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부재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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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부재

여태천


나는 이제 암흑의 허공에 앉아 당신을 본다
그것은 어쩌면 부재의 사태

총천연색이 단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는 순간
흑백의 표면으로부터 길게 종적을 남기며 빛이 날아오른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소문의 꼬리가 불태환(不兌換)
기호처럼 여기저기 떠돌고
영원히 떠나지 못할 사태의 기억만이
당신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

사각사각 소리내며 내 몸을 빠져나가는 에네르기
난 느리게 세상을 살아왔으므로
당신의 외출이 언제까지인지 모른다

돌아오지 않을 당신을 기다린 건
치명적인 실수였다
당신의 말을 간절히 믿었으므로
머지않아 나는 고독해질 테지만

정전(停電)의 순간
움직이는 것들을 위해
보이지 않는 것들을 위해
이 허공에서 허락받은 짧은 침묵을 위해
난 그저 맨얼굴로 당신 앞에 서 있다

조금씩 당신의 나라로부터 멀어지고
그때, 모든 장면들은
빛이 사라지는 것으로 완료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