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아내

sum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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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온 아내,정신과에 다닌지 한 달째입니다. 

아직 진단명은 안 나왔지만우울, 불안, 공황 쪽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아내는 원래 걱정, 불안, 잡생각이 많은 타입이긴 했지만이번에는 완전히 차원이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잠을 2시간도 채 못 잤습니다. 수면박탈 기간이 길어지니 나중에는 말도 더듬고 어린애처럼 인지저하까지 일어나더군요. 

죄책감과 불안도 정상 범주가 아니었습니다. 손을 벌벌 떨면서 고객에게 고소를 당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앞뒤 상황을 자세히 알아봐도 고객이 아내를 고소할 거리는 전혀 없었습니다.그럼에도 자기는 망했다며 혼잣말을 계속 합니다. 

건강염려증까지 더해지며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도 이 약은 무슨 부작용이 있고 중독성이 있고 다 찾아보며 의사까지 불신해서 5번이나 병원을 옮겨 지금 여섯 번째 병원에 다니는 중입니다. 

며칠 전에는 정밀검사 후에 자기 진단서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큰일난다며 공포감에 휩싸여 공황발작 증세까지 왔습니다. 

뭘 계속 잘못했다며, 자기가 죄를 지었다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잘못이 없습니다. 저한테도 자기가 잘못한 게 많으니이혼하고 떠나가라고까지 합니다.어린 애처럼 손을 싹싹 비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습니다. 

결국 불안과 공포에 짓눌리다가 자살시도까지 했습니다. 

아내가 자기 잘못(?)을 하나하나 다 말하는데 다 사소한 문제들이거나 자신의 정당한 권리행사입니다. 가령 병가를 오래 내서 나중에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둥...

아내는 원래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데 요즘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막막했던 것이 아내에게 극도의 스트레스로 작용했나 봅니다. 

일단 돈이고 뭐고 당장 휴직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며칠 단위로 깔짝깔짝 쉬었는데, 곧 복귀해야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더군요. 

휴직 신청할 때 제가 직접 아내 직장에 전화했습니다. 낯부끄러운 일이지만 아내가 스스로 자기 표현을 할 수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서요. 

약을 제대로 먹는지는 저와 장모님이 함께 잘 챙기는 중입니다. 건강염려증에 의사 불신까지 더해약을 제대로 안 먹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병원갈 때는 저나 다른 가족이 동행합니다. 자기 증상 표현도 제대로 못하는 지경이라서요.병원을 못 믿어서 혼자 병원 예약취소하기도 했고요. 

아내가 약을 못 믿어서 제가 약 공부해서 약의 효과와 특징까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침에는 도파민이 적절히 분비되는 약을 먹는데 그 약 복용 직후에 바로 산책, 운동, 취미활동을 하라고 했습니다. 
기껏 도파민 나오게 했더니 그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약 부작용 정보만 계속 검색하며, 안 좋은 습관에만 중독되더군요. 그리고 정신건강에 운동과 햇볕이 아주 좋기도 하고요. 
저녁식사 후에는 같이 밤산책을 합니다. 저녁에 실내인공조명을 멀리하고, 몸도 적당히 지치게 만들어서 잠 자기 편한 조건을 만들려고요. 
아무리 쉬는 게 좋다지만,집에만 고립되어 있으면 불안한 생각을 더 자극할 것 같아서 아내의 상황을 알고 있는 친구나 가족과의 만남은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같이 가끔 데이트를 하고요. 
아내가 심한 자책으로 불안해할 때마다단호하게 아무 문제, 아무 잘못도 없다는'사실'을 담담히 말해줬습니다.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문제 없다고. 

공황발작이 나올 때말 없이 조용히 안아주면조금 더 빨리 진정되는 것 같습니다. 

또 사람 자체가 아니라 뇌의 문제이기 때문에약물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면 거의 다 낫는다고 계속 안심시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내는 병원을 저와 일찍 찾아갔기 때문에조기에 잘 개입한 편입니다. 
요즘은 그래도 약이 잘 맞는지잠은 7시간 내외로 잘 자고 있습니다.한번씩 친정집에 보내서 자기도 하고요.그 편이 아내한테 더 편한 것 같습니다. 우리 집이란 항상 다음 날 출근할 걱정과 불안에 떨던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 같네요. 

언젠가 완치할 거라 믿지만,저도 한번씩 마음이 지치고 힘듭니다.아내의 불안과 공포에 압도된 모습과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져 어린애처럼 될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본인이 가장 힘들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