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랑하는 건 아닌데 너무 지겨워요

쓰니2024.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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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5년차. 40대 후반 부부입니다. 남편을 사랑하지 않거나 이혼하고 싶은 것 까지는 아닌데 남편 모습이 보기 싫고 같이 하는 생활이 너무 지겨워요. 사실 남편이 1년 반 전에 퇴사하고 아직 재취업을 못했습니다. 원래 하던 일이 재취업이 쉬운 직종이 아니예요. 생활하는데 큰 지장은 없습니다. 큰 돈 들어갈 일 자체를 안 만드니 답답은 하지만 모아 놓은 거 조금 있고 작지만 집이 있어서 생활을 유지하는 건 가능해요. 저는 프리랜서라 최근까지 매우 바빴고 가을 쯤 새 일 들어갑니다. 자녀는 딸 하나 아들 하나입니다. 
요즘 제가 남편 꼴이 보기가 싫어요. 이게 진짜 위기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권태기인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남편은 말이 너무 많아요.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살림 간섭을 많이 합니다. 반찬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다용도실을 어떻게 해라.. 정수기를 어디다 놔라.. 솔직히 제 남편은 살림 하나도 안 도와줍니다. 본인이 하고 싶을 때만 하는데 그렇게 한 번 하고 나면 2박 3일 동안 생색냅니다. 쓰레기 한 번 버리고 '내가 맨날 버렸는데 어쩌고...' 간섭하는 소리 듣기 싫어서 아예 해달라고 하질 않습니다. 힘들어도 내가 해 버리는게 마음 편해요. 
나가면 어디 나가냐 묻고 어디 간다고 하면 꼭 머리를 짜내서 뭘 시킵니다. 나가는 김에 이것도 해와라, 이것도 사와라... 그러면서 제 외출 동선을 자기가 짭니다. 본인은 나름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그런게 짜증나고 숨막힙니다. 본인 외출할 때 데려다 달라는 것도 답답합니다. 저는 일체 그런 요구 안 하거든요. 버스를 타던 지하철을 타던 저는 좀 혼자있고 싶어요. 집에서도 지겨운데 밖에서 운전하는 시간까지 굳이 같이 있고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내로남불이 어마어마합니다. 본인은 정오까지 늦잠자도 되지만 저는 애들 밥 줘야 되니 안 되고 , 본인은 퇴직 후 친척들 친구들과 골프여행, 해외여행 열 번을 넘게 갔는데 저는 작년에 한 번 간 걸로 '내가 보내줬다'고 생색이 오집니다. 본인은 술자리 하면 한 두시에도 들어오면서 제가 외출하면 '꼭 열시에는 들어오지? ' 이럽니다. 저도 인간관계가 있는데 제 일과 인간관계는 큰 일 아니라는 듯이 굽니다. 저는 애엄마라 자정 이후는 절대 안 된대요. 오죽하면 애들도 아빠 내로남불이라고 디스합니다. 
솔직히 저는 해외여행 안 가도 되고 밤 늦게 모임 굳이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그런 걸 일일이 통제하고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남편의 태도, 목소리랑 행동거지가 너무 싫게 보일 때가 많아요. 오늘도 밥을 먹는데 얼마나 급하게 차려먹는지 주방에 반찬, 국 다 흘리고 먹을 때도 허겁지겁 5분 만에 먹더라고요. 그리고 다시 티비보러 가요. 그러면서 애들한텐 부지런해라 뭐 잘 해라.. 자기는 아무렇게나 살면서 애들한테 그게 할 소린지. 제가 창피해요. 
그런데도 남편이고 저를 잘 알고 잘 해주고 좋았던 사람이라.. 이렇게 미운 생각 하고 나면 미안한 마음 들고, 재취업 못하는 본인 마음이 더 답답할 것 같아서 잘 해주려고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요. 일단 아침에 늦잠자고 기어나와서 밥 달라는 얼굴 보면 답답하고, 잔소리 하는 목소리 들으면 화가 납니다. 혼잣말로 욕할 때도 있어요. 본인은 재취업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 재취업과는 별개로 평소에 사는 모습이 너무 한심해 보이고 시간 남으니 저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게 너무 싫습니다. 아직 오십도 안 됐는데 이렇게 그냥 조기은퇴자 돼버릴까봐 겁이 납니다. 애들은 이것저것 하고 싶다는 거 많고 둘 다 대학보내야 하는데 솔직히 지금 현상유지 하는 것 외에 미래 수입은 답이 없어요. 저는 계속 일하는 프리랜서이긴 한데 일 자체가 잘 되도 수입이 크게 늘어나는 건 아니라서 남편이 이대로 일 못하게 되면 그 때는 생활이 어렵게 될 거 같아요. 
남편 오래 노는 것도, 미래가 안 보이는 것도 저는 너무 답답한데.. 어디에다도 고민을 나누거나 말을 못합니다. 종교 없는데 오죽하면 영세라도 받아서 가톨릭에서 신부님께 하는 고해성사? 같은 거라도 해볼까 했어요. 자기 아들이 세계 최고 인성에 인물인줄 아는 시댁에는 말할 생각도 없고요 친정에는 더더욱 못해요. 노는 기간 길어지니 걱정은 하시는 것 같은데 말 해봐야 걱정만 더하시지 뭘 어쩔 수 있겠어요.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만나자고 연락 오면 얼마 전 부터는 약속 안 잡고 있어요. 만나면 일 이야기 하고 남편 이야기 하는데 기간이 길어지니 할 말이 없거든요. 집에 있어, 쉬고 있어도 한계가 있죠... 남편 보면 열받고 답답했다가 그런 생각 한게 미안해서 또 잘해줬다가 하루에도 열 두 번씩 화가 솟았다가 가라 앉았다가 합니다. 극복할 수 있을까요. 
그냥 어디다가 말할 데가 없어서 넋두리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