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고양이와 이별 후에

꽃돌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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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어제 18살 제게 소중한 고양이를 안락사로 보내 주었습니다. 
암이 의심된다 하여 6/20 암전문의를 만나기로 했는데, 컨디션이 좋아 밥을 너무 잘 먹고 잘 자길래, 혹시 오진 아닐까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싶어, 너무나 평범하게 하루 하루를 보냈는데. 떠나기 이틀 전 곡기를 끊고 대소변도 안보더니 그렇게 떠났네요. 암이 전이가 많이 되고 고통이 있을거라 해서 집에서 맛있는거라도 먹이고 보내주고 싶었는데 그렇게도 못하고 얼떨결에 보내 줬어요. 분명 응급실에 갈 땐 초음파 당일 받으려고 과속해 가며 서둘러 병원에 갔는데.. 왜 왜 왜 단 한번이라도 더 얼굴 마주 봐주고 만져주고 햇볕을 더 쬐어주지 못하고 서둘러 갔을까.. 마음이 아파요. 
순간 순간 내가 싸이코인가 싶기도 한 이 감정은 뭔지.. 피부가 쓰라릴 정도로 울어서 눈 뜨기도 괴로운데, 잠깐 다른 생각하다 보면 얘가 항상 저를 지켜보던 방석 위에 있을거란 착각을 단 몇초간 하는 자신에 놀랍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무덤덤하다가 떨어진 모래, 털, 집 곳곳에 늘어놓은 장난감, 편안하라고 깔아놓은 담요와 전기방석.. 입도 대지 않은 3일치 밥그릇을 보면 그냥 저기 땅끝 어딘가로 들어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랄까..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쳐요. 
저는 2년 전에 너무나 사랑했고 아팠던 17살 백구를 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해봐서 애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겪는다고 아픔을 다루는 법을 알게 되거나 더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네요.
텅 빈 집, 고요한 집, 마지막에 가기 전에 햇볕 받으면 마당에 앉아 새들 지저귀는 소리 듣던 그 자리.. 병원가기 전에 누워 있던 그 자리는 여전히 풀섭이 조금 눌려 있더라구요. 나의 모든 것은 멈췄는데, 세상이 그저 평화롭기만 하니 머리가 이 상황을 잘 이해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왜 나는 이 아이들을 받아 들일 때, 길고 긴 날, 행복할 날만 생각했을까. 마지막 헤어져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요. 지난 18년 내 눈이 가고, 내 손이 닿는 곳에 항상 있었던 아이가 하루 아침 사이 없으니 공허함이 크고 달랠 길이 없네요. 
이별을 예감하고 항상 집안에만 있던 아이가 안타까와 매일 아침 햇볕 쬐며 앉아 귀에 대고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 때도 아팠을까.. 우리의 헤어짐을 알고 있었을까.. 표정 보면 때론 너무나 그 순간 행복해 보여서 마음이 더 아립니다. 

 

우리가 밤마다 했던 숨바꼭질, 간식 달라고 봉지를 맨날 긁어대던 소리, 티비 볼 때 옆에서 곤히 코골이하며 자던 소리, 아침에 눈 뜨면 다리 사이에서 뿅 올라오던 너의 동글 동글한 머리, 빨래 정리하려고 꺼내오면 그 소쿠리에 들어가 행복해 하던 얼굴, 그 평범하던 일상 모든게 이젠 두번 다시 오지 않는 일이 되어 버렸네. 왜 이별을 알면서도 잘해주지 못했을까. 

 

 

 

 


 

사랑해. 그리고 아주 많이 보고 싶어. 

쌔근 쌔근 자는 배에 얼굴을 뭍고 있으면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 같았어. 

만나러 갈 때까지만 소풍놀이 잘 하고 있어.

너를 다시 만나면 꼭 안아줄거야. 사랑해. 

 

 

 

+ (추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다 오늘에야 수많은 댓글을 보게 되어서, 위로의 말씀 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어 글 남깁니다.


떠난 동물들을 그리워 한다는게 이해받기 힘들어서 참 외롭기도 하고, 아기같이 돌보고 매일 함께 생활하며 마치 내 몸의 일부분 처럼 서로 의지하던 사이라 한순간에 보낸다는게 정말 쉽지 않네요. 눈에 밟히고, 귀에 들리고, 못해준거만 생각납니다.


저는 잘 보던 강아지, 고양이 유투브도 그래서 못보겠더라구요. 저렇게 사랑해 주고 이뻤는데 저거 어찌 보낼까 그런 생각만 들고.. 우주가 시뮬레이션이란 얘기들도 있던데,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많이 보고 싶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뿐이네요.


곁에 예쁜 고양이, 강아지, 햄스터, 토끼.. 반려동물이 있다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관심을 많이 보여 주세요. 저는 하루라도 같이 있을 수 있다면 뭐라도 할 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항상 반려동물과 오래동안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