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남매

ㅇㅇ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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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친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는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언니, 저, 남동생 이렇게 한집에서 살았어요
할머니와 어머니,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아들과 딸을 차별했어요
항상 여자는 남자 아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셨고 밥을 먹을 때도 아버지와 남동생은 식탁 저와 언니 할머니 어머니는 바닥에서 먹게 했어요
점점 크면서 이건 잘못됐다는 걸 알았고 저와 언니는 집을 나와 살았어요
근데 문제는 남동생이 20살이 됐고 대학교도 못 갔고 집에서 놀고먹으며 살고 있어요
아르바이트를 해도 일주일도 못 가고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그만두고 가족들에게 사업하고 싶으니 돈을 달라 하고 있고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 언니와 저에게 계속 얘기를 하더라고요 물론 저희 둘 다 거절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근데 부모님과 할머니가 그러더라고요 집안 여자 둘이 잘 되니 남자가 기가 죽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거라고 저와 언니는 학원 한번 안 다니고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에 갔고 좋은 곳에 취업해 열심히 살고 있어요

남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것도 다 해주고 학원도 다 보내주고 공부도 그렇고 뭐든 할 만큼 다 시켰어요
근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잘 성장한 저희를 원망하는 말들을 하니 언니와 너는 가족과 연을 끊는 게 맞다 생각했고 가족들 연락을 다 무시하고 살고 있었어요
그러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저와 언니는 장례식에 가서 아무런 표정도 없이 앉아 있다 나왔어요 그런 모습을 보고 아버지가 저희를 잘못 키웠다고 우시더라고요
저는 너무 화가 나서 아버지께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잘못 키웠냐고 두 분 맞벌이하신다고 할머니랑 있을 때 할머니가 내 손 잡고 목욕탕 가자더니 집에서 버스 타고 15분 정도는 가야 하는 목욕탕으로 가서 입구에 나 버리고 혼자 집 가셨을 때도 경찰들이 집으로 다시 돌려보냈더니 여자가 하나라도 없어서 나중에 아들이 어깨 펴고 산다 하셨을 때도 항상 좋은 건 남동생 헐고 못쓰는 건 딸들에게 줬을 때도 딸들한테는 상한 반찬을 줘도 아들에게는 새 반찬을 줄 때도 성인이 될 때까지 마음이 닫히기 전까지도 가족들을 좋아했다고

언니와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 아버지는 뭘 하셨냐고 매번 할머니의 그런 행동을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도 그렇게 살아오셨으니 그게 맞는다며 딸들을 억누르지 않았냐고 그 어린 나이에 일들이 내 기억 속에는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며 저도 화를 냈어요
아버지는 듣고 제 뺨을 때리셨고 연 끊고 지내는 거 알겠으니 아들 사업할 수 있게 돈을 달라 하더군요
정말 지긋지긋해서 언니와 저는 그냥 나와서 번호도 바꾸고 이제 곧 이사도 갈 예정이에요
제가 나쁜 걸까요?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장례식장을 갔을 때는 슬픔이 조금이라도 없었어요 오히려 조금이나마 해방됐구나 생각 들었어요 제가 잘못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