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에 글을 쓸 일이 없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제가 원인인 채로 글을 써보네요
저는 모두가 시댁 잘만났다고 말하는 시부모님을 둔 며느리입니다.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정말 잘해주셨고, 또 잘해주시려고 하시는게 느껴지거든요.근데 저는 그게 부담스럽고 자꾸 얼어있게 되더니 이제는 그걸 느끼시는지 저와 좀 거리를 두시는 게 느껴져요. 그게 너무 죄송하면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 드는데 그 자체가 제가 사회성없는 게 맞다는 걸 알게된 것 같네요.쓴소리 듣고 정신차리려 글써봅니다.
1. 사회생활 못함
저는 말을 참 못합니다. 어머님이 아주 고생하셔서 무언가를 해주셨을 때, 감사하다. 너무 고생이 많으셨을 것 같다. 등의 당연한 말 외에 덧붙이는 걸 잘 못합니다. 몇 번 해봤는데, 저희 부모님조차 저보고 영혼없이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저도 시도한건데 어..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후에는 그냥 해야할 말(ex.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등)만 하고 침묵합니다.
2. 주시는 걸 버림
음식을 정말 많이 주셨는데 못 먹고 버린 걸 들킨게 4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그것도 다 좋은 음식으로만 주셨는데. 그 이후로는 음식을 잘 안주시는데도 쌓여요. 뭐가 되었든 정말 잘못한거 알고 안버리려 열심히 먹어요. 근데 또 쌓이고 있어요.
옷도 많이 주셨는데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대부분 버리고 안 입어요. 이 부분은 어머님도 아니면 그냥 버려도 된다고. 어머님도 옷장정리하면서 버릴 옷인데 너가 괜찮다고 하니 준다고 하셨어서 이 부분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신 부분은 아닐거라고 생각하긴 합니다.
3. 그릇을 바로 안가져다 줌
음식을 정말 많이 주세요. 저는 그릇을 돌려줄 때는 답례품(?)을 같이 줘야한다고 배워서, 그릇 돌려드릴 때 뭐든 채워서 드리려 노력합니다.근데 그릇이 정말 빠르게 차요. 자주 주시거든요. 그럼 모아두는데 빨리 빨리 돌려드리지 못한게 기한이 한 6개월 텀으로 돌려드리는 것 같아요.
4. 전화, 방문 안함
저는 어머님이 운영하시는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가족 사업이거든요. 3분 거리의 옆 건물이고요. 근데 따로 찾아뵙지 않아요. 많이 서운해하셨고, 아버님도 만날 때마다 어머님께 인사드리고 가라고 말씀하시고요. 안했어요.전화는 용건 외에 단 한번도 안부인사로 전화드린 적 없습니다. 남편도, 시부모님도 단 한번도 저에게 전화 강요를 하신 적 없으셨어요. 안했습니다.
5. 단톡 답장 잘 안함
단톡에 좋은 글귀, 오늘 일정 같은 걸 올리시는데 뭐라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고, 솔직히 제가 단톡에 없었으면 좋겠어요. 형님이 답장하시면 간간히 같은 말 반복하는 정도로만 답장해요.(ex.조심히 다녀오세요~) 아니면 그 하트 표시하거나.
6. 제사 늦었고, 빠진적 있음
제사는 일 년에 세 번 정도 하고, 음식은 어머님이 다 사오십니다. 가면 하는 일이라고는 음식 꺼내서 접시에 담고, 준비되면 절하기. 끝나고 밥 다같이 먹기 (정말 모두가 다 같이 먹고 다 같이 치움)한 번은 6시까지 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6시에 맞춰서 준비해서 갔는데 카톡이 와있었더라고요. 준비해야하니까 좀 더 빨리 오라고.. 못 보고 딱 6시까지 간거죠. 그랬더니 아버님께서 '며느리는 빨리 와서 어머님 도와드려야지' 한 마디 하셨어요. 이 와중에 '???제 시간인데???'하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았어요. 카톡이 와있었다는 걸.
제사를 논다고 빠진 날도 있어요. 당일에 제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 그 날이 다른 두 가족이랑 캠핑을 가기로 다 잡아놓은 날이었어요. 남편한테 어떻게 하지? 했더니 자기가 잘 말하겠다고 했고,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화한통 안드렸어요.
7. 돈 받을 때만 연락함
명절에 용돈을 드리면 항상 비슷하거나 더 큰 액수로 주세요. 여행을 가면 용돈하라고 주시고. 제 아버지 생신 때도 챙겨주시고. 명절에 저희 집 갈 때는 차 트렁크가 꽉 찰 정도로 선물을 보내주세요. 그럼 감사인사를 꼭 하는데, 앞서 말씀드렸듯이 제가 전화를 안하는 타입이다보니 뭘 받을 때만 연락을 드리는 거지요.
솔직히 그냥 사회성 없는 애로 찍히고 그냥 데면데면한 사이가 편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근데 또 막상 싸한 관계가 되니 집에 오면 우울하고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저는 저를 알면 알수록 사람들이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인사성은 밝고 잘 웃어서 처음에는 호감을 많이 받는데, 딱 그 뿐이어서 이후에는 저를 불편해 하더라구요. 진짜 슬픈데 저는 그런 관계가 익숙해요.
언젠가 시부모님들도 저 별로 안좋아하실 거 예상했는데, 근데 막상 차가운 반응을 맞이하니까 또 슬프네요. 이제는 잘해야한다는 강박감에 더 얼어요. 이렇게 좋은 분들인데 내가 못해서 관계가 틀어졌구나 생각이 드니까 이제는, 이제는 감사합니다 라고 받는 스스로가 이상하다고 느껴져요. 제 반응이 이러니까 시부모님은 더 싸가지없다고 느끼시겠죠..
그냥 따끔하게 욕먹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받으면 정신을 차릴까하는 마음에 적어봅니다.
아주아주 긴 글이 되었네요. 적고나니 바보인 걸 인증한 느낌이지만 한 편으로 후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