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모래로 지은 집 바람나지 말라고, 빨간색 양철 지붕 마디 굵은 동아줄을 옷고름처럼 질끈 동여맸지만 여름이면 주름진 치맛자락 자주 펄럭거렸다
태풍에 억장이 무너져 내린 천장, 쥐똥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고 물먹은 벽지 갉아먹는 곰팡이꽃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뭍에서 유배되어 떠밀려 가는 집 외양간 늙은 암소처럼 살아온 날들 되새김질하는 노인은 파리똥 내려앉은 낡은 사진틀에 갇힌 송아지 몰고 다니던 자식들 이름 차례로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애기섬 앞바다 배 타러 간 큰아들 바닷물에 쓸려 보낸 뒤 산비탈 일궈온 허망한 세월 꼬깃꼬깃 가슴에 접어 뒀지만 가끔씩 연탄집게로 아궁이 두드리며 읊조리는 육자배기 한 가락 해거름 굴뚝 연기처럼 풀풀 휘감아 오르면 허물어지는 집 정지문*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 누구냐, 소리치면 이내 사라지는 미치도록 보고 싶은 저 환영(幻影), 갓김치 안주삼아 털어마시는 쓴 소주 몇 모금 목젖을 타고 아득한 바다로 흘러 내렸다
그해 가을 서까래 앙상한 그 집 마당에는 늦바람이 났는지 출렁이는 다도해 물살에 섬을 낳았다는 노인의 소문만 해초처럼 무성하게 자라고 고추 잠자리떼, 바람난 빈집을 오래도록 맴돌았다
적막을 말하다
적막을 말하다
서동인
갯모래로 지은 집 바람나지 말라고, 빨간색 양철 지붕 마디 굵은 동아줄을 옷고름처럼 질끈 동여맸지만 여름이면 주름진 치맛자락 자주 펄럭거렸다
태풍에 억장이 무너져 내린 천장, 쥐똥이 우르르 쏟아져 내리고 물먹은 벽지 갉아먹는 곰팡이꽃 하늘하늘 피어오르는 뭍에서 유배되어 떠밀려 가는 집 외양간 늙은 암소처럼 살아온 날들 되새김질하는 노인은 파리똥 내려앉은 낡은 사진틀에 갇힌 송아지 몰고 다니던 자식들 이름 차례로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
애기섬 앞바다 배 타러 간 큰아들 바닷물에 쓸려 보낸 뒤 산비탈 일궈온 허망한 세월 꼬깃꼬깃 가슴에 접어 뒀지만 가끔씩 연탄집게로 아궁이 두드리며 읊조리는 육자배기 한 가락 해거름 굴뚝 연기처럼 풀풀 휘감아 오르면 허물어지는 집 정지문*에 드리워지는 검은 그림자 누구냐, 소리치면 이내 사라지는 미치도록 보고 싶은 저 환영(幻影), 갓김치 안주삼아 털어마시는 쓴 소주 몇 모금 목젖을 타고 아득한 바다로 흘러 내렸다
그해 가을 서까래 앙상한 그 집 마당에는 늦바람이 났는지 출렁이는 다도해 물살에 섬을 낳았다는 노인의 소문만 해초처럼 무성하게 자라고 고추 잠자리떼, 바람난 빈집을 오래도록 맴돌았다
* 부엌문의 남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