, 설마 너일줄은 몰랐어.
우리 동네에 들릴건데 조용한 카페에서 보자고.
아, 하필 마음의 준비가 안된 지금
너는 불쑥 찾아오는걸까.
전화를 끊자마자 바로 거울 앞으로 가서 단장을 해,
너무 꾸미면 티가 날까봐
어제 입은 옷을 걸치고 나갔어.
카페에 먼저 도착해서 창가자리에 앉아
초조하게 밖을 내다보며 한참 기다렸는데
열리는 문 뒤에 너를 발견하자마자
내 긴장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나는 바로 일어나 너를 마중나갔어.
먼저 손을 잡으며 잘 지냈는지 자연스럽게 묻고
자리에 같이 앉으면서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시작했어.
여전히 다정한 사람.
그동안 지내온 시간을 털어놓았지.
무슨 얘기를 하던 귀에 다 담고 싶었고,
진심을 다해 호응하고 싶었어.
아무 말 없이 보고 있어도 편안하고 즐거웠어.
그런데 너와 있으면 왜이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이후로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연락은 또 올건지,
나를 다시 애매모호함 속에 남겨둔
시간이 야속하게 느껴졌어.
혼자 남겨진 지금
나는 내 자신에게 정신차리라고 혼잣말만 늘어놔.
그 사람의 현재 1순위는 공부야.
오가는 거리를 생각해.
이미 날 친한 동생으로 생각한다고 했어.
애초에 내 이상형도 아니었잖아?
널 좋아하면 안 된다고 굳게 마음을 잡았어.
그런데 어떡해.
이 그리움은 안된다고 하면 할수록
계속 불어나 어떡하니.
며칠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네.
아까 낮에 날씨가 좋아서 용기내어 연락했는데
몇시까지 답장이 오지 않으면
마음을 접겠다고 결심했는데
노을이 지기전에 예쁜 말로 답해주는 너.
이런 너를 어쩌면 좋니.
아직은 너를 끊을 수가 없다.
또 연락하고 싶어.
그런데 이 커진 마음을 표현하면
너는 놀라서 달아나버리겠지?
너무나 조심스럽고 떨린다.
이게 사랑의 시작이라면 너무나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