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처럼 쓴 글에 많은 의견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위로 해주신 분들 쓴소리 해주신 분들 다 감사해요.
틀린 소리 하나 없습니다.
고집스럽고 답답하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그만큼 제 성격을 아는 친구들의 쓴소리가 매우 세고 현실적이어서 꾸준히 들으면서 정신 차렸어요.
어떤 분께서 말하셨듯 저 역시도 처음 급여 문제를 인지했을 때, 제가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구나라고 체념했습니다. 처음으로 번아웃이 왔었는데 그게 급여 문제 때문이 아니라, 동기들이 다 그 정도 받을 때 저는 그 정도밖에 안 됐으니까 내가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열심히 해도 나는 그 수준이구나, 자책하게 되더라구요. 멍청하면 똑똑한 친구들한테 빨리 터놓고 상담이라도 해봤어야 하는 건데, 너무 늦어졌습니다. 동결도 아니고 그래도 급여가 오르고 있었던 터라 저는 그게 인정받는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후에 그냥 나이대나 연차에 맞지 않는 급여가 문제가 아니라 하는 일, 업무 강도에 비해서도 너무 박봉이었다는 걸 알았어요. 절친들이 제 급여 듣고 잠시 할 말을 잃은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더라고요. 그 의도한 건 아니나 다 같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미묘한 정적ㅠㅋ 그리고서는 듣도 보도 못한 쓴소리가; 원장 욕 반 제 욕 반이었습니다ㅋㅋ
자기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면 그 정도 받고 사는 게 맞습니다. 주제 파악도 제대로 되어야지요. 여기서 더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만, 친구들에 의하면 원장의 말이 꾸준한 가스라이팅에 해당하는 점, 쓸데없이 남의 사업장에 투철한 주인 의식을 가진 점이 그 급여로도 오래 근속할 수 있었던 거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받았습니다^^;
퇴직금 문제는... 끝까지 멍청한 거 맞습니다. 당시엔 마음이 너무 지쳐서 그냥 다 필요 없고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무엇보다도 퇴사를 알린 후 알게 모르게 변한 원장님의 태도에 상처받아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퇴직금에 꼼수를 쓴 걸 보면 그동안 진짜 인건비를 얼마나 박하게 생각했는지 알겠다 싶기도 했구요.
내내 고구마만 드린 것 같아서, 이참에 제대로 해결하자 싶어 큰결심하고 퇴직금 문제로 연락드렸습니다! 아직 업무가 끝날 시간이 아니어서 그런지 연락은 없으시지만, 너무 긴장됩니다;;;
어쨌든 이직 후 더 안정적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급여에 연차 다 좋은데 일상에서는 야근 없는 정시 출퇴근과 빨간 날 예외 없이 쉬는 것 같은 게 즐거움이 되네요. 부모님도 무척 좋아하십니다!
이직 독려 글은 아니지만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내가 열정페이로 일하고 있는 것 같으면 주저 없이 탈출하세요!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도 의심하세요! 이 판에서 누가 호구인지 모르겠으면 니가 호구다라는 댓글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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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시친과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활성화된 게시판이 이곳뿐이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그냥 구경하다가 ‘직원이 월급 인상 요구를 한다’고 글을 올린 학원 원장 글 보고 PTSD 느껴서 글을 씁니다.
글의 요지 - 저처럼 살면 안 돼요. 특히 사회 초년생분들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학원 원장의 글의 5년 차 직원 입장이 되겠네요.
저는 더했던 게 10년 차 세후 200였습니다.(고정급) 주6, 주42시간, 연차 없음.
아이들이 좋아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강사 일 자체는 잘 맞았어요. 급여 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즐겁게 일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연봉에 관한 이야기는 부모님을 포함한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어요.
함께 사는 부모님은 그냥 알아서 잘 모으겠거니 하셨구요.
제 연봉 책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은 8년 차쯤, 주변에 이직하는 친구들을 통해 연봉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직종을 고려하더라도.)
그때 그만뒀어야 하는데... 그땐 그냥 속상해하고 말았어요.
제가 그 정도 가치밖에 안 되는구나 그런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러다가 남자친구랑 슬슬 결혼 이야기가 나오는 시기가 다가와서 부모님께 재정 오픈을 하게 된 건데, 생각보다 모인 돈이 너무 없으니까 놀라시더라구요.
제가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주식 같은 투자로 돈을 잃은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보기시도 했구요. 젊은 애들 많이 하지 않냐면서.
결혼 이야기가 흐지부지 된 후, 엄마가 제가 그 일을 계속 하시는 것을 무척 반대하고 그만두길 원하셨어요.(돈문제는 아니고 남자쪽 직업으로 인한 거주지 문제로 의견 차이가 있었습니다.) 결혼을 하게 되면 어차피 그만 뒀을 수도 있지만, 결혼 할 생각이 아니면 당분간은 계속 할 예정이었어요.
근데 아이들이랑 함께 하는 일이 좋고, 큰돈 욕심이 없어 돈 더 받고 익숙하지 않은 일 하려니 그냥 이 정도로 만족하고 좋아하는 일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런 합리화를 하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결정적으로 엄마 말씀을 듣고 퇴직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 분이 아니신데 술을 좀 하시고는 너무 속상하시다면서 제가 일을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했는지 아니까 더 속상하시다고, 10년을 했는데도 너 가치를 고작 그 정도로 생각하는 곳을 계속 다니고 싶냐고, 내가 너를 겨우 그런 취급 받으라고 귀하게 키웠냐고, 본인도 나가서 지금 일을 하면 200은 받겠다고 하시는데, 무슨 말을 그렇게까지 하냐고 했지만 정말 할 말이 없었습니다. 그렇게까지 속상해 하실 줄은 몰랐어요.
그러면서 처음으로 친구들에게도 퇴직 상담을 했는데, 원장님 좋다고 하더니 그게 뭐가 좋은 거냐부터 시작해서, 저 같은 사람 때문에 고용주들이 열정페이로 사람을 부려도 되는 줄 안다고, 자기 분수를 알아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기 가치를 모르는 사람도 너무 많다고 친구들의 쓴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구요. 제3자 입장에서 들으니 제 일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더 쉽기도 했습니다.
일을 그만둔다고 하니 따로 불러 이야기 좀 하자고 하셨지만, 뭐 이미 그만두는 상황에 이렇다 저렇다 할 말 있나요. 연차에 비해 돈도 적고 복지도 없다 말할 배짱은 없고, 얼굴 붉히기도 싫고... 그래서 그냥 결혼 준비라고 둘러댔어요.(이미 무산 됐지만 개인 사정은 모르시니 가능한 핑계;)
그만 둘 때도 좀 서운했던게, 어쨌든 표면적으로는 자기 사업장에서 10년을 일하고 결혼 준비로 그만두는 직원인데, 다시 강사를 구해 학원에 적응 시킬 푸념하시는 게 마치 저를 탓하시는 것만 같아서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퇴직금도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학원은 방학 때 근무시간과 수업이 늘어나서 보수가 더 돼요. 근데 그 마지막 여름방학 급여를 현금으로 따로 챙겨주시더라구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당장 노동청에 신고하라고, 급여 통장에 찍히면 퇴직금이 더 올라가니 퇴직금을 줄이기 위해서 그렇게 준 거라고 하더라구요.
제대로 안 받아내면 자기가 쫓아가겠다고 성화해서 어렵게 연락드렸는데, 원장님이 제대로 준 거 맞다면서 틀린 부분이 없으니 걱정 말라고 하셔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괜히 부딪히기 싫어서 외면 한 거긴 해요. 친구가 잘못 안 걸 수도 있고... 설마 그런 마음까지 가졌으려나 싶어서 진짜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다 자기 업으로 돌아가지 않겠냐고, 체념 회피했네요;
근데 한 달 전쯤에 갑자기 연락하셨더라고요. 학부모님들 사이에서 무슨 말이 나왔는지, 근 1년 동안 연락도 없으시더니; 대뜸 혹시 다른 학부모님들한테 학원에 문제 있어 그만뒀다고 말하고 다녔다고요. 처음 듣는 소리라고 말은 했지만 어째 못 믿는 분위기에; 잊고 살다 다시 현타가 엄청났습니다. 뭐 그럴 말이 나와서 혹시나 싶어 연락 주셨을 수도 있지만 너무 서운하더라구요. 제가 뭘 위해서 10년을 그렇게 했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자기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 주는 곳에서 일하세요. 이직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요.
특히 저같이 어리숙하고 덜떨어진 사람들 눈 가리고 귀 가려서 적당히 부려 받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세상이에요. 저도 원장님 정말 좋은 분이신 줄 알았습니다. 근데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과연 자기 자식이 다른 데서 일하는데 10년 차에 그 돈 받고 일한다고 하면 납득하겠냐고, 어디 가서 자기 밑에서 10년 동안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 월 200주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겠냐고요.
10년이란 긴 시간으로 주제를 알되 자기 가치 역시 제대로 알고 주장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만둔 지 2개월 만에 이직했고, 완전히 다른 직종이라 학원 일을 할 때만큼 즐겁지는 않아도 초봉인데도 만족스러운 급여로 위안을 얻고 있습니다.(10년 근속을 좋게 봐주셨어요.)
급여도 급여지만 복지란 게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요ㅠㅠㅋㅋㅋ
징검다리 연휴에 쓸 연차도 있고요. 연차 쓰려고 하니 대표님께서 무슨 연차를 쓰냐고 그냥 금요일 다 쉬라고 해서 직원들 전부 일요일까지 쉬고 월요일 출근입니다.
학원 일이 너무 좋아서 다시 학원으로 이직을 할까도 싶었는데, 쉬는 날이나 연봉 체계 정말 무시 못하겠네요.
모두들 적게 일하고 많이 버세요!
- 멍청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