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누렁이2006.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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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

권순자

형사님, 제 손을 보세요
제 손가락에는 지문이 없답니다
파출부로 나날이 남의 집 살림을 하고
식당 허드렛일을 하며 보낸 많은 시간들이
제 지문을 자갈처럼 훑고 지나갔지요
닳아버린 지문, 닳아버린 제 청춘에
단칸집 살림이 흔들거리더니
제 남편이 실직까지 해버렸네요
구인센터를 돌림방처럼 돌지만 늘 빈손이라서
제 허기진 몸에 신열이 올라
그만 먹을 것을 도둑질했네요
3개월 된 아이 울음이 환청으로 들려 그만
애기 분유를 훔쳤네요
제 지문이 없으니 어디에다 무엇으로 인주를 묻혀
제 죄를 찍을까요
눈물 닳은 싸늘한 거리 어디에
제 인생지문을 찍을까요

- <시인정신> 2004년 봄호


사랑에 대한 짤막한 질문