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사랑이야기-2

쓰니20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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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를 지나 다시 만난 너는 제법 어른스러웠다.

여전히 노래를 잘 불렀고, 웃는 모습은 귀여웠지만,

머리를 길렀고, 염색을 했고, 청바지를 입는 것을 좋아했다.

너도 다시 만난 내가 치마를 입고 화장도 하고 귀걸이를 한 모습이 어색한 듯싶었다.

하지만 그런 서로의 모습도 우리는 다시 좋아졌나보다.

친구로 만난 우리였지만, 나는 너와 친구로 만나는 게 싫었다.

몇 번 만나보지 않아도 이번엔 내 감정을 확실히 알았다.

그건 너도 그랬다.

하지만 개학을 하면 우린 다시 4시간 거리가 될 예정이고, 그것을 극복할 자신이 있어야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 누구도 말을 하진 않았지만, 우리는 각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생각이 길어질수록 우리가 자주 만날 수 있는 방학은 짧아졌다.

결국, 먼저 용기를 낸 건 너였다.

처음 덜덜거리며 고백을 했던 그때와 똑같은 상황에서,

이번엔 조금 덜 덜덜거리며 다시 고백을 했다.

나는 여전히 그래 라고 말하기는 부끄러웠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의 두 번째 연애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진짜 사랑이었다.

첫사랑. 우리는 딱 그 자체였다.

너랑 하는 모든 것들이 다 처음이었고, 모든 것들이 다 사랑이었다.

팝콘을 먹으며 함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바다를 보러 가는 것,

잠들 때까지 전화하기로 약속했지만 누구도 잠들지 않아서 같이 해가 뜰 때까지 통화한 것,

해가 떴으니 씻고 만나자고 하고 두 시간 뒤 만나서는 서로 다크서클이 더 내려왔다며 놀려댄 것,

용돈을 아껴 비싸지 않은 커플링을 사서 세상이 모두 우리를 축복해준다고 생각해본 것,

첫 포옹, 첫키스, 첫경험.

모두 너가 처음이었다.

나는 온통 너로 가득했고, 너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개학 후 4시간 거리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격주마다 우리는 만나기로 약속했고, 평소에 아낀 용돈으로 가장 싼 이동수단을 예매해서 한쪽이 상대방을 만나러 갔다.

서로의 학교를 소개시켜주었고, 대학가에서 핫한 가게들을 투어했다.

전공은 달랐지만 계열은 비슷했기 때문에 시험기간에 공부도 간혹 서로에게 물어 볼 수 있었다.

공강 시간이 겹치면 영상통화를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내 전공은 이건데 저런 걸 왜 배우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서로 철없는 푸념을 늘어놓아도 우린 서로 잘 이해해줬다.

삐걱거리고 서툴렀던 첫사랑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유연하진 않더라도 덜 삐걱이는 사랑을 배웠다.

 

하지만 처음 해보는 싸움은 더럽게도 많이 삐걱거렸다.

왜 이렇게 술먹는 걸 좋아하냐고 화를 냈고, 여자들이 많이 있는 자리는 가는거 싫어하는거 알면서 한번을 안빠지고 놀러가냐며 짜증을 냈다.

그러자 너는 너가 좋아하는 동아리가 하필 여자가 많은 것뿐이라고 반박했고, 그냥 놀러가는 것뿐이고 한 번도 문제일으킨 적 없는데 성비가 뭐가 문제냐며 답답해했다.

너처럼 배려 없는 사람은 처음이라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고,

평소에 상대방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하는데, 내 마음은 몰라준다며 서운해했다.

하지만 꼴도 보기 싫다고 이별을 생각하다가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엉엉 울면서 사과하고 미안하다했고 서로가 없으면 안된다며 화해했다.

 

모든 게 다 처음인지라 삐걱거리고 서툴렀지만, 순수했고 진심이었다.

그렇게 뜨거운 초록으로 여름을 함께했고, 다채로운 선선함으로 가을을 물들였다.

그동안 우리의 연애를 친구들은 물론이고 각자의 부모님까지 알게 되었다.

아기같은 딸, 철부지 아들의 첫 연애에 궁금한 게 많았을 뿐 부모님들은 모두 딱히 반대는 없었다.

그리고 겨울이 다가왔다.

 

그날도 2주 만에 만난 너와 데이트 중이었다.

겨울이어서 그런지, 그날따라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아니, 한 일주일정도 가벼운 몸살같이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너와의 데이트를 미루고 싶지 않았고, 그 정도로 아프건 아니었다.

이제 겨울이니까 너와 함께하는 매일 호떡도 사먹고, 붕어빵도 사먹어야지.

짜장면도 함께 먹어야지.

짜장면?

느닷없이 짜장면? 중국집이 갑자기 끌리는 건가?

...

갑자기 불안한 예감이 들어 달력을 확인했다.

예감은 의심이 되어 약국을 서둘러 다녀왔다.

그리고 화장실을 갔다.

 

의심은 확신을 뛰어넘어 잔인한 증거와 함께 확인이 되었다.

 

임테기는 두 줄을 띄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