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향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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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향

이승하

그리 멀지도 않건만
고향으로 가는 일이 참으로 힘들구나

허나, 세상의 모든 길은
저마다의 고향으로 나 있는 법
그대 태어난 곳 자라난 곳
꿈을 키웠던 그곳
사춘기 시절엔 줄곧 떠나고 싶었던 곳이어서
그대 고향을 버리고 비로소 어른이 되었지
연어도 때가 되면 모천으로 회귀하는데

한가위로다
타향의 하늘에서도 이국의 하늘에서도
두둥실 떠 있는 원반형의 달
어머니 등에 업혀 쳐다보았던 달
사랑을 잃고 술에 취해서 쳐다보았던 달
오늘밤 저 달은 한껏 발그레해지리라

인생행로 걸어도 달려도
어느 길 할 것 없이 험하기만 했다
망망대해 달려도 멈추어도
어느 뱃길 할 것 없이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고향으로 나 있는 길에서는
지친 새도 날개를 접을 수 있다
그대 탯줄이 거기 묻혀 있기에
그대만을 기다리는 노모가 있기에

싸늘히 식은 가슴 지닌 이들이
고향에 돌아온 날은 왁자지껄하리라
따뜻한 고봉밥 넘치는 술잔
사투리가 갑자기 입에서 튀어나오고
잊어버린 친척 아이 이름을 묻는다
잃어버린 내 별명을 여기서 찾는다

내 인생의 남은 날들이여
이번 한가위만 같아라.

귀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