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분들! 고등학교 때 짝사랑 다들 잊으셨나요?

So Sorry2009.01.20
조회2,675

 

 

 

저는 이십대도 이미 중반이 되어버린 여성입니다.

영원할 줄 알았던 청춘인데 시간이 생각보다 빠르게 흐르네요.

다름이 아니라 남자분들께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서 이곳에 글 남겨요.

 

고등학교 때 저에게 관심을 보였던 아이가 있어요.

1년 후배였는데 제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절 좋아하고 있었나봐요.

제가 고3 올라간 해,

화이트데이 날 고백을 하더군요.

사실은 본인 입학식을 하던 때부터 봐 왔다며

그날 제가 입은 옷(복장 자율화 학교)을 기억하는데

솔직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당시 고3이라는 압박감과

심한 숙맥인 데다 확실치 못한 제 성격탓에

흐지부지 되고 말았지요.

서로가 소극적이기도 했구요.

 

그런데

제가 졸업을 하고 재수하던 여름의 어느 날,

고3이던 그 아이에게 메일이 왔어요.

뜻밖이었기에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답장을 보냈습니다.

잊지 않고 날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제 답장에 그 아인 무척 감동한 눈치더군요.

메일이 반송돼서

못받았거니 하고 체념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은 답장이 왔다고..

우울했던 기분이 너무 많이 좋아져버렸다고..

어떻게 날 잊을 수 있겠느냐고,

거리를 보면 죄다 '**식당', '**미용실'뿐인데..

참으로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마음이 찡해지더라구요.

 

그렇게 얼마간 메일을 주고받았습니다.

사실 글을 쓸 때마다

시시콜콜한 일상에 대한 얘기만 하려고 노력했지요.

괜한 기대감을 주고싶진 않았거든요..

상처를 줄 순 없었기에..

처음부터 그 아인 제게 과분하다는 걸 알았고

애초에 마음의 장벽을 쌓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확실한 건

그 아이와의 메일은

단조로운 생활에 활력소가 되었고 즐거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해가 바뀌고,

저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그 아인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 입학한 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졌어요.

저는 비록 메일이지만 연락을 계속 유지하고 싶었으나

그 아이가 끊어버리더군요.

그 당시에는 

새로운 학교생활을 즐기느랴 바쁜가보다 하고

가볍게 여겼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은 벌써 5년도 더 지났네요.

 

이 아이,

당연히 이젠 절 잊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이미 가슴 한켠에 영원히 묻어버리기로

다짐했을 줄 알았습니다.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니까요.

그런데 아직인 걸까요..?

가끔 들어가보는 그 아이 블로그에는

그리움의 흔적이 참 많이도 묻어있네요.

BGM, 일기장, 사진첩 등..

그 대상이 꼭 저라고 단정할 순 없겠지만 

꽤 오래 그리워하는 듯 보이고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동안 연애를 해본 경험도 있는 것 같아

처음에는 부정했지만

저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점점 듭니다.

우습긴 하지만,

혹시라도 그게 제가 맞다면

그 아이, 저와 운명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만약에라도,

그토록 오랫동안 절 기억하고 그리워 한다면

어떻게 뿌리칠 수 있을까요..

얼마나 더 냉정할 수 있을까요..

우연이라 넘기기엔 그리 가볍지 않은 게 아닐까요..

 

그러고보면

오랜 시간이 지난 최근에야

먼저 연락을 끊은 이유가

다른 데 있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생각이 많은 아이라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 때문에

괴로워했을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뜻하지 않게 이야기가 길어져버렸네요.

요점은 단 하나인데..

남자들에겐 고등학교 때 했던 짝사랑이 어떤 의미인가요?

게다가 첫사랑이라면?

(직접 제게 그랬었거든요. 물론 당시엔 믿지 않았지만..)

요즘들어 제가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자신을 진정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루지 못한 첫사랑으로 인해 상처난 가슴도

다 치유될까요?

 

그 아이 덕분에 참 많은 걸 알았습니다.

받는 것도 주는 것 못지 않게 힘들다는 것..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에 한없이 약하다는 것..

김광석 노래가 그토록 구슬프다는 것..

나도 눈물이 적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간절한 마음이면 사람도 움직일 수 있다는 것..

 

그 아이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해 가는 저를 느낍니다.

진심으로 그 아이가 행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