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 딸이 너무 부럽고 질투 나요..

ㅇㅇ2024.06.16
조회269,714
딸이 오늘 친구들이랑 시내 놀러간다고 해서 태워주고 왔는데 참 생각이 많아지네요

참 부끄럽게도 저는 제 딸이 너무 부럽고 질투나고 또 너무 사랑해요

제 어린시절은 엉망이었어요
아빠가 바람을 피고 엄마를 때리고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가 우리를 길거리에 버리고
엄마가 울면서 우리를 찾으러 오고
엄마랑 지하 단칸방에서 잠들고
밤새 내일이 오지를 않기를 빌고
치킨집 앞에서 냄새만 맡으며 서성이고
방학때 여행 다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고

비오는날 엄마가 우산을 들고 오는거
아빠가 주말에 운전해서 좋은곳 데려가주는거
가족들끼리 모여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밥을 먹는거

그런 당연한 일상이 저에게는 없었어요

나이들면서 더 처절하게 느껴요
어린시절의 결핍은 어떤걸로도 채울 수 없구나

이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는 평범한 일상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건 아니구나
를 느끼며 20대까지 많이 괴로워했었는데

지금 남편을 만나고 딸을 낳으면서 느끼는게 많아요

남편이 딸바보 소리 들을정도로 참 잘하는데
너무 예뻐하고 모든 다 해주고 싶어하고
눈에서 사랑이 그대로 느껴져요

그걸 보고 있으면

나도 우리아빠한테 저런 사랑을 받아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서 딸이 너무 부럽고 질투도 했어요

딸이 좋아하는 아쿠아리움도 가고
외식이 자연스럽고
딸이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입에 넣어주는게 당연한 일상이 되고

딸을 씻기고 예쁜 옷을 사주고 머리를 묶어주고
마주보고 웃고
엄마가 해준 요리가 최고라고 엄지 척 해주는 모습
남편과 딸이 붕어빵으로 잠든 모습

셋이서 투닥투닥 장난치다가 숨 넘어가게 웃고
손잡고 걷고 같이 여행을 가고
딸 친구들을 불러서 맛있는걸 해주고
집에서 파티하고
깨끗한 집안에서 세식구 오순도순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너무 감사하고 고맙고 행복하고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불쑥 불쑥 제 어린시절이 떠올라 괴롭기도 하고

참 그렇네요

어떤걸로도 어린시절은 보상할 수가 없다는걸 알기에

온전한 가정에서 자라날 제 딸이 부럽고

동시에 더 많이 사랑해주고 싶고 잘해주고 싶어요

저처럼 결핍있게 슬프게 자라지 않도록
내일이 오지 않길 바랬던 어린시절의 저처럼 살지 않도록

내일을 기대하며 설레며 잠들 수 있도록
그렇게 키워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딸을 보고있으면 제가 치유받는거 같아요
제가 딸을 챙길때 동시에 제 어린시절도 같이 챙김받는거 같아서 좋아요
그래서 더 살뜰히 챙기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하게 되나봐요

못난 엄마라 딸을 질투하고 있지만

내 아빠처럼 이기적으로 살지 않고

열심히 잘 살아서

딸이랑 남편이랑 세식구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어요

이 소원만큼은 꼭 이뤄졌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