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내한테 화를 냈습니다.

sum20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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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장애에 시달리는 아내에게 덜컥 화를 내버렸습니다. 

아내는 지금 심한 불안 증상으로 휴직 중입니다.

아내는 불안 증상이 올라올 때 사소한 잘못이나 전혀 잘못이 아닌 일로 자신이 고소나 징계를 당할 거라는 말을 합니다. 

오늘은 새벽 5시에 일어나서 그렇게 말했습니다.자기가 큰 잘못을 해서 고객에게 고소당하고직장에서 해고당하고 신문에도 날 거라고요. 

저는 계속 잠결에 그걸 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문제 아니라고, 잘못 없다고도 말했습니다. 

9시까지 계속 똑같은 말을 듣고, 똑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무려 아침에만 4시간 동안.

결국에는 저도 화가 터져나오더군요. 

며칠 내내 아내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상태에서 아내를 설득하고 돌보는 데 감정소모도 엄청납니다. 제가 못 참고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러면 안 되지만...아내가 아니라 아이 혼내듯...

오늘 오후에 같은 일이 또 반복됐습니다. 

아내가 오후에는 상담을 취소할지 말지 갈팡질팡하며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의사는 아내가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니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안정이 된 후에 상담(인지행동치료)을 진행해야 효과가 있을 거라더군요. 

그런데 아내는 상담이 필요하다고 했다가,취소한다고 했다가, 취소한다면 지금 당장 상담소에 전화걸어야 하지 않겠냐, 월요일에 하면 늦지 않냐며 계속 저를 들들 볶았습니다. 

저는 박사학위논문 작성 중이었는데 또 옆에서 1시간 동안 그러더군요. 

그러다 결국 울분이 터져나왔습니다. 제발 힘드니까 그만 좀 하라고. 울면서 소리쳤습니다. 

저는 아내한테 그만하라고 애원하다가,화내서 미안하다고 했다가,또 그러지 마라고 했다가...

지금까지 굳건히 버텼는데이제 점점 지치기 시작한 게 느껴집니다.


저도 처음에는 아내의 불안과 망상(?)을 부드럽게 달래주고 공감했습니다. 괜찮다고 문제없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그러는 것이 아내 잘못이 아니라뇌와 신경계 문제라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아내를 사랑하고,아무리 아내의 사정이 딱하고,아무리 아내 잘못이 아니란 걸 알고,무엇보다 당사자가 가장 힘들 거란 걸 알면서 그랬습니다. 

결국 저도 지쳐버렸는지 하루에 두 번이나 덜컥 화를 냈습니다. 화내고 나서 속이라도 시원하면 다행이지만,미안함과 죄책감을 더 크게 느낍니다. 

오늘은 병원에 같이 가서 제가 증상을 있는 그대로 다 말한 후의사와 상의해서 약을 바꿨습니다. 


가끔 저 출근한 동안 아내 혼자 병원에 가거나 다른 가족이 동행하는데, 그때마다 바꾼 약이 잘 안 맞았습니다. 

아내가 의사한테 증상을 제대로 말을 안하거나의사의 전문성을 부정하고 무시하는 투로 말하다가맞지 않는 약을 처방받아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점점 불안 증상과 피해사고가 심해지는 아내한테짠한 마음도 들면서 현실적으로 지치고 화가 납니다.
 잠까지 부족하니 이해심과 인내심이 바닥나는군요. 나름 멘탈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저의 나약함을 크게 깨닫습니다. 

일단 바꾼 약물을 계속 잘 먹이고 지켜보다가진짜 도저히 안되겠으면 입원도 고려해보겠습니다. 더불어 저도 개인적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으면 받아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