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살만한 인생인듯

쓰니2024.07.26
조회2,457
일하기 싫어서 눈팅하다가 함 쓰고 싶어져서20대 중반 여자구 미술 전공을 했었어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되게 좋아했거든그리는 것만 좋아했고 딱히 잘 그리진 않았어끽해야 그림 1도 안 그리는 문외한보다야 좀 나은 정도?
당연히 엄마 아빠도 많이 반대하셨어두분 다 좋은 분이지만 집안 형편이 그렇게 좋지도 않았고 부모님 사이에 일이 있어서 가정사 신경쓰는 데만도 벅차셨거든엄마는 가정 형편을 들어서 반대하셨고 (입시미술은 진짜 돈이 많이 들어서 나도 ㅇㅈ할 수밖에 없었음)아빠는 현실적인 분이라 그 분야면 업계 탑이 되지 않는 이상 먹고 살기 정말 어려울 텐데 네 재능이 거기까지 올라갈 수 있는 재능은 아닌 것 같다고 반대하셨어친척들도 사촌들도 다 가지각색 이유로 아 그건 좀... 하더라
당연히 말 안 들어먹었음... 갓중딩이 그렇지 뭐아빠가 좀 무리해서 지원을 해주셨고 덕분에 쎄빠지게 입시해서 예고 예대를 나왔어명문은 아니었고 말만 예술이 붙어있지 그 분야에서는 정말 애매한 위치의 학교야그런 예고 예대도 있었냐? 이런 느낌.

결과적으로 부모님 말씀 틀린 거 하나 없었어난 실력이 너무 어중간했고 이걸 피나는 노력으로 커버하기엔 입시에 영혼을 팔아서 이미 진이 다 빠져버린 터라ㅋㅋ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정말 어영부영 살았거든재능 있는 사람들은 넘쳐나고 그런 사람들이 노력까지 하니까 나 같은 사람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더라대학 성적도 딱히 우수한 건 아니었고...원래 꿈은 따로 있었는데 내 실력으로는 현실적으로 무리라서 용써보다가 포기했어
대신 일은 해야 하니까 전공이랑 살짝 틀어서 어시스턴트로 일을 구했음과포화 업계라 그런지 다행히 일자리 자체는 많더라고 (돈을 많이 안 줘서 그렇지)회사 두 곳에서 일을 받으니까 나름 한 달 수입도 나쁘지 않았어하고 싶었던 일이나 꿈꿨던 일은 아니지만 배워오고 익혔던 기술을 살려서 일한다는 게 어딘가 싶더라요즘 하고 싶은 거나 꿈 없는 사람들도 많다는데 나는 적어도 내가 하고 싶어서 배웠던 기술을 활용하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지금은 재택근무 프리랜서야혼자 자취해서 내 한 몸 건사하고 자투리만 조금씩 저축할 수 있을 만큼 벌고 있어엄마도 아빠도 몇 년 불안한 눈으로 보시다가 지금은 네가 네 밥벌이 하면서 살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고 만족하고 계셔중간에 취직을 딱 한 번 해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등교나 출근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안정적이진 않더라도 내 시간 내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는 프리가 더 맞는 것 같아 (물론 돈은 줄었어... 그래서 투잡뛰는 거임 ㅠㅠ)느지막이 일어나서 일하다가 커피 생각나면 집 앞에 나가서 한 잔씩 마시고 오는 게 좋더라
난 운이 좋아서 잘 풀린 케이스인 거 알아어릴 때부터 꿈이 명확히 있었다는 거나 주변 의견이 어떻든 하고 싶은 거 배울 수 있었다는 거나 부모님이랑 사이가 원만했던 게 제일 큰 운이었겠지
그치만 쌓은 거 없고 탄탄한 계획도 없고 꿈을 포기해도 생각보다 살 만 하더라뭣보다 내가 이 정도면 인생 즐겁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어중간한 삶도 괜찮은 것 같아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베스트겠지만 그런 게 없어도 자기 미래 생각하면서 너무 불안해하지 마
현실이랑 타협한 사람도 살기 좋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파이팅

댓글 6

ㅇㅇㅇㅇㅇ오래 전

대한민국에서 음악 미술은 1%안에 들어가야 먹고 삽니다. 예를들어 버클리 음대 유학하고 오면 동네 실용음악학원 알바 강사. 같은 시간 다른 분야 미국 유학이면 최소 중견기업 이상은 취업해서 탄탄하게 시작합니다. 이 나라에서 음악 미술 찐으로 즐기고 싶다? 방법은 있죠 완전히 다른 돈되는 분야에서 전문가 되서 전시회나 콘서트장 맨 앞자리 얘매해서 관람하면 됩니다. 그림이나 악기는 주말에 취미로... 일반 분야는 30% 상위 그룹에만 들어도 평생 먹고 살아요~ 예능 분야는 3% 상위 그룹에 들지 않으면 거럼뱅이 입니다. 근데 빌드업 하기까지 비용과 시간은 몇 곱절... 이 짓을 대체 왜 하냔 말이죠~!! 실용음악이나 순수미술가는 사람들은 스스로 난 진짜 이거 좋아서 하는것이고 졸업하면 그냥 취미로 하고 밥법이는 다른 분야로 시작할거야~ 라고 생각 하는게 답 입니다. 너무 극단적인 댓글인듯한데.. 저 또한 예능계통 전공자 입니다...지금은 돈되는 분야에서 일한지 20여년 거의 되어 갑니다. 미술,음악 관련 취미 또는 여가 시간에 맘껏 즐기는 중이구요 부모님 말씀 백퍼 맞는 것이니 가수 싸이나 화가 피카소 정도 실력 안되면 정말로 시작을 마세요... 그돈과 시간으로 차라리 전세계 여행을 다니는 것이 남는 것일 수 있습니다.

ㅣㅣㅣㅣㅣㅣㅣ오래 전

이거맞음. 1등만 잘사는 나라 너무 피곤

하늘오래 전

ㅠㅠㅠㅠㅠㅠ

ㅇㅇ오래 전

현실이랑 타협하는 것 또한 내 삶의 방향을 내 손으로 틀어버리는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사회생활 해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알아요. 응원합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행복하시길요

ㅇㅇ오래 전

잘하고 있고. 이제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나. 부모님 만족을 위해 살지 말란 뜻이다.

ㅇㅇ오래 전

나중에 시집 못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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